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삶 속으로 들이는 법: 도서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글 입력 2022.09.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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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나에게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도 최우선순위로 다가왔던 적이 있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릴 적 미술학원과 음악학원을 같이 다녔어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시간은 음악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당장에 유년기에 음악으로 상을 받아본 적은 있어도 미술로는 상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어린 마음에 당연히 음악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스무살 이후로 시간 범위를 좁혀보아도 예술 분야에서 내 마음 속의 최우선순위는 항상 음악이었다. 미술은 감상할 때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어렵다는 느낌이 더 컸는데, 음악은 어렵다는 느낌보다도 즐겁고 재밌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과 미술 중 우열을 가린다면 분명 음악이 항상 내 마음 속의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음악이 덜 좋아졌다기보다는, 음악만큼 미술도 좋아하고 싶어졌다. 코로나 시국을 거쳐오면서 바뀐 여러 가지 중에, 내 마음 속에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이 바로 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이 마음이었다. 작년 연말에 로이 리히텐슈타인 전을 보고, 그 후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과 호안 미로 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그리고 석파정 서울미술관 10주년 기념전까지 보게 되면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전시를 많이 다녔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미술이 재밌고 더 알고 싶고 또 내 삶의 한 부분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이소영 작가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을 다루는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에 이어, 그가 아트 컬렉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월급을 받는 내가 아트 컬렉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석파정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를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겠다는 의욕을 가진 나에게 이소영 작가의 이번 신간은 너무나 필요한 책이었다.


 



< 책 소개 >


이소영 작가는 그동안 여러 권의 미술 관련 도서를 쓰며 대중에게 미술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아트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저자가 정말로 사랑하고 오랫동안 지속해온 일은 바로 '아트 컬렉팅'으로, 인기 TV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작가, 미술 교육인도 아닌 '아트 컬렉터'로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은 15년 동안 200여 점을 소장하고, 래리스리스트에 '영향력 있는 한국인 컬렉터'로 선정된 이소영 작가가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아트 컬렉팅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 지식부터 중급 컬렉터로 나아갈 수 있는 고급 정보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도록 4개의 STEP으로 담았다. 또한 작가가 실제로 소장한 현대미술품들을 최초로 소개하면서 직접 구매했던 경험담을 녹여내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아트 컬렉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이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배울 곳이 없을뿐더러 복잡하고 방대한 미술시장 속에서 헤매기 일쑤다. 몸소 부딪치며 실수하고 비싼 수업료를 치르기 전에 이 책으로 아트 컬렉팅을 샅샅이 파헤쳐보자. 한 주에 적어도 3회, 1년에 200회의 전시를 다니며 쌓아온 저자의 노력과 시간을 담은 이 책은 아트 컬렉팅이라는 길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이소영 작가는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을 총 네 가지 스텝으로 나누었다. 가장 첫 번째로는 아트 컬렉팅 입문하기로 시작하면서 크게 아트 컬렉팅이 무엇인지, 그리고 미술품의 장르가 무엇인지의 두 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세부 꼭지들을 나누었다. 이소영 작가는 가장 먼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트 컬렉팅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가지지 않기를 주문하고 있었다. 그림을 알고, 사랑하게 된 사람이라면 그림을 볼 줄 알게 되고 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장하게 된다는 유홍준의 문장을 인용한 작가는 아트 컬렉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생긴 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아트 컬렉팅은 요즘 소위 말하는 '아트 테크'의 차원이 아니라 소유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심리적 재테크의 기능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미술품이 돈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유하고 즐기는 만족감이 더 크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술품의 가격이 반드시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리세일이 힘들기 때문에 아트 컬렉팅과 아트 테크의 개념을 초반부터 독자들이 구분하여 생각하기를 주문한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아트 테크만을 생각하고 이 책을 일기보다는 아트 컬렉팅 그 자체에 좀 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이 이소영 작가의 진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떤 장르의 작품들을 살 수 있을까. 이소영은 가장 먼저 회화를 소개했다. 회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는 작품인 동시에 유니크 피스(원화)가 명확한 작품이기 때문에 먼저 소개한 듯하다. 다음으로는 판화를 소개했다. 의외로 회화보다 판화가 초보 아트 컬렉터들이 많이 도전하는 분야라고 한다. 그런데 판화는 원화가 아닌 경우가 있다. 실제 전시회에서 판화 작품을 보더라도 오리지널인지 프린트인지가 항상 명시되어 있는 점을 유념한다면, 판화 구매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작가는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컬렉팅 대상들도 소개했다. 아트 토이, 아트 포스터 그리고 사진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들이었다. 아트 토이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아트 포스터의 경우 코로나를 거치면서 인테리어 수요가 높아진 후로 집안을 꾸미는 소품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요소들도 컬렉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그야말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품는 대상이라면 어떤 것이든 수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소영 작가는 조심스럽게, 스텝 1의 말미에 드로잉 컬렉팅을 추천했다. 작가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이 잘 드러난 장르가 바로 드로잉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책 속에는 이소영 작가가 소장한 드로잉 컬렉션 중 하나가 담겨 있었다. 이근민의 였다. 날 것의 터치로 그려진 형상들, 콜라주된 알약에 받은 이 느낌을 결코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소영 작가가 초보 컬렉터들에게 추천한 드로잉의 매력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와닿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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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스텝 2는 미술시장 파헤치기라는 이름으로 실제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미술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면 될 지를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와 옥션을 구분하는 방법부터 소개한 그는 미술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들까지 소개하고 있었다. 갤러리는 작가를 잘 육성하는 갤러리가 좋은 갤러리이며 메가갤러리부터 신진갤러리까지 다양하므로 두루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작품은 비단 갤러리에서만 구매가능한 것이 아니라 옥션에서 입찰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작가에게 직접 구매하는 방법도 드물지만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이소영 작가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기에 매우 생생하게 와닿았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으로 미술품 구입을 시작할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세금까지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미술시장에 접근하는 초보자들을 위한 지침을 전반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스텝 3를 언급하기에 앞서, 미술시장 및 아트 컬렉팅과 직결되는 스텝 4를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스텝 4에서 이소영은 나만의 아트 컬렉팅 포트폴리오와 컬렉팅을 지속하기 위한 화두들을 다루었다. 아트 컬렉팅에 관심을 가지는 입문자들에게, 저자는 자신만의 테마를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것이 추상적인 개념이나 명확한 대상이 되든, 아니면 작가에 집중한 것이 되든 자신만의 테마를 잡아보는 것은 작품 감상에 있어서도 확실히 도움이 될 듯하다. 작가는 여기서 또 한 번, 아웃사이더 아트 역시도 테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한다. 다만 지속적인 컬렉팅을 위해서는 처음 정했던 테마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면서 컬렉션의 방향성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다.


또한 앞서서는 작품을 사기 위한 장소, 사는 방법 등을 안내했다면 스텝 4의 지속하기에 이르러서는 작품 구매 이후 일어나는 일들도 짚어주고 있다. 예컨대 작품을 어떤 액자에 걸어야 하는지, 집에 둔다면 어떻게 보관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말이다. 작품을 산 후에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어야 할 문서도, 작품이 파손되었을 때에 복원하는 방법도 다루면서 초보 컬렉터들이 겪을 당황스러운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미술관에 작품을 빌려주는 상황에 발생하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내가 가진 작품들을 미술관에 기증하는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꼭지였다. 내가 소장한 작품들을 대여해주는 일이 생긴다면, 혹은 내가 가진 작품을 국공립미술관에 기증할 수 있다면 그 때에 느낄 성취감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읽어가면서 언젠가 나에게도 이런 일이 오기를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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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에서 아트 컬렉터 초심자도, 아직 컬렉팅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탐독할 부분은 아마도 스텝 3일 것이다. 이 장에서, 이소영은 나의 취향을 파악하고 안목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취향을 알아야 컬렉팅을 할 때에도 타인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작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취향을 알려면 그만큼 전시를 많이 다녀보면서 스스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그런 차원에서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스페이스K미술관, 리움미술관, OCI미술관 그리고 일우스페이스미술관과 금호미술관 같은 기업 미술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데뷔하는 무대의 장이기도 하고, 소위 말하는 비싼 작품들도 다수 소장하고 있기에 보는 눈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하여, 이소영 작가는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에 익숙하게 예쁘다고 느끼는 작품보다는 이상하거나 난감한 작품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과거의 미학이 아닌 새로운 미학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낯설다고 느껴지고, 이해가 잘 가지 않더라도 그 작품에 어떤 감정이 든다면 그 지점을 오히려 깊게 파고 들었을 때 새로운 감상의 폭이 열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더욱 나만의 느낌을 잡아내기 쉬워지는 순간이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전시회를 갔을 때에는 이소영이 말하는 이 감상에 주목하여 전시를 눈에 담아볼 예정이다.


작품을 깊게 보는 방법으로, 저자는 장르와 주제, 소재, 매체 그리고 형식에 주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소재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작품 속에 구현된 것을 말한다고 개인적으로 이해했다. 매체는 요컨대 재료다. 처음 단어만 보았을 때엔 소재가 재료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매체가 작품 구현을 위해 사용된 재료를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형식은 매체를 활용하여 작품 속에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규칙성이나 배열, 비례와 반복 같은 것들이 형식의 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역시도 추후에 미술관을 갔을 때에 감상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작가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가기 좋은 국내외 미술 행사들을 소개했다. 작가 이소영이 소개한 행사 중에서 접근성이 좋은 국내 행사들을 꼽자면 키아프, 화랑미술제, 아트 부산, 더 프리뷰 아트페어, 을지 아트 페어가 있다. 아트 페어의 섹션 기획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페어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부대행사에도 참여하면 안목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제는 접근가능한 행사부터 가봐야 할 것 같다. 올해 서울에서 프리즈가 있었던 것을 미처 몰라서 가보지 못했던 게 참 아쉽지만, 가능한 것부터 해나가면 되니까 나처럼 뒤늦게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사람들 모두 지금부터 갈 수 있는 전시, 아트 페어 그리고 비엔날레 등의 행사들을 찾아가면서 경험을 쌓으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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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자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지만 미술 작품을 더 잘 알고 싶고 내 일상 공간에 소장하고 싶다. 그 일념 하나로 만난 이소영 작가의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은 미술 작품과 장르에 대한 이해부터 미술시장의 구조와 작품 구입 방법 그리고 안목을 기르는 법까지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코로나 이후로 여러 재테크가 흥하면서 아트 테크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트 컬렉팅에 대한 입문서를 내는 것이 작가 입장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아트 컬렉팅은 아트 테크와는 분명 다른 길인데도, 컬렉팅을 재테크로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하고 책을 출간해준 이소영 작가의 결심이 너무나 고맙다. 걱정이 되는 요인들이 있음에도 그가 결단하고 출판을 감행한 덕분에, 미술을 더욱 내 삶으로 들이고 싶은 내 의지가 더욱 불붙을 수 있었다. 물론 이 상태 그대로 미술관을 가더라도, 여전히 미술은 나에게 아직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이 마음으로 다가서다보면 나도 나만의 컬렉션으로 들이고 싶은 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지은이: 이소영

분야: 미술일반/교양


출판사: 카시오페아

페이지: 416쪽


정가: 22,000원

ISBN: 979-11-6827-066-4 (03600)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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