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울음에도 맛이 있다 [사(私)랑에 대하여]

ep. 2 : 사랑과 관련한 여러 가지 '울음의 맛'에 관한 단상
글 입력 2022.09.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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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사사로울 사)랑에 대하여'


 

 

필자의 첫 에세이자 총 6편으로 구성될 <私랑에 대하여>는 크고 작은, 다양한 사랑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어쩌면 스스로 잃어버린 사랑 감도를 찾기 위한 여정이자, 사랑에 관한 저의 고민을 나누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여러분들께서 사랑에 대해 잔뜩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두 번째 에세이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p. 2 울음에도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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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주 복합적인 요소가 얽힌 감정상태의 집합체입니다.

 

쉽게 말해 희노애락, 아니 어쩌면 인생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행위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다양하니까요.

 

사랑을 다루는 에세이인데, 어째서 그 많고 많은 감정 중에서도 '울음의 맛'에 대해 논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이렇게 대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과 눈물은 불가결의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행복해서, 슬퍼서, 외로워서.... 이처럼 사랑을 하며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 상태, 그 끝에 눈물이 자리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거든요.

 

울음에도 맛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저는 몇 달 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난 뒤에 정신을 차려 보니, 코와 입 속의 가득한 물기에서 어렴풋이 맛을 느낄 수가 있었거든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눈물의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맛이 났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눈물은 트리거가 되는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부터 터져나오기 직전까지의 모든 시간들이 함축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느낀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맛이 다 다르게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 하게 되었죠.

 

2n년 간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 중에서도,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사랑과 관련된 것들만 추려 사례와 함께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사랑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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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끼는 관계에서 겪는 힘듦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에 흘러 나오는 눈물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언제나 슬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편이었고요.

 

두 뺨을 지난 물이 입가를 지나 목과 턱의 이음새로 흐를 때, 처음에는 짠기 가득한 맛이 나다가 이윽고 소금기가 쭉 빠진 물로 변하는데요. 그렇게 펑펑 울고 나면 진이 다 빠지죠. 그 순간에 괴로움이 응축된 맛과 기분이 불쑥 찾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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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나 다시 본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이별장면에서 흐르는 눈물은 또 어떠합니까. 공감능력이 좋은 탓에, 주인공에게 과한 감정이입을 하는 편인데요. 돌이켜 보니 거의 비슷한 장면에서 비슷한 온도와 농도로 숨죽여 울었으며, 그 맛은 놀라울 만큼 변함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해당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맛으로 전환되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령, <이터널 선샤인>을 볼 적에 흘린 눈물에서는 그녀의 머리색처럼 퍼렇고 찢어지게 아픈 맛이 나면서도, 오렌지빛깔 맛이 동시에 났거든요. 뭐랄까, 돌림노래같은 사랑때문에 행복하던 시절과 이별 후 아팠던 시절이 모두 눈물에 녹아져 있었달까요.

 

'기억을 지워도, 결국 사랑은 몸이 본능적으로 기억하는 거구나' 하면서, 사랑도 머슬 메모리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닫고 흘린 눈물이라 두 가지 맛이 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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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별 후에 자주 듣거나, 연애를 하던 당시 함께 듣던 노래가 헤드셋이나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별안간 재생될 때.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마냥 도입부부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합니다. 그곳이 설령 만원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와중에 부여잡을 곳 하나 없어서, 내가 나를 꼭 끌어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울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터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사람 많은 카페에 연인과 마주 앉아 이별을 논하는 와중에, 울음이 입가에 맴돌아서 혼났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놓고서는, 집으로 돌아온 다음 침대 위에서 외로운 마음으로 울며 지새우던 밤의 감각은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제가 이별 후 흘린 눈물들은 하나같이 퍽퍽한 맛이었습니다. 고구마나 시루떡을 입안 가득 욱여 넣고서, 씹어도 씹어도 삼켜지지 않는 그런 느낌이요. 정확하게 말하면, 맛이 아니라 퍽퍽한 감각이겠죠?

 

답답함과 슬픔과 아직 남아있는 애정이 한데 모여서 이루어내는 그 퍽퍽함은 사랑이 끝날 때마다 제게 찾아왔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는 별개로 말이죠. 그리고 이 울음의 맛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익숙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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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주 가까운 사람의 나이듦과 죽음 앞에서는 또 어떤가요.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경험, 사랑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없어지는 일만큼 슬프고 아픈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이 듭니다. 눈물은 당연한 수순이죠.

 

그러한 사건을 겪으면 후회의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라는 문장이 참으로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오죠.

 

사랑을 주고 받은 사람이 영영 사라지는 일은 앞으로 훨씬 더 많이 겪을 테지요. 그 때마다 후회의 맛을 느낄 걸 생각하니 벌써 입 안부터 목 뒤까지 욱신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장소를 불문하고 눈물을 흘리는 제가 참 유약한 인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전혀 울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 울컥여서 혼이 났거든요.

 

아마도 울음의 맛을 너무도 선명히 기억하는 탓이겠죠. 눈시울이 자꾸만 붉어지고, 코가 찡하고, 목이 메이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 분이라면 공감을 해주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사랑에서 파생된 울음의 맛은 너무 선명해서 가끔 우리를 괴롭게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만큼 '나'의 역사를 잘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눈물을 흘리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하지요.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보았다는 그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으니 말입니다.

 

다양한 사랑 그리고 이별과 관련된 울음의 맛은 늘 뒷 끝이 진하게 남는 듯 합니다. 추억이 응집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눈물을 흘림으로써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말보다 훨씬 다채로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여러분이 사랑을 하면서 느꼈던 '울음의 맛'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맛은 무엇인가요?

 

 

[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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