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꺼운 ‘불편함’에 대하여 [문학]

글 입력 2022.10.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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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유독 불편한 사람이 있다. 딱히 그 사람이 내게 잘못을 한 적도 없고 반대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내 본능이 거부하는 것이다. 이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내면의 격렬한 저항이 일어난다. 그러나 드러내는 순간 이상한 취급을 받을 게 두려워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다.

 

그 불편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어쩌면 나조차도 모르는 이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원인은 나이거나 상대이거나 둘 다 혹은 제3의 이유가 있다. 문학은 이 지점을 포착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네가 불편한 이유, 난 다 알고 있어.”

 

그 불편한 감정을 전면으로 드러낸 국내 단편 소설 두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병운 작가의 「윤광호」, 장류진 작가의 「공모」이다.

 

 

 

김병운 「윤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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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윤광호’를 안건 고작 몇 달이다. 그것도 본명이 아닌, 이광수의 소설에서 따온 이름 ‘광호’를 알 뿐이다. 그의 삶 전체를 알지도 못하지만, 그를 서술하는 시선이 흥미롭다.

 

화자가 서술하는 윤광호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부모에게 커밍아웃하고 정체성을 인정받고, 약속 장소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시스루 치마를 입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당당하게 커밍아웃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고 외칠 수 있는, 녹록하지 않은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인물 같다.

 

공개적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두려운 ‘나’와는 정반대이다. 이 때문에 화자의 시점에서 소설을 읽다 보면 광호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모든 사람이 광호처럼 용감할 수 없다고 속삭이며, 광호가 비겁한 인물이길 내심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나’ 역시 비겁한 인물이다. 그는 동성애자이지만, 그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그의 정체성이 더 이상 사생활이 아니게 되자 자기 안에 바리케이드가 있다고 느껴 뒤로 물러선 인물이다. 그는 작가가 드러나는 소설 쓰기를 꺼려 퀴어 소설을 쓸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결국 쓰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윤광호가 있다.

 

화자는 담담하게 당시 동성애자의 삶을 서술한다. 중년 이후 동성애자의 삶을 알 수 없는 폐쇄성이나 극장같이 당시 동성애자들의 활동 영역과 상징적인 공간이 잘 드러났다. 또 성소수자는 소수자라는 이유로 존재를 부정당하기 쉬워 ‘고백의 거부’와 ‘존재의 거절’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내면을 잘 포착했다. 더 나아가 김병운 작가는 윤광호를 통해 고백의 거부와 존재 거절의 분리는 ‘시간문제’라고 짚었다.

 

이 소설은 광호와 ‘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미 죽은 광호를 다시 더듬는 이야기였다. 가족이 말하는 그, 주변 지인이 말하는 그, 그리고 ‘나’가 느낀 그에 대한 말들은 마치 실제 취재 소설처럼 읽힌다.

 

윤광호의 사인은 이광수의 소설과 달리 자살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죽음과 그런 죽음이 과연 다를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명확히 답할 수 없었다. 소설의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제야 퀴어 소설을 쓴 걸 ‘누울 자릴 보고 누웠다’라는 심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윤광호의 말처럼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남겨진 이들은 이광수의 「윤광호」와는 다른 삶을 이미 살아가고 있다. ‘나’가 마지막에 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처럼 언젠가 직접 윤광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장류진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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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는 불편하다는 감정을 여러 사건과 대화로 흥미롭게 서술한다. 그 중심에는 가게 ‘천의 얼굴’이 있다.

 

천의 얼굴은 단골 회식 장소이며 ‘천 사장’의 공간이다. 조미료 맛이 심한 안주, 김빠진 맥주, 마트에서 산 쿠키를 수제로 속여 비싸게 파는 천의 얼굴은 단골들 덕분에 확장 이전에 성공했다. 그 공간은 천 사장의 손바닥 안이다. 그는 단골의 직장, 직책, 즐겨 찾는 메뉴를 모두 외울 만큼 신경 쓰며 외모 역시 뛰어나다. 그러나 ‘나’는 ‘2차는 천의 얼굴’이라는 공식에 진절머리가 나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화자가 천 사장을 꺼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진심으로 꺼리는 건 2차 술집 안에서 이어지는 남성들의 카르텔이다. 여성인 화자는 그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 그들은 회식으로 룸살롱에 간다. 회사에서도 천 사장의 외모를 노골적으로 품평한다. 사내 남성 중심 문화 때문에 화자는 능력이 뛰어난 여성 후임들의 퇴사를 붙잡을 수 없다. 뚜렷한 남성 카르텔에 지치고 남성을 만족시키는 천 사장을 볼 때의 불편한 감정이 더해져 화자는 천 사장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화자가 팀장이 되고 사내 회식 문화를 바꾸자 그를 팀장으로 승진시킨 ‘김 이사’가 천의 얼굴로 회식을 가지 않는 그를 비난한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으로 그를 매도한다. 천 사장을 희롱하고 “팔아준다.”며 으스대는 건 김 이사지만, 가게 매출이 감소하는 건 화자의 탓이라고 떠넘긴다.

 

김 이사는 남성들의 룸살롱 문화를 비판하고 자기가 타인과 다르다고 선을 긋지만, 그는 룸살롱에 가지 않는 대신 가정이 있음에도 천 사장을 사랑한다. 그는 부정 청탁 취업을 비판했으나 결국 천 사장의 딸을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화자에게 부탁한다. 이 역시 화자가 천 사장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남성의 잘못을 기어코 천 사장을 향한 불편함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화자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천 사장의 딸이 뛰어난 인재이기 때문이다. 천 사장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과 부정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죄악감, 그리고 뛰어난 인재를 놓치면 안 된다는 욕망 사이에서 그는 치열하게 갈등한다.

 

천 사장의 딸을 채용하려고 마음을 먹을 무렵 화자는 김 이사가 천 사장을 껴안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그의 딸을 채용한다. 결국 화자 역시 그 불편함 속에서 자기 욕심을 택했다.

 

신입사원에서 팀장이 되기까지 회사 내 카르텔을 비판하면서도 결국 그들에게 속하게 된 화자의 아이러니가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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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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