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으로 가는 길 - 옥상 위 카우보이

글 입력 2022.10.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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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뭘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상태일까. 이런 고민 한 번쯤 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5년 동안 법적 기준의 성인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반복해온 고민이다. 법적 기준 성인으로 살고 있지만 그 무게감은 아직까지 어색하다. 그냥 만 18세 이상의 사람으로 불리는 게 부담이 덜하다.

 

‘성인’과 ‘어른’의 느낌도 다르다. 전자는 시간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되어가는 느낌이지만 후자는 시간이 충분조건은 아닌 느낌이다. 성인이어도 어른은 아닌 존재. 또는 성인이 아니더라도 어른 같은 존재. 불균형을 이루는 이 개념들 사이에서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까, 하고 연극 ‘옥상 위 카우보이’는 질문을 던진다.

 

배우 김윤석이 처음으로 연출과 감독을 맡은 영화 ‘미성년’의 원작은 바로 이 연극이다. 그래서 중심적인 내용이 비슷하다. 서로 바람난 부모의 자식들이 겪는 고민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생 ‘주리’와 ‘윤아’는 서로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주리’의 아빠와 ‘윤아’의 엄마는 바람이 났으며 아이까지 생긴다.

 

문제의 근원은 부모이지만 정작 그 근원을 해결하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카우보이처럼 비유한다. 옥상은 그런 갈등의 장소이자 화해의 장소, 어른이 되어가는 장소다.

 

이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결정적으로 파괴될 수 있는 가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에겐 울타리 같은 부모가 필요하다. 버틸 수 있고 기댈 수 있으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게 가족이다. 하지만 울타리 틈이 부서지고 외부의 사람이 들어온다면 침입자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게 만일 바람이라면 더 크다.


바람에 무너질 수 있는 건 땅에 박힌 울타리뿐만 아니라 한 가정도 가능하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을 ‘카우보이’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서부극을 보면 꼭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서로 마주 보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도는 장면이다. 연극에도 이런 장면이 등장하며 음악까지 더해져 긴장감이 느껴진다.

 

말을 타고 총을 찬 카우보이처럼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아이들도 눈에 띄지만 문제를 외면하는 부모의 모습도 눈에 띈다. 아이들에 비해서 무대에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그저 도망치기 바쁜 ‘주리’의 아빠를 보면 어른이란 단어가 가볍게 느껴진다. 영화 ‘미성년’에서 김윤석이 연기한 아빠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면 부모는 회피하기 급급하다.


문제를 바람난 아빠와 엄마로 생각했을 때 그냥 재밌는 부분일 수도 있다. 아침 드라마나 주말 연속극을 보면 이제 바람은 하나의 재밌는 설정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연극은 문제를 ‘생명’과도 연결시킨다. 바로 부모 사이에서 생긴 하나의 생명체다.

 

아이들이 싸우는 경쟁 관계에서 책임과 해결을 생각해 어른으로 가는 길에는 생명이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자는 아이들의 결정은 서로 동맹의 손을 잡은 서부의 카우보이 같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가는 과정은 옥상에 다 들어있다.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좁은 공간에 아이들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표현되며, 어른이란 즐거움뿐만 아니라 어려움도 함께 안고 가며 책임을 지는 존재임을 전달한다. 뻔한 메시지지만 성인이 아닌 아이들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회피하는 부모와 대비되는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아이들을 보면 연극이 어린 생명체에게도 보여주는 배려가 있다. 연극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로 진행된다. 그리고 수아 자막과 음성 해설 등 많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연극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고 각 회차마다 수아 자막이나 음성 해설 등 다양한 배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결국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극단의 대답 같아 보였다. 어른은 남을 배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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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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