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욕망이 불러온 파멸의 길 : 뮤지컬 '테레즈 라캥'

글 입력 2022.10.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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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한 집안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보인다. 마치 집을 반으로 갈라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구조로, 1층에는 부엌과 가게, 2층에는 침실이 자리 잡고 있다. 곳곳에는 빈 액자가 걸려 있고, 단아하면서도 따스해 보이는 풍경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워 보이는 이 집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 욕망이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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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와 카미유, 라캥 부인 세 명이 함께 살고 있던 파리의 단아한 집에 로랑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찾아오며 이 아름답고도 무미건조한 집안에 균열이 생겨난다. 깡마르고 병약한 카미유와 다르게 건장하고 근사한 청년인 로랑의 등장은 테레즈에게는 잊고 있던 욕망을, 카미유에게는 열등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테레즈는 아버지가 떠나간 뒤 고모인 라캥 부인, 사촌지간인 카미유와 함께 사는 인물이다. 또 다른 엄마처럼 카미유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야 하는 의무감에 테레즈는 생기를 잃은 모습으로 기계적으로 살아간다. 카미유와 결혼하여 잠자리를 가질 때 잠시나마 성적 욕망을 표출하려 했지만 카미유는 그 욕망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런 테레즈 앞에 로랑이 등장하고, 자신을 ‘수호천사’나 카미유의 양육자로 봐주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으로 봐주며 그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로랑에게 빠져든다. 그렇게 제 성적 욕망을 해소할 대상으로 로랑을 택하고, 두 사람은 밀회를 나누며 서로의 욕망을 채워나간다.


반면 카미유는 그 집 안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픈 자신을 돌봐주는 두 여인 라캥 부인과 테레즈가 있어 카미유는 평화로운 삶을 살아갔다. 즉, 라캥 부인과 테레즈가 제 곁에 존재하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것과도 마찬가지로 여겼다.


하지만 제 친구인 로랑이 등장하며 두 여인의 이목이 자신이 아닌 로랑에게 쏠리자, 카미유는 로랑에 대한 열등감과 동시에 두 여인에 대한 깊은 소유욕을 자각한다. 마치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악을 지르고, 제 것을 빼앗아 간 로랑과 빼앗긴 라캥 부인과 테레즈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렇게 카미유는 테레즈를 데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고, 제 욕망이 꺼져버릴 위기에 처한 테레즈와 로랑은 카미유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2. 욕망이 폭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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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욕망은 터지고 말았다. 그러나 욕망이 터지고 남은 자리에는 환희와 쾌락 대신 전혀 다른 것이 남아 있었다. 죄책감과 두려움. 그리고 서로에 대한 깊은 증오. 어떻게 된 것일까?


카미유를 강에 빠뜨려 죽인 테레즈와 로랑은 다시 파리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카미유의 시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그것은 두 남녀에게 발각의 두려움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제 눈앞에 있는 라캥 부인과 카미유의 초상화 또한 둘을 죄책감으로 옥죄여 왔다.


두려움과 죄책감에 잠식된 둘의 욕망은 언제 있었냐는 듯 흔적도 없이 보이지 않았다. 욕망에 점철되어 서로를 탐하던 남녀는 이제 서로를 탓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 떨어지는 소리, 그림 속 카미유의 얼굴은 때때로 그들에게 악몽처럼 찾아온다.


이성을 잃은 욕망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처럼 질주하다가 결국 부딪히며 산산이 조각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속 운전자는 커다란 고통을 껴안고 만다. 두 남녀의 모습은 마치 처참한 사고 현장과도 같았다.


 

 

3. 욕망이 잔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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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는 떠났지만 테레즈와 로랑, 라캥 부인은 집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집을 간절히 떠나고 싶은 이들은 왜 집을 떠날 수 없게 되었을까? 죽은 카미유가 남기고 간 저주라도 된 것일까?


그러나 그들을 집에 영원히 매어두게 만든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욕망이 폭발하고 남은 자리는 비극뿐이었지만, 여전히 무의식중에 남은 욕망이 그들의 발을 붙잡아두었다. 집에 대한 욕망.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더욱이나 그들은 여전히 근사한 빛을 띠는 집을 떠나기에는 억울할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절제 없이 욕망을 표출하던 남녀는 욕망의 함정에 빠져 아름답고도 괴로운 집 안에서 계속 서성이며 서로에게 화를 내고 두려움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것밖에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집을 벗어나지 못한 채, 테레즈와 로랑은 함께 독약을 마시고 스스로 파멸로 걸어 들어간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은 욕망에 대해 어둡고도 섬세한 성찰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후반부는 카미유가 죽은 뒤 테레즈와 로랑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길고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그 파멸의 길을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욕망에 얽매여 스스로 파멸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남녀의 모습은 현재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그만큼 욕망이 가지는 무서움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욕망은 매혹적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럼에도 우리는 욕망을 절제 없이 해소하여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이를 되뇌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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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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