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은 시대의 거울 - 다락방의 미친 여자

현재의 사회 분위기는 어떤 문학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글 입력 2022.09.2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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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종이책은 항상 나의 친구였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는 거실에서 읽고 또 읽은 책을 망설임 없이 꺼냈던 기억이 드문드문 난다. 사락사락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와 부들부들한 촉감, 특유의 냄새까지. 그때는 책을 종이가 아닌 형태로 소장하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동생이 수험생이 되면서 하나밖에 없는 작은 책장이 문제집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종이책을 멀리하게 되었고, 사진집을 제외하고는 e-book을 구매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이런 내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문화 초대 메시지를 읽고 아무 생각 없이 신청을 눌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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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착 알림을 받고 문밖에 나가자 웬 벽돌이 우리집 앞에 놓여 있었다. 책장이 꽉 차다 못해 터져나가고 있는데 1168페이지짜리 책을 받아버린 것이다. 공간은 어떻게든 만들면 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엄청난 무게의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책은 총 6부 16장으로 되어 있는데, 1부 ‘페미니즘 시학을 향하여’에서는 문학의 시대 배경을 제시하며 당시 여성들의 유행과 공포가 문학에서 어떤 이미지로 재현되었는지 설명한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드러 잉글리시가 보여주었듯, 19세기 내내 ‘상류층과 중상층 여성들은 ‘병든’(허약한, 건강이 나쁜) 존재로 여겨졌으며, 노동자 계급 여성들은 ‘병들게 하는’(감염시키는, 병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들은 ‘숙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계속 ‘숙녀란 약하고 병약한 존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음’을, 그 결과 ‘여성의 병약함에 대한 숭배’가 영국과 미국에서 발달했음을 지적한다.] (p154)

 

이 부분을 읽으며 아주 동일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비슷한 사회적 동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아이돌이 데뷔하는 가운데 어떤 존재가 완벽한 아이돌(Idol, 우상)로 여겨지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세기 문학을 살펴보면, 여성 작가들이 자신의 본성과 그 본성에 대한 그들의 비전을 비추려고 들고 있는 거울에서 이 미친 여자가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심지어 표면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얌전하게 보이는 여성 작가들조차 대단히 독립적인 인물들을 강박적으로 창조했으며, 이런 인물들은 작가나 작가의 순종적인 여자 주인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가부장적 구조를 파괴하고자 한다.] (p189)


사실 책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소설을 읽은 지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읽은  ‘프랑켄슈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다. 3부 7장 ‘공포의 쌍둥이’에서는 작가 메리 셸리의 성장 배경을 짚어가며 ‘프랑켄슈타인’을 비평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브가 (그리고 괴물이)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은 메리 셸리에게 문화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틀림없이 특별한 의미일 것이다. (중략) 이브는 남성 창조주의 이미지를 따라 만들어진 남자의 이미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녀의 전례없는 여성성은 단지 결함 있는 남성이자 괴물의 비인간적인 육체 같은 기형으로 보일 뿐이다.] (p450)

 

[이 모든 이유 때문에 어머니를 발견할 가능성(또는 불가능성)을 눈앞에 둔 괴물의 태도는 유별나게 모순적이고 복잡하다. 괴물은 자신의 유일한 ‘어머니’(빅토르 프랑켄슈타인)가 누구인지 알고 놀란 나머지 처음에는 부모를 혐오한다. 괴물은 독서를 통해 (메리 셸리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게 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잉태’와 ‘출산’의 세세한 과정을 알게 된다. 빅토르는 ‘역겨운 인간[괴물]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혐오스러운 상황’을 기록한 일기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450)

 

‘프랑켄슈타인’을 읽은 직후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피조물과 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했었다. 새로운 시각을 알게 된 지금은 괴물과 이브(여성)의 공통점, 이브(여성)이자 타락한 아담(남성)으로 상징되는 빅토르와의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다시 보고 싶다.


긴 글을 찬찬히 곱씹으며 문학은 시대의 영향을 여실히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급된 작품들을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며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의 사회 분위기는 어떤 문학을 만들어 내고 있을까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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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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