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약자의 편에서 예술을 바라보다 – 기울어진 미술관

글 입력 2022.10.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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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쓰인다고 한다. 이긴 자, 강한 자, 권력을 가진 자가 역사를 가진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에서는 옳았고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붓질로 캔버스에 녹아든다. 작가의 시선에 의해 캔버스에 녹아든 인간 군상을 보며 권력의 예술을 본다.

 

동등한 인격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캔버스 위에서는 조형물로써 역할 하는 사람의 모습(<올랭피아>), 여성 혹은 인간이기 이전에 사회적인 규범으로서의 ‘어머니’를 강요받았던 사람들(<욕망의 징벌>), 성인이 되기 전까진 자아를 갖춘 인격체보다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일종의 ‘익명 상태’로 취급받았던 어린이(<버찌를 든 소년>).

 

['어린이답게'란 무엇일까? 어른이 정한 테두리 안에 있으라는 말이다.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어수룩할 정도의 순진함을 기대하는데, 그 기대의 테두리를 넘어서면 당장 '어린이스럽지 않다'는 판결이 내려진다. 대체로 어른은 어린이를 독립 개체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 눈에 비친 어린이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기에는 미숙한 존재이고, 어른의 소유물이며, 과도기의 인간일 뿐이다.] - 152p.

 

이 책 「기울어진 미술관」에서 작가는 말 그대로 미술관을 기울여본다. 그동안 미술 작품을 바라봤던 시각을 조금 기울여, 그동안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보낸다.

 

그동안 미술 작품을 바라봤던 당연한 시선을 거두어 그림 속에 숨겨진 사람들과 숨겨진 의미에 시선을 보낸다. 권력의 붓질에 의해 그려져야 했던 힘 없는 약자의 편에서 예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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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랭피아, 에두아르 마네, 1863

 

 

우리가 찬사를 보냈던 예술 작품을 가만히 살펴보았을 때 새롭게 보이는 사실이 많다.

 

<올랭피아>에서는 도구적 존재로서의 흑인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백인 남성들이 향유하던 고급문화인 전시회에, 그들이 은밀하게 찾았던 성매매 여성이 알몸으로, 그것도 시리도록 서늘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그림이 걸렸을 때 ‘당시 부르주아 남성들의 위선적인 면모를 통쾌하게 까발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무도 성매매 여성인 올랭피아 옆에 배경같이 서 있는 흑인 여성에 주목하지 않았다.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권력자들에게 있어서 흑인은 대비를 통해 백인을 더욱 빛낼 도구로써 존재했다.

 

[부자들은 천국행 티켓을 사 모으듯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증거를 그림으로 남기고 집에 걸어두었다. 리베라의 <내반족 소년>도 그런 '선행의 증거' 중 하나다. 소년이 왼손에 쥔 쪽지엔 보란 듯이 또렷하게 "(당신이) 신의 사랑을 받으려거든 저에게 자선을 베풀어주세요"라고 라틴어로 적혀 있다. 이 그림의 의뢰자는 자신이 쪽지의 내용을 잘 실현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으리라.] - 175p.

 

이 책은 총 24개의 이야기를 통해 ‘그때는 당연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을 통쾌하게 꼬집음으로써, 그땐 왜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할 여지를 준다. 작품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며 당대의 문화적 편협함을 고찰하게 한다.

 

작품 속에서 가려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김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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