[공연] 오슬로에서 온 남자 [나온씨어터]

글 입력 2022.11.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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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에서 온 남자
- 어제와 오늘 사이의 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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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이들의 이야기

 

 




<시놉시스>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났던 중년의 남녀가 우연히 서울의 등산로에서 다시 만나 당시를 회상한다. 함께 걷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등 ‘밀당’을 하던 두 사람은 사리아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벨기에에서 온 노인과 대화를 하게 된다. 그 노인은 코리아에서는 걸을 만한 길이 없느냐, 왜 여기까지 와서 걷느냐, 사뭇 시비조로 말한다. 나중에 노인은 자신의 큰 딸이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정체모를 부끄러움에 레스토랑을 나온다.

해방촌에서
 
부동산 사무실에 중개사와 여자가 들어온다. 셰프인 친구가 마침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참이다. 중개사는 여자에게 빌라 한 채를 보여주려다 주인이 부재중이라 데리고 온 것이다. 여자는 시간이 없다며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친구까지 나서 맛집순례를 시켜주겠다고 하지만 끝내 여자를 붙잡는 데는 실패한다. 두 남자는 뒷얘기를 나눈다 – 어릴 적 해방촌에 살던 중개사는 남들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목사인 아버지를 떠났고, 목사는 자책감에 해외로 봉사활동을 다니다 현지에서 사망했으며, 남자가 여자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그 방의 창은 어릴 적 자기가 언덕 밑 풍경을 바라보곤 하던 그 위치라는 것.  

노량진 - 흔적
 
노량진에서 성장했던 세 남매가 손위인 누나 집에 모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세 남매 앞으로 땅을 남겨 놨는데 시골 산비탈 임야라 가치가 그리 없어 보인다. 세 남매는 노량진 시절 얘기를 하며 미군부대에 다니시던 아버지, 그리고 동료 노무자들에 대한 기억을 나눈다. 그 중 이북에서 내려온 해방촌 김씨라는 아저씨는 유독 이들 집에 대한 애정도 많았고 싸움도 잦았다. 그러나 미군철수 계획으로 이들 노무자들도 들썩이기 시작한다. 해방촌 김씨는 미리 부대를 나가 장사를 시작한다며 여기저기 돈을 빌리고, 이들 부모에게도 돈을 빌린 후 잠적한다. 오늘 이들이 모이게 된 문제의 땅이 해방촌 김씨와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는데…

오슬로에서 온 남자
 
유년시절 노르웨이로 입양 가 오슬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욘 크리스텐센. 그는 중년 가까운 나이가 되어 문득 자신을 낳은 어머니를 찾고 싶어서 한국으로 온다. 서울에서 부산, 김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흔적을 찾던 4년 동안의 노력이 무위에 그치게 되고 그는 거의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어느 날 김해의 고시텔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평소 그를 지원해오던 봉사자들과 연출가가 그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준비해 오던 중 그의 죽음으로 중단된 참에 그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쓴 편지가 전해진다.

의정부 부대찌개
 
‘의정부부대찌개아줌마집’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주기, 두 딸을 비롯한 가족들이 모인다. 어머니와 미군부대 주둔 시절을 회상하며 의정부식 부대찌개와 송탄식 부대찌개 맛의 가치를 논하다가 둘째 딸은 어머니의 부대찌개집을 이어받아 다시 열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중에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엄마에게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에 엄마와 집을 나온 다문화 2세인 띠하가 엄마마저 병들어 죽고 할머니의 부대찌개집에까지 오게 된 사연이 끼어든다.

 





<기획 노트>
 
 
어제를 지르밟고 오늘에 다다른, 지금 여기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 다섯 조각을 보여주는 박상현 작,연출의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가 오는 10월 28일부터 11월 13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산티아고에서 만났던 남녀가 서울의 등산로에서 다시 만나는 ‘사리아에서 있었던 일’, 이태원의 부동산을 배경으로 하는 ‘해방촌에서’, 아버지 땅 문제로 누나 집에 모여 어릴 적 살던 곳을 추억하는 ‘노량진에서’, 해외입양인에 관한 연극을 연습하는 ‘오슬로에서 온 남자’, 부대찌개집 할머니의 기일에 모인 가족 이야기인 ‘의정부부대찌개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극은 이처럼 각기 다른 5개의 장소에서 펼쳐지는 5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나의 플롯 안에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서로의 핏줄과 신경이 연결된 동일한 문제의식과 주제, 그리고 동시대적 정서를 품고 있다. 그리고 위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언급하고 싶지 않았거나, 잊고 있던 기억들 - 소중한 뿌리, 사랑과 상처, 부끄러움, 그리움 등-이 무심히 스며들어 있다. 

또한 연극은 우리가 외면해왔던 해외 입양, 다문화가족, 성소수자 등 경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이들의 이야기를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담담하게 풀어내다.
 
유년시절 해외로 입양갔다가 생모를 찾고자 한국에 왔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욘 크리스텐센’, 한국인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함께 도망나왔지만 다시 혼자가 되어 떠돌던 ‘띠하’, 해방 후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북에서 내려와 고향을 잃고 떠돌던 이들이 하나둘 모인 해방촌에서조차 떠나야만 했던 남자 등 우리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에 머물러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특히 본 작품은 어쩌면 우리가 마주하기 껄끄러워하는 문제를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과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인물들로 구성된 다섯 개의 이야기를 하나의 플롯 안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연극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하나의 연극 속에 핏줄과 신경이 연결된 다섯 작품이 같은 정서로 숨을 쉬는 "시간의 조각보"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각보라는 것이 각기 다른 천조각들을 엮어 하나의 새로운 조각보로 재탄생하듯이 과거와 현재를 잘 엮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 느껴진다. 

‘오슬로에서 온 남자’는 <사이코패스>, <자객열전>, <공포> 등의 연극을 집필한 박상현 연출의 작품으로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를 모두 경험한 작가의 시각이 잘 묻어나있다. 좁게는 가족으로서, 넓게는 민족공동체로서 한 핏줄을 강조해 왔던 우리에게 피붙이는 중요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모른 척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들은 없었는지 질문한다. 

더불어 강애심, 엄옥란, 백익남, 정나진, 이동영, 이상홍, 박윤정, 문현정, 김민주, 강연주 등 대학로 최고의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한다. 언어중심으로 구성된 연극의 말맛을 살려주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오슬로에서 온 남자
- 어제와 오늘 사이의 대화 -
 
 
일자: 2022.10.28 ~ 2022.11.13

시간
화-금 19:30
토-일 15:00
*
월 공연 없음

장소: 나온씨어터

티켓가격
30,000원
  

주최/주관

박상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관람 가능
 
공연시간
110분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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