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양미술사 속 매너리즘 [미술/전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글 입력 2022.09.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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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르지 않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미술사가인 아놀드 하우저Arnord Hauser는 자신의 저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매너리즘이란 전통으로 여겨지는 고전주의적인 예술 모방으로부터의 도피이자, 예술이 영혼 없는 아름다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즉, 고전주의가 추구하는 예술의 전통은 새로운 것의 탄생을 위한 일종의 방벽이며, 그런 의미에서 매너리즘은 관습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고뇌에 의한 표현방식이라는 것이다.

 

 

 

서양미술사 속 매너리즘


 

매너리즘은 15세기 중반 이후 전 유럽을 동요시킬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던 예술적 표현으로, 당시 당시 이탈리아 사회는 격동의 변화를 맞고 있었다. 제국주의적 강대국으로 거듭난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침략으로 나라는 황폐화되었고, 사회 전반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 잔재했다.

 

문화 예술의 중심지였던 로마는 폐허가 되었으며, 르네상스 미술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교회와 수도원, 성당, 궁전은 외국의 침입에 의해 완전히 무너졌다. 교황은 힘을 잃고 황제와 동맹했으며, 따라서 공화국의 유지 또한 불가능했다. 고위 성직자와 예술 활동을 지배했던 예술가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신항로의 발견은 기존의 무역 중심지를 지중해에서 서쪽으로 이동하게 했고, 이와 동시에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자본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전 유럽에서는 교회의 부패와 성직자들의 탐욕에 격분하여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고, 이에 반한 반종교개혁운동 또한 전개되었다.

 

이러한 사회, 정치, 문화적 변화를 바탕으로 등장한 매너리즘은 그간 예술가들이 추구했던 안정과 이상의 경지인 고대 로마, 그리스 미술과 당시 이탈리아를 경험한 예술가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며 생긴 예술 양식이라 볼 수 있다.


매너리즘 미술의 특징을 꼽자면, 역시 독특한 공간 묘사가 가장 대표적이다. 르네상스 미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원근법에 의거한 공간성은 매너리즘 미술에 들어서면서 그 시각적 통일성과 구조적 동일성을 잃게 된다. 화면 구도는 평면적으로 변화하고, 공간의 깊이감과 평면감을 한 화면에 배치해 일체화된 느낌을 완전히 잃는 양상도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이러한 매너리즘 미술의 특징은 명작으로 손꼽히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1534-1541)에 자세히 드러난다. 미켈란젤로는 전성기 르네상스 미술을 화려하게 장식한 대표적 예술가로 알려져있지만, 그의 긴 생에 따라 르네상스 후기의 매너리즘적 표현방식까지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보여주었다(1475-1564).

 

 

최후의 심판 700.png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일부, 1534-1541, Sistine Chapel.

 

 

그중에서도 바티칸 궁전에 위치한 시스틴 예배당의 제단화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매너리즘적 표현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천정화가 미켈란젤로의 고전주의적 육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면,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그로테스크함과 동적인 매너리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제단화는 천정화 작업(1508-1512)으로부터 약 22년 후 작업되었다(1534-1541).)

 

 

최후의심판 하단 700.png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일부, 1534-1541, Sistine Chapel.

 

 

르네상스 미술에서 볼 수 있었던 공간과 구도의 조화는 사라졌다. 푸른 하늘을 암시하는 배경을 뒤로 묘사된 인물들은 비현실적이고, 흡사 꿈과 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중앙 상단에 위치한 재림 예수 옆으로 심판의 장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성모, 자신의 죄에 따라 지옥으로 끌어내려지는 군상들의 모습 또한 힘차고 적나라하게 표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스틴 예배당에 그려진 벽화와 천정화, 제단화는 모두 바티칸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 마련된 Virtual tour를 통해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모든 이미지는 바티칸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Virtual tour를 통해 직접 캡처하였다.

*참고문헌: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2』(창비, 2016).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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