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아지가 걷는 시간 [동물]

글 입력 2022.08.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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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 마주쳐도 알기에


 

그 아이의 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때론 몇 마디의 말보다 눈빛 한 번이 마음에 전해지는 것처럼. 흰색 보드라운 털에 동그란 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면 이따금씩 핥는 아이. 햇수로는 10년, 예상 나이는 10살 이상, 우리 집 반려견 딸기다.

 

순종 말티즈는 아니어도 눈빛이 깊어 오랫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내 마음이 맑아진다. 그런데 요즘 녀석이 내 곁에 오지 않는다. 섭섭하다기보다는 ‘왜 그런지 알고 싶어’ 왠지 슬퍼졌다. 혹여나 아파서, 나와 정을 떼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닌지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추정 나이 12살~13살, 유기견 출신, 사랑이 많이 필요한 녀석. 녀석의 다리에 부쩍 힘이 줄어들었다. 산책을 나가면 내 걸음을 앞질러 가, 마치 나를 끌고 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내 그림자 세 네 보 뒤에 서 있다.

 

‘낫게 할 수는 없고 병이 더 커지지 않게 유지시키는 약이에요’

 

내 반려견이 약을 먹은 지 일 년이 다 돼간다. 심장 비대칭 혹은 물이 차서 숨쉬기가 힘들 거라고 수의사 선생님은 평생 약을 먹던지 그냥 두던지 선택하라고 내게 말했다. 밤마다 숨쉬기가 힘들어 컹컹 거위 소리를 내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두려웠다. 그리고 약을 먹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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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지의 시간을 걸어본다. 하루 종일 빈 집에서 주인만 기다리고 있을 녀석을 말이다. 처음 무작정 녀석을 집에 데리고 왔을 때는 몰랐다. 적당히 밥 주고, 오줌 싸면 패드 갈아주고, 귀여워해주면 되겠지. 그러나 적당히가 아닌 내 일부분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흘러가는 시간은 서로 다를지라도


 

나와 녀석은 같은 시간을 걸었으나 흘러가는 시간은 서로 달랐다.

 
강아지는 사람과 다르게 체내 시간이 다르다. 사람의 하루가 강아지에게는 3일이 지난 셈이라고 한다. 강아지를 키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신기했는데, 내가 녀석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을 때 왠지 서글퍼졌다.

 

그때 내가 결심한 것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녀석의 기록을 메모로, 머리로, 눈으로 담았으며 사진도 꽤 많이 찍었다. 누군가를 후회 없이 사랑하면 적어도 미련은 남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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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사람의 몸을 핥는 걸 좋아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침, 저녁 이불에 눕거나 바닥에 앉아 티브이를 볼 때면 내게 다가와 내 살갗을 핥았다. 단순히 핥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품기라도 하듯이 정성껏 말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딸기는 제왕절개를 한번 한, 그러니까 출산 경험이 있는 강아지였고 수술 자국은 비정상적이었다.

 

단순히 귀여워서, 적당히 예뻐하면 될 줄 알았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녀석이 아팠을 시간을 하루에도 몇 번씩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그 아픔을 핥는 걸로 나타낼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시큰해졌다. 가끔 한 번씩 실수로 오줌을 흘렸을 때 버릇을 고치겠다며 큰 소리를 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함께한 순간마다 한결같았던 너


 

녀석과 사계절을 십 년간 함께 보냈다. 나도 나이를 먹었지만 딸기도 몸이 많이 쇠약해졌다. 회복력이 느려 미용을 할 때면 피부발진이나 약을 먹어야 했고, 면역력이 약해져 약발이 잘 안 들었다. 또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약을 먹여야 한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숨쉬기가 많이 힘들다고. 마치 집에 물이 단수가 되어 메마르는 것처럼 말이다.

 

 

 

네가 있어 내 글이 있어


 

힘이 들 때 녀석은 말없이 내 팔을 핥는다. 아빠랑 싸웠을 때도, 엄마가 암 투병을 할 때도, 상사에게 크게 혼난 날 혼자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울고 있었을 때도.

 

처음 글 쓰는 플랫폼에 뭘 써야 할지 몰랐을 때 나는 녀석과의 추억을 글로 썼다. 이상하게 조회 수가 빠르게 올라갔고, 녀석 덕분에 그날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많은 견주들의 공감도 받으며.

 

엄마는 암 투병 중에도 강아지를 걱정했다. 숨 쉬는 게 힘들면 약을 먹여야 되는 것 아니냐며 잘 돌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 강아지와 영상통화를 했다고 한다. 엄마가 생전에 말하길 딸기가 목소리를 듣고 본인을 쳐다봤다며 신기하다고 했다. 딸기는 반려견 이기 이전에 내 동생이고, 엄마 그리고 나의 추억을 함께 공유한 가족이기에.

 

내가 있어 녀석이 있기보다 녀석이 있어 내가 있다. 그래서 슬퍼지려 하면 녀석을 보며 조금 더 힘을 낸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기보다는 녀석에게 간식을 주고, 목줄을 매 산책을 나가 바람을 쐰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녀석을 생각하면 함께 가고 싶은 장소, 음식, 음악, 함께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나는 오늘도 강아지의 시간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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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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