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점점 더 강해져 [음악]

르세라핌, [ANTIFRAGILE] (2022)
글 입력 2022.10.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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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르세라핌(LE SSERAFIM)이 데뷔 5개월 만에 미니 2집 [ANTIFRAGILE]을 들고 컴백했다.


하이브와 해당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이 합작하여 만들어진 르세라핌은 2022년 5월에 데뷔한 걸그룹으로, 데뷔 이후 많은 관심과 시선이 향했던 그룹이기도 하다.

 

2021년 활동을 종료한 그룹 IZ*ONE에서 커다란 팬덤을 보유하고 있던 사쿠라, 김채원의 재데뷔 소식을 비롯하여 이들과 함께 <프로듀스 48>로 얼굴을 알린 허윤진 등 르세라핌의 여섯 멤버들 중 절반이 이미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뷔 직후, 학폭 논란으로 해당 멤버가 탈퇴하는 등 껄끄러운 이슈로 그룹 내 타격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충격을 받으면 더 강해진다'라는 뜻의 단어, 'antifragile'로 앨범을 들고 나오다니.

 

마치 오랜만에 정공법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흥미롭게 전곡 재생해본 이번 르세라핌의 미니 2집 [ANTIFRAGILE] 앨범 속에는 주목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트랙 곳곳에 담겨 있었다.

 

 

antifragile :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 '취약한'이라는 뜻의 fragile에다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anti를 붙여 새롭게 만든 용어. <블랙스완>으로 잘 알려진 작가 나심 탈레브가 만든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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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가줄게, ANTIFRAGILE


 

사실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기 전, 주변에서 흥얼거리던 곡의 후렴구만 듣고서는 중독성을 노린 강렬한 후크송 정도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ANTIFRAGILE]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동명의 타이틀곡이었던 'ANTIFRAGILE'와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였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순간에도 겁내지 않고 본인들의 길을 가던 장면, 그리고 이내 운석과 충돌할지언정 우리에게 이것쯤은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옷가지를 툭툭 털어내는 그녀들. 시련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온몸으로 맞서는 모습은 이 곡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함께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로는 가사 속에 담겨있는, 지난 데뷔 앨범 [FEARLESS]에서 성장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제일 높은 곳에 닿길 원했던(FEARLESS(2022), 르세라핌) 그녀들은 이번 타이틀곡을 통해 제일 바랐던 세계 젤 위에서 떨어져도 된다고 말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더라도 그들은 다시 일어나,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그녀들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toe shoes', '무시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의 파트를, 15년 동안 달려온 발레라는 길에서 르세라핌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달려가고 있는 카즈하와 이전 IZ*ONE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쿠라, 김채원이 각각 소화하면서 그들의 발자취를 알고 있는 청자들에게 듣는 즐거움을 배로 선사하고 있다.

 

 

 

추락하며 추는 춤, The Hydra


 

 

 

3개 국어(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읊조리듯 이어지는 멤버들의 내레이션은 뒤에 깔리는 비트와 더해져 마치 모델들의 런웨이 장면을 연상시킨다. 

 

'The Hydra'는 이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으로, 1:44초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앨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곡이다. 

 

특히 이 곡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추락하며 추는 춤'이라는 가사였다. 추락하더라도 이 시련을 통해 더 강해질 '나'를 알기에,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되려 춤까지 추며 즐기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이어지는 타이틀곡 'ANTIFRAGILE' 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나를 더 빛나게 해, Impurities


 

 

 

아름다워 난 with my scratches

Just because it’s what I am

 

 

내 흉짐도 나의 일부(FEARLESS(2022), 르세라핌) 라 말하던 그녀들이 이제는 그 일부가 담겨있는 스스로를 솔직하게 마주한다.

 

자신의 상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그녀들은 본인들의 불순물을 감추지 않고 기꺼이 보여주겠다고 한다. 내 안에 가득한 모든 상처들은 그동안 나 자신이 걸어온 모험의 산물이기도 하니까. 그 순간 내 안의 가득했던 불순물들은 더 이상 감추고 싶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투명한 내 안에 섞여 들던 불순물'들은 곧 '상처로 가득한 단단한 불투명함'이 된다. 노래 속에서 점점 검붉어지고 있는 빛은 어쩌면 단단하고도 선명하게, 본인들만의 색을 찾아가고 있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 나일 뿐이야, No Celestial


 

 

 

신나는 밴드 사운드로 시작돼 마치 90년대 하이틴 밴드 동아리실을 엿보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하는 네 번째 트랙, No Celestial. 이 곡의 매력 포인트들 중 하나를 뽑는다면, 단연 '난 천사도 아니고, 여신도 아닌 그저 '나'일뿐'이라고 자신감 있게 지르는 보컬일 것이다.


 

I'm no f***in’ angel

I'm no f***in’ goddess

난 나일 뿐이야

 


나를 설명할 때에, 내가 속해있는 집단에서 수행하고 있는 '나의 역할'로 나를 소개할 때가 많다. 명함이 곧 내가 되어버릴 때. 누군가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 더없이 중요해질 때. 그래서 그 역할 속에서 혹여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릴까 두려워지곤 할 때.

 

어지럽고 소란한 이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어달라 힘 있게 외치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과 더불어 왜 인지 모르게 가슴에 큰 위로로 와닿는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래,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


 



I just wanna love myself 난

좋을 때도 나쁠 때도

Love my weakness

화려했던 기대와는 달리 왠지

볼품없다 해도

Find the good parts the good parts

 

 

이번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Good Parts (when the quality is bad but I am)'에서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녹여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따스하게 깔리는 멜로디 역시 듣는 이에게 포근한 위로를 건넨다.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남들과의 비교, 그 속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스스로의 모습. 나의 못난 부분이 유독 크게 도드라진 것만 같은 날이 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 틈 속에서도 나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려는 노력. 그 노력들이 모여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Find the good parts'의 노력은 'Love my bad parts'로 그 모습을 바꾼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나의 약점까지 꺼내어 스스로 보듬을 줄 아는 그녀들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가 나는 자꾸만 기다려진다. 

 

 

 

백소현(에디터).jpg

 

 

[백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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