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군중 속의 도시 관찰자, 비비안 마이어 [도서]

글 입력 2022.08.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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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_나는 카메라다_띠지 앞표지.jpg

 

 

그의 흥미진진한 삶과

가장 비비안 마이어다운 사진 235컷을

선별해 담은 사진집

 

 

'영원한 아웃사이더', '카메라를 든 메리 포핀스', '아이 돌보미로 살아간 천재 예술가', '예술 세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강렬한 수수께끼', '불운한 성공'. 기묘하고도 아이러니컬한 수식어구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의 신비로운 삶을 역추적하며 작품 세계를 조명한 사진집이다. 그의 시그니처인 셀프 포트레이트와 희귀한 컬러 사진을 포함하여 가장 깊이 있는 정수 235점을 한 권에 담아 비비안 마이어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일생을 아이 돌보미와 가정부로 살아간 비비안 마이어는 40여 년간 거리로 나가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 무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을 찍어야 하는 분량의 어마어마한 사진들. 그가 찍은 사진이 SNS를 타고 흐르며 전 세계인들과 언론의 열광을 받은 건 사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로 400달러에 거래된 창고의 네거티브 필름 상자들은 이제 감히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미국의 보물이 되었다.


 

 

베일에 싸여있던 작가


  

생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죽음 이후, 물건들을 보관해두던 창고료를 지불할 사람이 없게 되자 경매를 계기로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녀가 수많은 작품을 찍으면서도 대중에게 전시 한 번, 신문에 기사 사진 한번 낸 적이 없다는 것은 모두에게 의아한 선택이었다. (이미 우리가 그녀를 작가라고 인식한 후라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길었던 무명, 천부적인 재능, 다소 갑작스러운 발견이라는 요소는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일상에 관심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 그녀는 왜 사진을 찍었는가?

- 그녀는 왜 보모라는 직업을 택했나?

- 그녀는 왜 미국에서 살게 되었나?

- 그래서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여러 질문이 그녀와 그녀의 작품에게로 모여들었다. 책에는 족보 연구를 통한 비비안 마이어의 어린 시절과 가족관계, 성격, 취미 그리고 평소 모습에 대한 주변인들의 증언이 실려있다. 이로써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어느 정도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위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주위에 비쳤던 겉모습에 관해서는 의문을 조금 풀 수 있었다. 아쉬운 건 그 모든 말과 진술에 대해 본인이 부정도, 긍정도 해줄 수 없어 우리는 그녀의 반쪽 모습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색, 관찰, 촬영


  

나머지 의문은 작품을 통해 풀어볼 수 있다. 본인이 남긴 기록은 작품이 유일하기에, 시선이 자주 머물렀던 대상이나 대상을 보는 감정이 실린 사진을 보면 주된 관심사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파악이 된다.

 

길에서 찍은 날 것의 일상, 계급과 인종, 성별을 넘나드는 피사체, 그림자 혹은 거울로 드러내는 자신의 모습.

 

누구나 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습들을 지나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기에 그녀의 전시가 처음으로 오픈되었던 시카고에서 그토록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너리즘에 젖은 듯한 직장인들의 아침 출근길 모습, 부모에게 떼를 쓰는 어린아이의 모습, 돌로 된 벤치에서 잠을 자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새롭지 않지만 친숙하고 따뜻해서 좋다.

 

길을 걷다 마주친 사람과 사물들을 프레임에 담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알았다면 더 명확했겠지만, 관객은 기록의 부재로 인해 오히려 한겹 더 나아가 당시 상황과 거리의 풍경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 좋다.

 

내가 찍은 사진이 나를 정의할 수 있고 나의 시각적 기록이 나의 말과 감성을 보여줄 수 있기에, 사람들은 좋은 것을 보고 들을 때마다 휴대폰의 카메라를 켠다. 그녀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도 그리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당시 카메라의 기능과 인화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조금 더 복잡한 일이었겠지만 찍는 즐거움과 그를 확인하는 재미로 비비안 마이어는 본인의 삶에 나름대로 즐거운 일을 하나씩 만들어가려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주변과 세계에 동화되기 위한 목적이었다, 본인을 표현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와 같은 추측은 조금 접어두고서 나는 그녀가 카메라를 잡았을 때의 즐거움과 좋은 작품을 찍어냈을 때의 뿌듯함에 더 공감하는 관객이 되고 싶어졌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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