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름뿐인 그대들 [사람]

그저 있는 그대로 툭툭!
글 입력 2022.09.0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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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의 방학을 관극, 식사, 숙면 이 세 가지로만 가득히 채웠다. 중간중간 졸업을 위한 작업에 손을 대긴 했지만 그것도 8월 끝물에서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급히 진행한 '나에게 보여주기식'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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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게으름에 죄책감이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 간 시간이라 되돌릴 수도 없는 것을.


9월 1일에 시작하는 막 학기에 갈려나갈 자신에 대한 마지막 선물을 한 셈 치기로 하고 8월의 마지막 날인 8월 31일, 올해 아마도 나의 마지막 휴일이 될 수도 날... 이날이 올해의 마지막 관극이길 바라며 공연 하나를 예매했다.


과연 이게 진짜 올해의 마지막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8월 31일까지 관극으로 채우며 완벽한 허송세월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바로 글쓰기



2개월간의 완벽한 허송세월을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에 편치 않은 마음을 갖고 있을 와중에 그 무거운 죄책감을 비집고 나온 것이 딱 하나 있다.

 


글쓰기!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에디터 활동으로 인해 내가 무려 글을 쓰게 되었는데 2개월간의 길지 않은 시간에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 작성한 글이 많지는 않지만 사이트 검색란에 내 이름을 쳤을 때 나타나는 글이 있어서 신기하고 뿌듯하다.


사이트에 내 이름은 치면 뜨는 그 글들은 2개월간의 내 생활로 인해 쌓인 죄책감을 한껏 가볍게 해주었다. 그 글들이 2개월간의 내 생활 반경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해 주고 없었던 스토리도 만들어 준 덕분이다.


영양가 없이 지난 간 것만 같은 지난 2개월에 그 글들을 한 편 한 편 열어서 보면 내가 그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많이 보며 생각이란 걸 했구나 싶어 마치 작가노트 한 권이 뚝딱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끔 주변인들에게 '내가 쓴 글이 인터넷에 뜬다?'하고 소심하게 자랑도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아직 내 생각과 활동과 재주가 너무 부끄럽고 민망하기에 매번 접어두고 있다.


(이 마음이 언제 펴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당분간은 아닐 듯싶다. 어쩌면 영원히..?)

 

 


소중한 tag



이러한 부분에서 아트인사이트의 tag는 내가 계속해서 글을 써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각자의 글과 함께 첨부되는 tag 덕분에 나는 글과 이름으로만 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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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제외한 서로에 대한 그 어떠한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담백하고 진솔하게 다가왔고 나또한 그렇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사람의 행동, 생각, 특징, 취향, 성별, 활동 반경, 나이 등 그 무엇도 알고 있지 않고 또한 굳이 알려고 하지 않기에 해당 글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툭툭 읽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여기은'이라는 이름 석 자에 내 모습을 숨겨둘 수 있어서 어떠한 걸림과 불편함 없이 매주 글을 작성할 수 있었고 남에게 보여주기식의 글이 아닌 남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진짜 내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오버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가끔 어떤 글을 읽고 해당 인(人)이 쓴 다른 글도 읽어보고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글을 써나갈 수 있을까 혼자 방구석에서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름뿐인 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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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하나같이 낯선 글과 함께 남긴 그들의 이름(tag) 덕분에 나는 완벽하게 분리된 것만 같았던 그들에게 조금의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조금의 친밀감 때문에 그들의 글을 계속해서 읽고 나의 글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갖게 되었고, 조금의 분리됨 때문에 그들과 글을 판단한지 않고 힘을 들여 무조건 이해하려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름뿐인 그대들에게 지금까지의 나의 글쓰기 대장정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어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같은 바람 맡으며 같이 글을 써 내려가자는 말을 남기고 싶다.


앞으로도 이름 뒤에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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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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