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의 갓생이 나의 갓생은 아니지 [사람]

글 입력 2022.09.0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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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참 복잡한 계절이다. 별일 없어 지낸 날들이라도 작은 하나를 가지고 하루를 망치곤 한다.

 

이런 적이 있다.

 

간 밤에 살짝 열어둔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완벽한 아침을 맞이했다. 처서가 지난 후 갑작스럽게 차가워진 온도에 옷장 깊은 곳에서 체크무늬 남방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옷장에 있어서 그런지 약간의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냄새는 아니었다.

 

아침은 먹지 않기 때문에 대충 세수만 하고 헤드폰을 챙겨 집을 나셨다. 해가 떠 이 스산함이 사라지기 전에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길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나와 같이 이 시간, 이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일까. 왠지 모를 친밀감이 든다. 두 곡 정도의 음악을 들었을 때쯤.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이 날씨를 좋아하지만 아직 몸은 가을보다 여름에 익숙하기 때문에 추워서 몸을 잔뜩 움츠렸다. 눈앞으로 러닝하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보통 이럴 때 하는 생각은 나에게 유쾌하지 않다. 나는 옷장에서 막 꺼낸 체크무늬 남방 꺼내 걸치기고 앉아있지만, 그들은 러닝을 위한 복장을 갖춰 어디인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모습을 보고 “진짜 부지런한 분들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들의 부지런함이 나의 게으름으로 다가왔다. “저들은 매일 아침 런닝을 하겠지. 반면 나는 뭐하고 있을까. 잠이나 자고 있었겠지.” 그들이 뛸 때 벤치에 앉아있던 나의 모습처럼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힘차게 나아가고 나는 힘차게 주저앉아 있는 듯했다.

 

사실 나도 괴롭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다. 서로에게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되새기지만, 결국 저들과 나는 같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묶여 서로를 실란하게 분석한다. 그들은 무엇이 잘랐으며 대단하고 나는 무엇이 못났으면 그들과 비슷해지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적어본다.

 

첫 번째, 아침 6시 일어나 조깅하기

두 번째, 아침 식사 챙겨 먹기

세 번째, 배달 음식 일주일에 한 번만 시켜 먹기

(...)

일곱 번째, 이렇게 어떻게 사냐…?

 

벤치에 앉아 바라본 그들의 삶이 부러워 억지로 끼어본 나의 하루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새벽형 인간으로 아침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로 나의 할 일이 이루어지는 새벽은 나의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는 시간이며, 그 새벽이 지나가면 잠으로 충전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나의 하루이다.

 

아침을 먹으면 속이 항상 안 좋았던 나는 중학생부터 아침을 먹지 않았고, 할머니의 말씀으로 몇 숟가락 먹는 척을 하긴 했어도 중요한 시험이나 수행평가가 있는 긴장이 가득한 날에는 더더욱 먹지 않았다. 그들이 새벽에 일어나 조깅을 하는 것도,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내가 아닌 그들의 필요로 인해서 그들이 만들어낸 규칙이다. 다시 말하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갓생’이라는 단어가 트렌드이다. 갓생은 MZ 세대 사이에서 과장하거나 대단한 것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접두어 ‘갓’에 인생이 더 해진 합성어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부지런한 삶’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을 30시간을 사는 것처럼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한다. 일찍 하루를 여는 것에 의미는 끝나지 않는다. 하루 속에 자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이 있다.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퇴근 후 스터디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맞게 필요한 것을 하루에 담아낸다.

  

내가 ‘갓생’을 처음 들었을 때 담고 있는 의미는 좋았다. 더 나은 사람을 위해 발전하는 나를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가 퇴색되어 또 다른 방법으로 현대인들을 조인다. 안 그래도 비교 군이 많은 시대에 ‘갓생인’은 정말 가까운 정답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수많은 오답 중 새로운 오답이 되었다.

 

나는 ‘갓생’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 한다. 모두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갓생’또한 다르다. 초반에 작성했던 갓생 목록을 삭제하고 다시 작성한다면.

 

첫 번째, 유튜브는 자기 전 1시간만 보기

두 번째, 영어 문장을 하루에 하나씩 외우기

세 번째, 8시에 일어나 날씨에 맞는 노래 들으며 감사 일기 작성하기

네 번째, 최소 30분 밤 산책하기

 

이 정도로 작성하고 싶다. 이것이 나의 갓생이다. 나의 삶에서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를 동전 뒤집듯이 순식간에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SNS에 업로드되는 레깅스 입고 러닝하는 모습이 아닌, 아침에 일어나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펜을 들겠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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