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적인 공간의 숨은 그림 찾기: 바티망(Bâtiment) [전시]

현실과 가상의 착시 현상
글 입력 2022.08.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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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거스르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

 

프랑스어로 '건물'을 뜻하는 바티망(Bâtiment)은 도시 생활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작품에 활용해 관람객들이 보이는 현실을 직접 새롭게 연출하여 작품 완성에 도전하는 관객 참여/몰입형 설치 예술 작품입니다.

 


현대미술의 아이콘 '레안드로 에를리치'은 수영장과 탈의실, 정원 등의 일상적인 공간을 주제로 거울, 유리, 스크린 등의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지각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관객의 참여는 오롯이 작품의 감상에 반영된다.

 

여기서 중력을 거스르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은 바로 위와 같은 감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감상할 작품들은 영상·설치·사진의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낯선 이미지들을 익숙함으로 바꿔줄 것이다.

 

그럼 이제 2022년 한국 최초로 공개되는 그의 대표작인 바티망(Bâtiment)을 비롯하여 세계의 지하철(Global Express, 2011), 뇌(Noeud), 계단(The Staircase), 뿌리채 뽑힌(Pulled by the Roots), 메종 폰드 (Maison Fond)등의 작품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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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하철(Global Express, 2011)

 

 

전시장에 처음 들어가면 보이는 작품은 바로 세계의 지하철(Global Express, 2011)이다. 배치된 의자에 잠시 앉아 세계 여러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면 마치 그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를테면,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때로는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 타는 지하철의 풍경도 도시마다 이처럼 다양하다.

 

 

Scenes from daily life 

strike me as the most fitting environment 

in which to question reality.

 

저에게 일상은 

현실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 레안드로 에를리치 (Leandro Erlich)

 

 

지하철은 도시의 바쁜 일상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지상에서 이동하는 버스나 택시 등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철은 빠르다. 그리고 편리하다. 다소 불규칙할 수 있는 꽉 막힌 도로와는 다르게 역마다 꽤 일정한 시간에 맞춰 출발하고 도착한다.

 

출퇴근, 등하교, 그리고 약속 시간에 맞춰서 출발할 수 있다. 인터넷과 앱을 통해서 도착시간을 예측할 수 있으며, 더 빠른 환승 번호도 알려준다.

 

이처럼 일상과 함께 하루의 많은 시간은 지하철을 비롯한 교통수단에서 보낸다. 현대인에게 이곳은 일상의 공간이다.

 

문득,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에 남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떠올랐다. 지하철이라는 배경이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지하철'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현실에 의문을 품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해답을 찾아간다.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언급한 현실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으로의 '일상'은 우리 주변에서 항상 존재한다.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맞은 편에 지나가는 지하철 속 사람들의 모습과 가끔 등장하는 지상 구간을 통해 바라본 풍경은 이따금 일상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주는 순간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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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망 (Bâtiment)

 

 

바티망은 2004년 ‘뉘 블랑쉬(Nuit Blanche)’ (매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예술 축제)를 위해 제작된 설치 작품이다. 이후로 18년간 파리, 런던, 마드리드 등의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바티망 시리즈를 선보였다. 또한, 바티망 시리즈는 각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을 작품에 녹여내면서 관람객에게 묘한 친숙함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티망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파리 (2004)의 건축물을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바닥에는 건물 모양의 파사드를 설치하고, 맞은편에는 기울어진 거울을 세우면서 마치 건물에 매달린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위 사진은 작품을 정면에서 생동감 있게 포착했다. 마치 영화 속 히어로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직접 체험해보자.


어느새 주위에 많은 관람객이 자유롭게 작품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짧은 어색함 마저 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스파이더맨처럼 건물 외벽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닐 수 있다던가, 가상현실(VR)에서 스릴이 넘치는 모험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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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바티망>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즐기고 싶다면, 전시가 시작되는 2층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1층에서부터 2층 높이까지 이어진 작품은 언뜻 보기에 실제 크기의 모형 파사드와 거울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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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뇌(Noeud), 계단(The Staircase), 뿌리채 뽑힌(Pulled by the Roots), 메종 폰드 (Maison Fond)

 

 

My work seeks to explore our understanding of 

what is real, what we consider a certainty and 

what remains a question. 

 

저의 작품은 실제하는 것, 사실이라고 믿는 것,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을 탐구합니다.

 

- 레안드로 에를리치 (Leandro Erlich)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오면서 사진으로 남겨진 여러 작품을 다시 천천히 둘러봤다. 사진을 보면서 하나의 공간, 일상의 공간에 배치된 작품을 상상해보는 재미를 더하니, 영상 및 설치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전시에서 만난 세계의 여러 도시를,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공간들을 떠올리며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여겨졌다.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 그리고 전시가 열리는 '노들섬'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니는 공간 자체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이로써 감상자의 감상은 더욱 풍부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전시가 열리는 공간을 미리 탐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익숙하고도 낯선 도심 속 자연의 공간'이라는 노들섬의 소개처럼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기쁨이 이곳에 존재한다.

 

 

하루의 바쁜 일과를 끝내고,

저마다의 이유로 바라보는 한강.

그 중심엔, 노들섬이 있습니다.


당신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노들섬의 새로운 시작.


음악과 미술이 함께하는

노들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노들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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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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