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이타닉호를 타고,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입성했다 [영화]

이상을 다룬 영화 <타이타닉>과 현실을 다룬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글 입력 2022.10.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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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보라색 장미의 꽃말을 아는가?

 

보라색 장미의 꽃말은 두 가지다.


불완전한 사랑,

그리고 영원한 사랑.


꽃 하나에 상반된 의미를 깃들어져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릴 적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20대 중반에 접어드는 지금은 두 가지 꽃말이 상반되기는커녕,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불완전할 때 영원할 수 있으니까.

 

 


사랑의 이상 : 영화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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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실 갑판에 나와 있던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의 친우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랬다며 만류하지만, 잭은 기어코 로즈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석의 양극과 음극이 서로를 끌어당기듯이, 잭과 로즈는 서로가 너무 달라 끌릴 수 밖에 없었다. 명문 상류층 가문의 딸이었던 로즈는 가식과 위선에 찌든 상류사회의 사람들과 달리 유쾌하며 솔직한 잭에 쉽게 마음을 빼앗겼다.

 

죽고 싶던 여자를 살게 만든 남자.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날 밤이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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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과 맞부딪힌 타이타닉호. 밑에서부터 서서히 물이 차올랐다. 배 끝 난간에 매달려 있던 잭과 로즈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가까스로 버텨내고 있었지만, 결국 바다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물 위에 떠다니던 큰 나무 판자를 찾아낸 잭은 로즈를 그 위에 올려준다. 함께 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을 담아내기에는 작았던 나무 판자. 하반신은 차디 찬 바닷물에 담궈진 채로 잭은 나무 판자에 매달려 로즈에게 이런 말을 한다.

 

 

타이타닉호의 표를 구한 게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에요, 로즈.

여기서 당신을 만났으니까.

 

 

기력을 잃었던 로즈가 구조대의 등장에 가까스로 정신 차렸을 때는, 잭은 이미 숨을 거둔 채였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만약 이 날 로즈와 잭이 둘 다 살아남았더라면, 전날 밤의 맹세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했을까? 그리고, 어느 동화 속 엔딩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나는 두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을 것이라는 상상에 한 표를 던져본다.

 

원래 쉽게 타오른 사랑은 쉽게 식기 마련이고, 사랑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으니까.


 

 

사랑의 현실 :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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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도, 사랑이 시작될 때만큼은 로즈와 잭만큼이나 운명적이었다. 연기를 전공하던 미모의 배우 지망생과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매력적인 예술가의 만남. 텍스트로만 보아도 얼마나 로맨틱한가.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마냥 로맨틱할 수만은 없었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있는 곳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가 아닌, 평화로운 레볼루셔너리 로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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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고급 주택에 사는 프랭크와 에이프릴. 모든 게 완벽해보이는 가정이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자극 없는 삶에 오히려 공허함을 느낀다.

 

유명 배우를 꿈꾸던 에이프릴은 재능의 한계에 좌절하여 원치 않게 가정 주부가 되었고, 자유로운 예술가를 꿈꾸던 프랭크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쳇바퀴같은 삶을 사는 따분한 회사원이 되었다. 덕분에 안정감을 얻었지만, 남들과 비슷하게 평온한 삶이 불만스러운 프랭크와 에이프릴. 매일같이 싸우기만 한다.

 

그러다 에이프릴의 제안으로 파리로 이민을 가기로 하면서, 둘의 관계는 호전되는가 싶었는데, 인생은 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 대충 처리한 일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프랭크에게는 승진 제의가 오고, 에이프릴에게는 셋째가 들어섰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이민 계획도 좌절되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두 사람의 삶. 이민 계획을 둘러싸고 한바탕 싸우던 프랭크와 에이프릴의 관계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에이프릴의 마음은 이미 곯다 못해 썩어 문들어지기 직전이었다. 아니, 이미 썩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낙태 안전기간인 12주를 넘긴 어느 날, 에이프릴은 프랭크가 없는 사이에 홀로 낙태를 시도한다.


 

행복하고 싶었어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었어요.

 


잭이 로즈를 만난 게 생애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할 떄, 에이프릴은 행복하고 싶었다며 계속해서 토로했다. 미쳤다는 게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거라면, 미쳐도 상관 없다며 '행복'에 대한 결핍을 드러내는 에이프릴. 하지만 에이프릴은 끝내 그리도 원했던 행복을 얻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잭과 로즈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하였음에도, 사랑은 영원했고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영원한들, 사랑은 침몰했다.

 

 

[임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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