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공연]

뮤지컬 <빨래>와 <어차피혼자>
글 입력 2022.10.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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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뮤지컬 <빨래>. 그리고 해당 작품의 창작진인 추민주 작가와 민찬홍 작곡가가 다시 모여 만든 뮤지컬 <어차피혼자>. 두 작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모두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작품을 함께 소개하며 내용을 비교해보고 공통적인 주제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나는 지치지 않을 거야 : 뮤지컬 <빨래>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네 눈물도 마를 거야

 

- 뮤지컬 <빨래> 넘버 中 ‘슬픈 땐 빨래를 해’

 

 

뮤지컬 <빨래>는 고향인 강원도에서 서울로 넘어온 지 5년 차인 나영과 몽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 그리고 그 주위의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작은 집들이 빽빽하게 모인 풍경의 이웃 생활을 그리다가도, 나영이 일하는 제일서점의 흔히 볼 법한 회사 생활을 그리기도 한다.


뮤지컬 <빨래>는 15년 넘게 공연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겪는 문제와 고통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때도 있다. 여전히 서울 집세는 부담스럽고, 부당 해고는 만연하고, 외국인을 포함한 약자에 대한 차별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고달픔이 존재하기도 한다. 타지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사람들과 부딪히며 생기는 인간관계의 문제, 미래에 대한 고민. 이러한 문제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을 법한 문제들이다.


이렇듯 다양한 문제들이 뒤섞여 뮤지컬 <빨래>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나영이 권고사직이나 다름없는 처분을 받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수많은 사회인에게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나영이 주인할매와 희정 엄마에게 위로받는 장면은 관객들에게도 가장 위로가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밥은 먹고 댕기는 거여?”


주인 할매의 걱정스러운 한 마디에 와르르 무너지며 엉엉 우는 나영처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한 마디의 위로가 고픈 걸지도 모른다. 그 위로가 나의 처지를 더 낫게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기분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러한 위로를 듣기 더 어려워진 요즘을 다루는 작품, 뮤지컬 <어차피혼자>가 등장한다.

 

 

 

2. 때론 혼자, 때론 함께 : 뮤지컬 <어차피혼자>



 

 

누구를 사랑하기도

누가 날 사랑하기도 원치 않는

혼자 사는 인생

 

- 뮤지컬 <어차피혼자> 넘버 中 ‘어차피혼자’

 

 

뮤지컬 <어차피혼자>는 남구청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처리하는 독고정순과 그곳에 신입으로 들어온 서산이 내용을 이끌어간다. 표면적인 주제는 고독사이지만, 그 너머 혼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빨래>와 다르게, <어차피혼자>는 오히려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2013년에 리딩 공연이 진행된 후 9년 만에 본 공연이 진행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보다 지금 상황에 더욱 어울리는 작품이 되었다.


현재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혼자 살아가는 것을 택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개인주의의 경향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고독사뿐만 아니라 비혼, 비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도 분명히 이와 맞닿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혼자>는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빨래>보다 지금의 이야기에 더 가까이 위치한 작품이다.


혼자 살아간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혼자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사회에서는 ‘함께’라는 소망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과정에서 고독사는 발생하고, 독고정순과 서산은 그 발자취와 흔적을 따라가며 혼자 사는 자신의 이야기도 되돌아본다.


그 외에도 <어차피혼자>는 조금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가정 폭력과 같이 가족에게 상처를 준 이도 가족으로 계속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러한 사람도 죽었을 때 누군가의 애도를 받을 가치가 있을까? 세상에는 선한 사람들도 많지만, 그만큼 악한 사람들도 많으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무자비함과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3. 뮤지컬 <빨래>와 <어차피혼자>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빨래>와 <어차피혼자>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지만 그럼에도 샅샅이 살펴보면 비슷한 요소가 생각보다 많다. 혼자 살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이 되고, ‘집(주거 공간)’과 ‘근무 공간’을 주된 공간적 배경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현대 사회를 시간적 배경으로 나타내고 있고, 주인공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조연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물론 주제도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중심인 <빨래>와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가 중심인 <어차피혼자>는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완전히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사람인 이상, 그리고 이 사회에 살아가는 이상 분명히 사람과 맞닿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지만 사람 때문에 위로받기도 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빨래>와 <어차피혼자>는 명확한 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건과 갈등이 두루뭉술하게 해결되고, 때로는 성공이 아닌 실패를 보여주기도 하므로 이러한 전개 방식을 답답해하는 관객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사실적이다. 성공보다 실패와 좌절을 더 많이 겪는 것이 흔한 인생 아닌가. 그리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명확한 인과 관계 없이 나도 모르는 새에 해결된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논리보다는 감성으로 돌아가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회의 모습을 두 뮤지컬은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빨래>와 <어차피혼자>는 한 마디의 안부 인사와 위로가 가지는 힘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빨래>에서 주인 할매의 안부 인사로 위로받는 나영뿐만 아니라, <어차피혼자>는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독고정순과 서산이 있고, 독고정순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제 옆집에서 일어난 고독사를 통해 서로에게 간단한 안부라도 묻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많고 잘 풀리지 않는 일들도 많지만, 때로는 좋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기도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어 타인에게 꾸준히 가벼운 안부 인사 한마디라도 건네는 것이 혼자 살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갈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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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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