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스로 빛나는 나를 찾아서 - 스펜서 [영화]

글 입력 2022.08.1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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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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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펜서>는 영국의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 스펜서'가 왕실을 나가는 이야기다. 실제로 다이애나 스펜서는 왕세자비로 지내는 동안 많은 파파라치에 시달리고, 남편 찰스 왕세자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고 결국 이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스펜서>는 그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을 그려내고 있으나 영화 속 내용은 픽션임을 서두에 밝히고 있다.

 

즉, 이 영화는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인물의 전기 영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역사를 짚어내기보다는 비극적인 삶 속에서 '스펜서'라는 인물의 심리가 어떠했을지를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인물의 일생 일대기를 다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마스 연휴 3일' 간 왕실 안에서 주인공의 시선과 발걸음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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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름은 '다이애나 스펜서'지만 그녀가 왕실에 들어간 순간부터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스펜서'라는 이름은 자연스레 잃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부터 다이애나는 그 '스펜서'라는 이름을 되찾고자 한다.

 

별장에 들어가는 것에 지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스펜서'라는 이름을 남겨주었던 아버지의 흔적이자 자신의 원래 집을 그리워하며 밟아본다. 그리고 그 땅 위에 설치된 허수아비의 한 팔을 부러뜨리면서까지 아버지가 남긴 옷을 가지고 온다.

 

이러한 영화 초반부 장면부터 다이애나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원하는 '스펜서'는 자신의 원래 이름이자 고향이며 온전한 나 자신의 정체성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왕세자비로서 일시적으로 잃어버린 상태이고, 그것을 다시 가지기 위해서는 '팔을 부러뜨리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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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왕세자비로서의 삶은 예상한 대로 화려했다. 그녀가 머무는 공간은 매우 크고 호화스러웠으며, 식사 시간에는 최고급의 음식만이 대접되고 있었다. 다이애나를 케어하는 여러 명의 집사들이 상시 대기 중이며, 왕세자비로서 생활하는 동안 갖춰 입어야 하는 옷들은 아마 모든 여성들이 동경할 만큼 예뻤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하고 빛나는 것들을 장착하고 있음에도 다이애나의 눈빛은 공허했다. 맛있는 음식은 먹자마자 다 토할 정도로 속은 불편했고, 큰 진주 목걸이는 다 뜯어낼 정도로 답답한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정해져 있는 대로 모든 일정을 따라야 했고, 그 시간마다 입어야 하는 옷도 정해져 있었다.

 

조금만 다르게 행동하면 바로 내부적으로 보고되고, 바깥에서는 파파라치가 날뛰고 있었다.

 

다이애나의 삶은 묶여있는 채로 항상 감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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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과거의 왕세자비 '앤 불린'의 모습이 다이애나의 환각으로 나타나는데, 어느 날 괴로워하는 다이애나에게 도망치라고 말한다.

 

다이애나는 빛나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허수아비로부터 가져왔던 아버지의 재킷을 입고 왕실을 빠져나온다. 정신적으로 기댔던 유일한 인물인 매기와 함께 편안한 옷을 입고 허허벌판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다이애나의 그 어떤 모습보다 빛났고, 그녀의 얼굴과 눈빛엔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자유롭고 싶다고 말했던 아이들을 데리고 왕실에서 탈출한 다이애나는 KFC에서 주문자의 이름을 묻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스펜서'라고 답한다.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다이애나 스펜서'가 스스로 자유를 향한 날갯짓을 시도할 때 영화는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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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펜서>는 스펜서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정점을 찍은 연기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영화 내에서 사흘이라는 시간만으로 왕세자비가 겪어야 했던 외로움, 답답함, 회의감부터 스스로 빛나는 법을 찾아가는 자유로운 발걸음까지 두 시간 동안 정교하게 보여준, 연출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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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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