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4 글손실이 와버렸다!

어떻게... 쓰는 거였더라..?
글 입력 2022.10.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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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10월, 11월, 12월 // 13개

20년 47개

21년 16개

22년 8개


19년 10월,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하고부터 지금까지의 행보이다.

 

재미있게도 해가 지날수록 반토막이 나고 있다. 내년에는 4개를 쓰게 되려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 때,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질문으로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글감이 떠오르면 썼고, 마음이 심란하면 썼고, 책이나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고 썼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의 생각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베스트셀러를 줄줄이 써내는 작가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내 한마디에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나와 함께 소통하고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단순한 열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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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일 때는 열심히 글을 썼다.

 

공강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고, 과제를 마치고 짬나는 시간에 글을 썼다. 차곡차곡 모이는 글을 보니 뿌듯함이 느껴졌다. 대학 도서관에 콕 박혀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전부 찾아 읽기도 하고 관련된 논문을 찾아 읽기도 했다.

 

다양한 글을 읽으니 나도 그들처럼 글을 쓰고 싶었다. 단편소설을 읽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단편에 녹아있는 작가의 근본적인 가치관은 무엇일까. 를 분석하기도 했다. 주전공은 뒤로 미루고 글을 쓰기 위해 하루 종일 책과 자료를 찾아보며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평론가를 찾아다녔다.

 

참 재미있게도 하나의 글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해석을 글로 표현하고 토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생각을 바깥으로 꺼낼 기회는 없었지만 말이다.


졸업 후,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분명 걷는 법을 배운 것 같은데, 직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달리기였다. ‘두 다리로 서있기도 힘든데 달리기까지 하라고…?’ 생각할 틈이 없다. 학생과는 다르게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할 수 있다.’가 아닌 ‘해야 한다.’의 각오로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처음에야 비틀거리고 여기저기 부딪혔지만 실패를 발판 삼아 나아가니 어느덧 달리고 있는 내가 있었다. 이렇게 현실에 치이며 살다 보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출근 전부터 퇴근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출근 전에는 출근해서 어떤 걸 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고, 출근해서는 하루 해야 할 루틴 일과와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들을 처리해야 했다.

 

퇴근이 가까워지면 야근을 할지 말지 사이즈를 재보고, 퇴근 후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생각을 해야 했다. 남들은 딱 잘라서 업무를 하라고 하지만, 성격상 쉽게 되지 않았다. 지금은 일 하는 게 너무 좋고, 일이 우선인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인분 몫을 제대로 하기 위해 16년의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구나,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나는 오늘도 존재하는구나. 인정받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때문에 인정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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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신없이 살아간 지 1년.

 

숙련된 업무수행능력만큼 시간적 여유도 늘어났다. 하지만 글을 쓰는 능력은 퇴보했다. 글을 쓰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깊게 생각해야 하지만 하루 종일 생각을 멈추지 않고 살다 보니 퇴근 후에는 생각을 하기 싫었다.

 

글을 쓰기 이전에 글을 읽지 않으니 어휘력과 문장력은 물론이고 독해력까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텍스트를 읽으며 상상하는 것보다 영상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나의 생각’보다는 단편화된 데이터를 주입받고 있었다.

 

그렇게 글과 멀어지고 가장 먼저 느껴지는 일상의 변화는 어휘력에서 나타났다. 습득하는 정보의 양이 적어지니 대화의 수준도 떨어지고 소재 역시 부족했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않다 보니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는 빈도가 늘었다. 짧은 문장과 농담 식 어휘가 많아지다 보니 발음도 명확하지 않고 억양도 이상해졌다. 어휘력이 1순위가 돼야 하는 직장에서 역량의 퇴보를 느끼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글을 쓰지 않으니 글 손실이 제대로 와버렸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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