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상하고 대담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글 입력 2022.08.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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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발견


 

거리의 사진가이자 보모였던 비비안 마이어. 그녀는 스스로 무명을 선택했다.

 

사후에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거나 예술성을 인정 받는 예술가는 많지만 그녀는 생전 15만 장이 넘게 촬영한 사진들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스스로 유명해지지 않기를 택한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자칫 쾌쾌한 창고에 쌓인 채 미공개로 남을 뻔 했지만 한 경매에서 이를 낙찰 받은 존 말루프에 의해 발견되었고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그녀의 사진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사진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등의 세계적인 거장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라고 평했다.

 

미스테리하지만 그렇기에 더 매력적인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을 그라운드 시소 성수의 한 사진전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상한



2.뉴욕, 1954년.jpg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1~2009.4.21)

 

미국 뉴욕 출생으로, 유년 시절 동안 미국과 프랑스를 오고 가며 살았다. 그녀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여러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다. 비밀스러운 사생활 탓에 그녀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지만,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놀랄 만큼 지적인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

 

 

비비안 마이어는 여러 가정에서 보모로 일했다. 존 말루프를 통해 마이어의 사진이 공개된 후, 그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생전 그녀가 돌보았던 아이들과 그녀가 직접 촬영하고 녹음한 기록물들 뿐이었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 다양하게 묘사한다. 그녀는 동네 아이들이 '군화'라고 놀릴 만큼 키가 컸다. 그녀가 직접 촬영하고 녹음한 기록물 속에서 그녀는 아이들과 재밌는 장난을 치고, 노인에게 같은 이야기도 여러 차례 친절하게 설명한다.

 

한편, 비비안 마이어가 보모로 일하며 돌보았던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인 린다의 인터뷰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독특한 면모가 드러난다.

 

*

 

<길고 긴 산책> - 비비안 마이어의 돌봄을 받았던 이들은 그녀와 함께했던 길고 긴 산책을 떠올렸다. 그들은 비비안 마이어와 함께 산책을 나갈 때면 족히 10마일은 걸었다고 상기한다. 그녀의 사진 중 많은 부분이 익숙하다는 이들의 말에 의하면 이 산책은 아이들을 위한 것보다 그녀의 사진 촬영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촬영한 사진들 대부분은 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거리는 비비안 마이어가 세상을 만나는 장소이자 사진을 익히는 장소이며 자신의 삶을 지키는 장소였다. 거리에서 일상을 보내던 평범한 사람들은 마이어에게 좋은 피사체였다.

 

쇼핑을 막 끝마친 듯한 귀부인부터 여기저기 떼 묻은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녀의 카메라를 마주했다. 함께 산책을 하던 아이들과 그녀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비안 마이어는 작은 구멍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눈동자나 창문 커튼에 아른거리는 아이의 그림자 등 아이들 또한 자주 사진에 담았다.

 

보모로 일하며 아이들과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덕분일까. 그녀는 아이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포착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7.캐나다, 1955년.jpg

 
 

마이어의 사진 중에는 창문이나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무척 많다. 렌즈 뒤에서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인 동시에 직접 그 사진에 담기는 대상이었다. 자신의 삶은 철저히 숨겨 왔으나 이렇게 스스로를 촬영한 사진이 많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다.

 

 

1.뉴욕, 1953년.jpg

 
 

<신문 수집광> -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들이 보관되어 있던 창고에는 필름과 함께 수많은 신문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돌보았던 조는 그녀의 창고로 들어갈 때면 마치 신문으로 만든 산맥을 지나는 것 같았다고 묘사한다.

 

그녀를 보모로 고용했던 린다가 그녀가 수집했던 신문 일부를 말도 없이 이웃집에 준 일로 비비안 마이어가 무척 화가 나 떠나버렸다는 일화를 통해서도 그녀에게 신문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신문에 대한 묘한 집착은 작품에도 반영된다. 길가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들, 신문의 특정 면을 촬영한 사진 등 신문은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오브제 중 하나이다. 전시를 보며, 당시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나 신문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허나 대담한


 

이상하고 별났던 비비안 마이어. 그러나 그녀를 알았던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녀의 대담함을 이야기한다. 길거리에서 마이어가 촬영한 사람들 대부분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한 또 다른 거리 사진가 사울 레이터의 사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사울 레이터는 철저한 관찰자로 존재하며 우산 아래로 보이는, 습기 찬 창문을 통해 보이는 대상을 주로 촬영했다면 비비안 마이어는 대상을 직접 응시하는 동시에 그 대상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는 누군가와 눈 마주치기를 겁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주로 롤라이플렉스라는 기종의 카메라로 촬영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속 인물들은 어딘가 고고해 보인다. 가슴 높이에 카메라를 두고 촬영하는 카메라의 특성 상 로우 앵글 구도로 인물을 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도 덕분에 길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도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속에선 특별한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이들은 촬영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할 일을 하거나, 카메라 좀 더 위에 있을 비비안 마이어의 눈을 직시하는 모습이다.

 

 

6.시카고, 1960년.jpg

 

 

The best age in life is twenty eight.

You are old enough to know the ropes and stay out of trouble.

You have the energy of youth and you are uneucumbered and free to explore.

 

- Vivian Maier

 

 

세계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 혼자서 8개월 간 인도, 베트남, 이집트 등으로 훌쩍 여행을 떠났던 비비안 마이어. 인생에 있어 최고의 나이는 스물 여덟이라고 이야기한 비비안 마이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멋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했던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삶은 여전히 빈틈과 물음표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마이어의 삶은 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이상하고도 별나지만 대담하고 아름다웠다.

 

 

참고한 글: Our nanny, the photographer Vivian Maier by Susanna Rustin, The Guardian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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