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불안에게 [사람]

글 입력 2022.10.10 06: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33029452_jivSY6o3_5BED81ACEAB8B0EBB380ED99985Dpsychology-gb200cccba_1920.png


안녕, 저는 당신이 지배하고 있는 몸뚱이의 주인입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당신이 저의 몸뚱이를 지배하고 있으니 당신이 저의 주인이겠습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저는 지배하는 동안 머릿속은 단단히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몸은 중력이 2배로 증가한 것처럼 땅으로 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에게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언제, 어디에서 저를 만나 저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으셨습니까. 저는 당신에게 마음의 자리를 내드린 적이 없는데 이것 참 요상한 일입니다. 요상한 일은 더 있습니다. 당신의 저의 수많은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마치 작은 거인인 듯, 어찌 이렇게 힘이 강하십니까.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잠시 당신을 잠재워보지만 마치 예민한 아기처럼 다시 울음을 터뜨립니다. 당신을 어르고 달래는 법을 몰라 오늘까지 당신에게 잡아먹힌 지 17일 차입니다.

 

16일 차 밤, 당신을 피해 저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잠을 자는 것뿐입니다. 제가 잠들어야만 당신도 잠들기 때문입니다. 실로 당신에게 벗어나는 법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시간조차 없다면 온몸이 당신으로 멍들 것입니다.

 

어느 누가 말했습니다. 불안, 당신은 제가 만든 것이라고. 제가 만들었는데 왜 당신을 조절할 수 없는 것인지, 억울합니다.

 

또 어느 누가 말했습니다. 불안, 당신은 세상이 만든 것이라고. 세상이 만들었는데 왜 당신은 왜 저에게만 있는 것인지, 억울합니다.

 

휴대폰 속 사람들은 다들 경치 좋은 곳에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먹으며, 항상 웃고 있습니다. 저의 삶과는 다릅니다. 저의 곁에는 좋은 곳이 아닌 언제 청소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방과 먹음직스러운 음식 대신에 말라 버린 밥풀뿐입니다.

 

이게 다 당신을 피해기 위해 잠들어버린 시간 때문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당신을 이겨낼 수 있습니까? 언제쯤 당신을 저의 삶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요?

 

당신만 잠재우는 방법은 당신의 꼬리를 밟아 그 부분을 해결하거나 해결하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뿐일 겁니다. 사실 머릿속으로 인지했지만 오랫동안 당신이 머무른 저의 몸은 움직이기가 어렵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어느 누군가 그러더군요.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랍니다. 당신이 저에게 준 것은 잠드는 시간뿐이었는데 원동력이라니, 신기합니다.

 

근데 어이없는 저 말을 믿고 싶습니다.

 

당신이 저의 숨을 빌려 연명했던 것처럼 이제는 제가 당신의 숨을 빌려 연명하려 합니다. 아직 삶의 원동력으로 어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당신을 이용할 것입니다.

 

이제는 당신이 저와 잠드는 시간을 기다리겠죠. 그러나 불안, 당신은 언제 또 저를 집어삼키겠죠.

 

당신에게 한 번 벗어나는 것이 어렵지 두 번이 더 어렵겠습니까. 저는 당신이 모르는 방법으로 다시 당신을 이용할 것이니 그럼 자만심은 넣어두는 게 좋습니다.

 

 

[황혜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