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소의 인식이 초현실적 감각으로 변하는 시간 - 바티망

글 입력 2022.08.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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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2층에 위치한 전시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 관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바로 건물에 매달린 사람들이다. 전시장 2층 높이에 달하는 건물에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모양으로 매달려있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전시의 메인작품임을 알면서도, 거울의 원리를 이용한 것을 알면서도 연신 "저게 뭐야? 진짜야?"라는 놀라움을 뱉어내게 한다. 거울 속 3층 건물의 그림이 정말 실제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메인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바티망>은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이다.

 

프랑스어로 '건물'을 뜻하는 <바티망>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된 이후 18년간 런던, 베를린, 도쿄 상하이 등 전 세계 대도시를 투어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공개되었다.

 

마치 중력을 벗어난 듯한 관객들의 모습에서 초현실적인 시각을 경험 후 점차 현실감각이 돌아오면 관람객들의 창의적인 포즈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거꾸로 매달리거나 난간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관객들을 보며 이것이야 말로 관객으로 인해 완성되는 작품임을 깨닫게 된다.

 

관객이 없다면 그저 거울에 비친 건물로만 존재했을 작품이, 관객들이 자유롭게 작품을 즐기고 참여함으로써 작품의 일부가 되어 온전한 작품으로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교실(Class Room, 2017).jpg

 


<바티망>과 함께 인상깊었던 작품은 <교실>이었다.

 

어두운 방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마치 폐교에 들어선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이 든다. 오래된 교실, 오래된 가구, 그리고 바닥에 널부러진 자재들이 공포체험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리고 유리에 미친 모습이 교실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공간은 오래된 교실 - 유리 - 관람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람공간에는 유리 안쪽 교실 속 의자, 교탁 등의 위치와 똑같은 곳에 의자 등이 배치되어 있다. 그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관람객의 모습이 유리 뒤로 펼쳐진 교실의 모습과 합쳐지게 된다.

 

정밀하게 계산된 의자의 위치가 더욱 생생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마치 영혼이 떠도는 모습 같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기도 하며 신선함과 공포감을 함께 불러 일으킨다.


 

잃어버린 정원(Lost Garden, 2009).jpg

  

 

임팩트가 강한 설치 작품들과 함께 그동안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진행해왔던 작품들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 속 그의 작품을 모두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사진만으로도 큰 임팩트를 전달함과 동시에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얼마나 충격적이고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전시장을 채우는 작품의 양이 많지는 않지만, 수영장, 탈의실, 정원 등 일상적인 공간을 주제로 거울이나 프로젝터 등의 장치를 활용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지각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레안드로 에를리치답게 작품 하나하나가 커다란 임팩트를 줄 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한 인터뷰에서 관람객들의 자유로운 작품에 대한 해석이 작품에 참여하는 창조적인 과정이자 창조성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는데, 그렇기에 그의 작품은 작가가 작품의 절반을 만들고, 나머지 반은 관객 해석의 몫으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인식이나 환영을 눈속임 장치나 단순한 시각적 착시를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닌, 내러티브, 혹은 시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인식이라는 것을 소재로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전시의 대표작품인 <바티망> 외에도 일상적인 소재를 매개로 하지만 인식을 사용해 신선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가만의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올해 12월 말까지 진행된다. 한강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노들섬에 방문한다면, 복합문화공간을 함께 방문하여 평소 일상적인 것이라 생각했던 인식이 초현실적으로 변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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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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