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카라카!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9.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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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라카’!

 

코로나가 비로소 끝났음을 알려주는 함성이었다. 여전히 마스크를 손에서 놓지 못했고 코로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인제야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이 돌아왔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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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부터 연세대학교 정문까지 이어지는 연세로 곳곳에는 파란색 옷을 입은 학생들이 많았고,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사진을 남기고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도 3년 만에 축제를 즐길 생각에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대학 축제를 처음 경험해보는 이들과 3년 동안 축제를 오랫동안 기다린 코비드 19 이전의 이들까지. 신촌이 들썩이고 있었다.

 

오늘 오피니언에서는 대학 축제, 그중에서도 연세대학교 아카라카를 소개하며 그 핵심에 있는 응원 문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아카라카는 연세대학교 응원단의 명칭이자, 응원단이 주최하는 연세대학교 축제 명칭이기도 하다. 해당 행사는 하루 동안 진행되며, 1부부터 3부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응원과 동아리 공연, 2부는 연예인 초대 공연, 3부는 응원 행사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 키워드는 연예인과 응원이라고 할 수 있다.

 

노천극장에 입장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내리쬐는 가을 햇살 아래 엄청난 인원이 파란색 물결을 이루고 그 안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실 응원 행사를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가장 즐기고 온 건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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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를 즐겨보는 이들에게는 응원가가 익숙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학 입학 전까지 ‘응원 문화’에 대해 일절 몰랐던 나에게는 새내기 시절 접했던 응원가가 그렇게 어색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응원하는 것인가? 일명 ‘연뽕(연세대에 대한 자부심을 의미하는 은어)’을 채운다는데, 이걸로 채워지기는 하는 건가?

 

정기 연고전(연세대와 고려대의 교류 행사로, 주로 스포츠 경기를 뜻한다)만을 위해 응원을 몸에 익힌다기에는 1년 내내 응원 행사가 주기적으로 잡혀있었다. 응원이 대학 문화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실 응원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응원가 내의 몇몇 가사는 시대 흐름에 맞게 수정되어 왔다. 어떤 응원가는 다양한 이슈로 사용되지 않기도 한다.

 

애초에 거시적인 시선에서, 응원 문화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연세대학교 구성원’이라는 의식을 강제적으로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부터, 대학 입시 판에서 굉장히 높은 축에 속하는 연세대학교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학벌주의를 단단히 하는데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학내의 다양한 구성원을 고려하지 못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응원은 주로 간단한 동작과 함께 진행된다. 모두가 일어나 어깨동무하고 앞뒤로 흔들기도 하고, 양옆으로 몸을 움직이기도 한다. 살살하는 것이 아니라 격하게 움직이는 편이라 다음 날이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기까지 하다.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진행되는 응원 행사는 ‘배리어 프리’와는 거리가 멀기도 하다.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격하게 움직이게 되기도 한다. 본인이 원하는 만큼 몸을 움직이기 힘든 행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응원 행사 이면에 존재하는 여러 이슈가 존재하고 토론이 진행되고 있기에 응원 문화가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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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응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나조차도 응원에 가슴이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원이 응원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응원이 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응원 문화는 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 굉장히 가시적이고 역동적인 방법으로 주기에 견고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더 나아가, 모두가 한 노래를 부르며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오락이며 쾌락이다.

 

올해 아카라카에 참석한 주변 지인들의 의견에 따르면 ‘어떤 대상을 응원’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응원 놀이 그 자체에 매료된 경우가 많다. 사실 나조차도 그렇다. 여전히 연고전과 같은 행사를 제외한 행사에서 어떤 대상을 응원하는지 인식하고 응원 놀이를 즐기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고려대학교와 일종의 ‘응원 겨루기’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페스티벌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안이 되는 것이다.

 

응원 문화는 대학 내 구성원들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하는 기제이자 서로의 실재감을 증폭시키는 행사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학내의 학생들은 서로 분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각자의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며 분리된 일상을 살아간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캠퍼스에서 더욱 극대화되었다.

 

온라인 생활은 디지털 세계라는 불투명한 공간에 서로를 감춰두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실감하며 모르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몸을 부대끼는 응원 행사는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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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캠퍼스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타인과의 연결성과 실재감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응원 문화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 않을까.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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