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금은 위태로울지라도 [사람]

너무 뛰어난 사람들 때문에 불안해하는 당신을 위해
글 입력 2022.08.2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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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게 해왔던 문학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지 이제 막 반년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미 문학에 익숙해진 몸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내 또래임에도 너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는 것은 부럽고 괴로운 일입니다.

 

나는 이제야 걸음마를 떼는 중인데, 옆에는 이미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빨리 그들처럼 하고 싶지만 한순간에 그들처럼 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잘하고 오늘도 나는 겨우 할 일을 해냅니다.

 

몇 달 전 김포로 이사를 왔습니다. 집 앞에는 논이 있었고. 벼들은 발목 근처에서 흔들거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출근을 하며 보니 벼들은 어느새 허벅지 정도까지 자라 있었습니다. 나는 벼들이 크는 속도만큼 내 실력도 무럭무럭 성장했으면 좋겠다, 부러워하며 가던 길을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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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이상한 광경 하나를 봤습니다. 거미 한 마리가 벼들 사이에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조그만 바람에도 수런거리는 이파리를 견디며, 실과 실을 잇고 있었습니다.

 

주변을 보니 신기하게도 벼들 사이에는 거미집이 꽤나 많았습니다. 나는 조금 놀랐습니다. 흔들리는 기둥, 공중에 뜬 바닥. 그것들로 지은 집이었습니다. 그런 위험한 집을 이렇게 당연하게 지을 수 있다니.

 

그런데 조금 고민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거미집의 주인은 벼가 자라는 속도를, 벼가 보는 세상을 보고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위태로울지라도, 그 위태로운 바닥을 견딘 거미는 벼의 세상을 알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보니 나도 그런 위태로움을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높게 자라 있는 벼들 사이에서 위태로운 하루를 보내는 거미

너무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나

 

나는 너무 뛰어난 사람들을 옆에 둔 덕에 내 능력을 의심하는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뛰어난 사람들은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직접 보고 배우고, 심지어는 같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그들과 같이 일하며 나는 그들의 세상을 엿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내 불안한 마음은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마땅히 견뎌야 할 시련입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마다 불안해했지만 내 옆의 뛰어난 사람들 덕분에 금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내 몫을 해내기 위해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도 너무 뛰어난 동료들이 있다면, 그들 때문에 종종 불안해진다면.

 

그 불안을 견뎌 마땅하다고, 견뎌낸 후에는 그들의 세상이 비로소 당신의 것이 되어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도 거미는 어디든, 언제든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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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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