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직 평화가 되지 못한 것들을 기억이라 부른다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글 입력 2022.08.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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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포스터_네마프2022.jpg

 

 

 

네마프2022



영화와 전시를 아울러 다양한 뉴미디어 아트를 만나볼 수 있는 대안영화제, 네마프.

 

‘대안영상’이라는 말이 익숙하지는 않았으나, 상영예정작은 오히려 친숙했다. 몇몇 작품은 이미 전시장에서 접한 적도 있었다. 극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주는 집중력을 느껴보고 싶었다. 동시에 대안영화제이니만큼 동시대의 담론을 필요로 하는 주제가 많아 흥미로웠다.

 

내가 관람한 회차는 ‘한국 부문 Ⅲ <평화와 기억>’이다. 소제목만으로도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부문 Ⅲ <평화와 기억>" 작품 소개]

 

<평화가 사람속을 걸어다니네>, 함유선 -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완공되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평화가 공존하는 강정마을은 오늘도 어수선하다. 같은 공간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는 강정마을은 불안한 평화를 이어가고 있다.

 

<긴 복도>, 정여름 - 탐정은 우연히 받은 엽서에 이끌려 주한미군 기지 캠프 롱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한다. 캠프 롱은 이십 년 동안 발길이 끊겨 폐허가 된 상태다. 탐정은 방치된 정보를 발굴-조각모음-배열하는 과정에서, CAMP LONG ATM이라는 기묘한 지리 데이터값이 모든 시공간을 점유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현장에는 어떠한 금융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고 선홍색 핏자국만이 증거를 가장하고 있다. 이 영화는 시간의 유산을 이해하려는 한 탐정의 추리 보고서이다.

 

<금정굴 이야기>, 전승일 -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금정굴은 일제 강점기에 금 채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폐광된 수직 갱도이다. 한국전쟁 당시 1950년 10월 이 곳 금정굴에서 경찰은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수백명의 고양지역 주민들을 집단총살 하여 학살하고, 굴 속 깊이 겹겹이 떨어뜨려 암매장했다. 그리고 7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고통 받으며 트라우마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메이·제주·데이>, 강희진 - 한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제주도에는 해방직후 미군정의 통제하에 "4·3"이라 불리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당시 섬 전체 인구 약 10명중 1명꼴로 희생되었다. 대량학살의 광풍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7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날의 기억을 애니메이션으로 증언한다.


<5분만 배우면 기초부터 실무까지 전문가 되는 성남주민편>, 시리얼타임즈 - 우리가 기억하는 건 사건이 아니라 이미지일 겁니다. 사건을 담은 사진을 활용해 기억 편집 방법을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직접 관람해보니, ‘극장’이라는 공간이 독특했다.

 

극장은 사실 영상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진 최적의 환경이다. 어두운 조명, 편안한 의자, 거대한 화면까지. 그런데 보통 기승전결이 확실한 서사가 전개되고, 취식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이 이루어지기도 하는 장소라는 일종의 기호적 느낌이 강렬해서인지, 오히려 영상이 낯설게 다가왔다.

 

극장 에티켓과 전시장 에티켓의 경계에서 관람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오롯이 관람해야 하는 공간이지만 부가적인 텍스트를 참고로 하고 싶은 내용이 상영된다는 점이 불친절하기도, 또 신선하기도 했다.

 

특히나 <평화와 기억> 부문은 그러한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각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 역사, 평화


 

<평화와 기억> 부문은 한국 근현대사에 있었던 사건을 다룬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립, 제주 4·3 사건,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등. 다섯 편의 작품은 모두 국가와 사회가 시민을 향해 저지른 폭력을 충실히 기록한다.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점은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쉽게 사라진다는 점이다. 처벌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그 보상책을 의논해야 하는 사건은 사회로부터 담론을 요구한다. 그러나 담론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미뤄지고 잊혀진다. 그날의 기억을 가진 사람은 아직도 명확하게 남아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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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사람속을 걸어다니네> 스틸컷

 

 

기억은 언제 역사가 되는가.


역사는 사실 그대로를 싣기만 하면 그만인 것 같지만, 올바른 전승과 미래 사회를 위해 항상 평가를 동반한다. 그건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사회 공동의 일이다. 국가와 사회가 저지른 폭력을 폭력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명분을 내려놓지 않으면 유보 역시 끝나지 않는다.


잊지 않기로 약속된 것들은 역사가 되고, 역사가 확정될 때 비로소 평화는 찾아올 수 있다. 담론이 끊기고 약속이 보류될 때, 역사가 되지 못한 것들은 단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한다. 기억. 피해자의 경험으로만 남은 아주 개인적인 단어. 국가와 사회의 뒷면을 짊어지게 하기에 개인은 너무나 작다.

 

그러나, 잊지 않는 개인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이자 증인이다. 개인의 기억이 사회로 확장되어 평화를 불러올 때까지, 우리는 사회의 일부로서 함께 기억하고 연대할 책임을 저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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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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