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냥 한번 가봅시다, 각자의 유니버스로! - 니나=빛나, 마이유니버스

미완성이 준, 무한
글 입력 2022.08.04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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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이면 가득 차는 아늑한 극장, 극을 보러 오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작디작은 공연장에서의 시간을 풀어내볼까한다.

 

'공간222'라는 작은 극장에서 펼쳐진 <니나=빛나, 마이유니버스>는 안톤체홉의 <갈매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극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0년 차 무명배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1인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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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업인 배우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해내야만 했던 수많은 부업.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가온 코로나19라는 팬데믹. 그 속에서 온전한 배우로 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빛나'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몇 가지의 큼지막한 문장으로 '빛나'의 이야기에 소통을 얹어보고자 한다.

 

 


정말 열심히!


 

연기를 하는 배우, 그림을 그리는 작가, 글을 쓰는 작가. 앞서 말한 예술가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은 적지않다.

 

무명 배우인 '빛나' 역시도,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돈도 함께 얻을 수 있는 게다가 명성도 있는 그런 예술가(배우)를 꿈꾼다. 단호하게는 아니지만 나 역시도 이러한 것들을 어느 정도 (물론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갖추고 있어야 사람들에게 자신을 배우 또는 작가라 부끄럼 없이 소개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참이다.


하지만, 매번 자신이 했던 짧은 연기와 아직 '무명 배우'인 본인을 자신 없게 소개하는 '빛나'를 보면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진정한 배우'의 모습이라 생각하긴 어려워 보고 이러한 상황에서 기약 없는 자기만족에서부터 기인하여 타인과의 교감으로 완성되는 예술에, 환경이 어떻든 혼자 고군분투하는 '빛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노력을 한다고만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닌 엄청난 운도 뒤따라줘야 하는 일이란 것을 나는, 아니 우리는 알기에 '빛나'의 간절함은 배가 되어 다가왔다.

 

 


언젠간 우리 모두 뜹니까?



흔히 '뜬다'라고 말하는데, 오랜 기간 무명이었다가 최근에서야 주목을 받게 된 배우들의 경우가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극히 드문 케이스는 안타깝게도 적지않게 보여, 많은 예비 예술가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

  

10년 이상 무명이어도 한결같이 '잘 견디기'만하면, 언젠가는 저 화면 속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내가 될 수 있으리라는 무한한 희망을 갖게되는 것이다.


'언젠간 우리 모두 뜹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자 하지만, (각자의 업에서) 뜨기 위한 노력과 노력에 의해 쌓인 실력에 스스로를 "00입니다."라고 부끄럼 없이는 말할 수 있게 될 거는 같다.

 

아마 이 극의 주인공인 '빛나'도 이러한 막연하게 뿌리박은 '언젠간 뜬다'라는 믿음과 그 과정에서 서서히 채워졌던 내실 덕분에 생업과 부업을 동반하며 잘 견뎌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고 싶은 것 VS 해야만 하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아르바이트와 연기를 병행하는 '빛나'를 보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으로 '빛나'에게 생업과 부업은 각각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으로 대입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것과 그것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을 겪은 '빛나'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고민이라 생각되는데, 답이 없기에 어렵고 스스로만 찾을 수 있는 답이기에 막막하다. 두 가지 선택지에 끼여 둘 중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빛나' 역시도 그리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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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미완성으로 끝난 그의 이후가 궁금해졌고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을 택했다'라는 진부한 패턴에 대한 생각을 닫아둘 수 있었다. 무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미완성이기에 간절함에 몸을 파르르 떨며 연기하던 그의 앞으로의 모습 또한 무한으로 그려진다.


 

 

무엇인가를 동경한다는 것



영상과 도슨트 그리고 간절함으로 완성된 이 1인 스토리텔링극은  워낙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극이라 스토리가 완전하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배우의 대사와 눈빛은 지금껏 본 공연들 중에 가장 진실되게 다가왔다.


또한 관객 수가 적다 보니 (그리고 우연찮게 1열 정중앙에 앉아서 관람하게 됨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와 눈 맞춤할 기회가 굉장히 많았는데, 배우의 눈이 맞춰질때마다 전해지는 에너지는 '나도 무엇인가를 동경할 수 있다'는 것 상기시켜 주었고 배우의 표정은 그런 나의 생각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극 진행 중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꿈을 묻고 그 꿈에 대한 응원의 사탕도 건네주며 자신의 극으로 다른 이의 꿈을 위로해 주기도 했다.


무대에 자주 오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그냥 자신이 주인공인 공연을 만들어버린 '유진희' 배우처럼 가고 싶은 길을 '그냥 한번' 가볼 수 있게 용기를 주는 극으로, 지금 꿈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고프다.

 

 

P. S.

극장 '공간222'에서 15분 정도를 걸어 나오면, 대학로의 연극 거리를 올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연극을 보고 대학로의 연극 거리를 산책 삼아 걸었던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북적북적한 연극 거리의 모습을 보고 한 번의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15분을 사이에 둔 두 장소에서의 괴리감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엄청났다.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어 더 많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목표로 오랜 시간을 힘써온 그의 로망이 어쩌면 겨우 15분 거리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간절함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진 않지만, 아직 미완성인 '빛나'와 '우리'가 그 문장을 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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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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