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의 엄마께, 어머니께

글 입력 2022.09.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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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엄마와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저녁 일과를 마치고는 서로 영상통화를 함께 하며 웃었다. 문득 대화 말미에 엄마께 여쭈어보았다.


나 : "엄마, 엄마는 언제가 되어야 일 안 하시고 쉬세요?"


엄마 : "이번 생은 포기했어. 흐흐. 일을 하는 게 몸이 고단해도 또 내가 움직여서 이 나이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좋은 거지."


나 : "엄마, 엄마는 꿈이 뭐예요?"


엄마 : "나는 꿈이 없어. 아직 그런 걸 생각해보지 못했기도 했고, 그저 앞으로 남은 내 생애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것일 테지. 은미 엄마, 그리고 아내 역할을 잘 해낸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나 자신이 장해."


엄마와 나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나는 또 이야기했다. "엄마, 나중에 제가 지금의 엄마 연세가 되었을 때, 지금의 엄마 모습을 닮아 뭐든지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께서는 흐뭇해하시며 마지막 한 마디를 이어 가셨다.


"은미야.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라고 불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만큼 귀한 일이기도 하단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견디고 애쓰며, 사랑으로 키워내기에 그 보람을 누리는 것이란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외가댁 고모할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어른거렸다. "은미 네 엄마는 오늘도 일갔지? 평생 너 하나 보고 살았잖아."


그날 밤, 나는 평소보다 더 어두컴컴했던 방에서 혼자 침대에 누워 가슴을 부여잡고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울었다. 평생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한 사람의 모습이 그제야 보이게 되었다.

 

아마 ‘엄마’이기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 누리지 못했던 것들, 그 속에서는 때론 좌절하고 실망의 연속이셨을 테지. 단 하나의 ‘희망’으로 자녀 앞에서는 다시 일어나야 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수도 없이 많으셨을지 미처 나는 다 헤아리지 못했으리라.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아무렇지 않은 듯 모처럼 포근하게 잤다며 엄마께 아침 안부 인사를 전했다.


퇴근하고 나서 저녁이 되자, 어김없이 야간 근무 중인 엄마께 메시지가 왔다. “사랑하는 우리 딸 은미. 아기들 엄마 노릇 하느라고 힘들었지? 엄마가 다 알아. 사랑해 우리 딸.” 그제야 비로소 나도 엄마 품에 안기는 순간이었다.


혹여나 상할세라 속마음까지 곱게 살펴주시는 엄마 덕분에 지금 내 모습은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더 많이 웃는 얼굴이 되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밝게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엄마 인생의 세상 최고 ‘걸작품’인 것이다.


“원래 그 존재만으로도 향기로웠지. 우리 딸 은미. 엄마는 우리 딸이 앞으로도 당차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며 늘 현명한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어.”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마지막 엄마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깊은 사랑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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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지금의 내가 전부 알지 못할 그 사랑. 이다음에 내가 엄마가 되어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겠지. 일에 지쳐 당신의 몸이 아픈 것보다 딸이 아프고 힘든 것을 볼 때, 그 마음이 더 찢어져 아프다고 울면서 흐느끼시던 엄마의 그 마음을 말이다. 그렇기에 언제나 사랑합니다. 나의 어머니.


약 9km 떨어진 곳에서 딸의 마음 한 조각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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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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