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록 헛걸음일지라도 [운동/건강]

글 입력 2022.09.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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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 H가 너 아니냐며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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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산책은 습관이다.

 

새로운 동네로 왔을 때 첫 번째로 하는 일 중 하나인 ‘초록색 산책길 찾기’란 (도서관 시리즈 上 편 참고) 바로 이 습관을 보다 더 행복하게 실행하기 위함이다. 습관처럼 매일 하는 산책을 훨씬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회색 도시를 걷는 것보단 초록색으로 둘러싸인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하천에서 태어난 새끼 오리들의 안부를 살피는 일, 계절별로 새로 자라나는 식물들을 찾아보는 일, 벤치에 누워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는 일, 다채로운 냄새로 가득 찬 풀밭을 누비는 강아지들과 어두운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발견하는 일은 초록색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이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산책을 하러 나서는 건 아니다. 산책이 습관이 된 이유를 찾자면 걷기를 좋아해서일까. 누군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걸 하나 말해보라고 한다면 자신 있게 걷는 걸 선택할지도 모른다. 걸을수록 힘이 나는 사람이라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빠르게 걸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보폭도 넓고 걷는 것도 빨라서 남들과 함께 걷는 게 쉽지는 않다. 성격은 느긋한 편인데 유독 걸을 때만큼은 누가 쫓아오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빠르게 걷는다.

 

그 예로 학창 시절 달리기 점수는 전교 하위권이었지만 경보 점수는 항상 상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산책길에서 힘차게 앞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앞지르며 걷는 모습은 누가 봐도 운동하러 나온 사람 같겠지만, 사실 내 시선은 저 그림처럼 한가롭게 주변의 작은 행복들을 살피는 중이다.

 

 

 

비록 헛걸음일지라도



끼리끼리 논다는 인생의 진리처럼 내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걷는 속도는 저마다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너랑 걸으면 걷는 게 아니라 달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뒤부터는 상대방의 속도에 맞추는 편이다. 내가 산책을 하며 느끼는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걷는 사람도 온전히 마주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함께 걷는 사람의 걸음에 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나의 시선은 상대방에게 향한다. 상대방이 마주하는 산책의 순간들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혼자 걸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사소한 행복들을 나누고 마음속에 담아본다. 이렇게 담아둔 순간들은 우리의 추억거리가 되어 두고두고 곱씹을 때마다 그때의 기억에 웃음 짓게 만든다.

 

헛걸음의 사전적 정의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헛수고만 하고 가거나 옴, 또는 그런 걸음이라고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산책이란 우아한 헛걸음이다.”라는 문장은 맞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우아한 헛걸음이 목적을 가진 수많은 걸음들의 힘과 쉼이 되어준다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우아한 헛걸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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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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