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에게서 우리에게 -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도서]

나와 관계 맺기
글 입력 2022.08.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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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나의 마음을 무장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혼자 살아가는 법’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서 우리를 연결해 주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자 새삼스럽게 관계가 어려워졌다.

 

학교와 학원, 소모임과 동아리 등, 여태까지는 어딜 가든 항상 어쩔 수 없이라도 만날 당위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 환경에 안주하니 관계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아쉬울 게 없었고, 우리가 앞으로 자주 만나지 않을 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선우정아의 노래 ‘그러려니’의 가사처럼,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평소에 미련이 매우 많은 사람인 나 역시 어긋난 상대가 있었고, 그때마다 사람을 사람으로 잊었다. 사람이 어려우면 어려웠지, 관계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거나 정기적인 만남이 고갈된 지금,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자 나와 나 사이의 엇박자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문제에 직면하고부터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만남을 줄였다. 그리고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처음으로 엄습해왔다. 나는 한껏 초라해진 상태로 서로가 가지고 있을 여유를 지레짐작했다. 그동안 나의 회복탄력성은 날이 갈수록 최저를 찍었기 때문에 어쩌면 이 생각은 나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누군가를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구나 싶어 덜컥 겁부터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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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부닥쳤을 때가 되어서야 겨우 이 지침서를 찾았다.

 

띠지에 적힌 “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라는 문구를 보고는 “그러니까 다들 이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라는 새삼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사람들은 어렵거나 말거나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를 맺지 않고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맞이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굳이 관계를 맺어야 할 마땅한 이유를 찾는 쪽이 부자연스러울 지경이다. 더군다나 어렵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애쓸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면 애쓰는 쪽보다는 오히려 관계에 대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쪽이 비교적 쉬워 보인다. 여기서 애쓰지 않는 쪽을 택했다는 것은, 분명 나를 위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던 일은 종종 나를 모르는 데에서부터 비롯했다.


나의 욕구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관계에 대한 처방전만을 내리기에 급급하다 보면 어느새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과도 멀어지게 된다. 가장 위험하고도 외로운 순간은 그렇게 혼자가 되고 나를 마주했을 때, 나 자신이 보이지 않을 경우이다.

 

결론적으로 관계가 어려울 때의 파훼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자신의 타인의 욕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 그리고 이를 꼭 있는 그대로 따르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 말로는 간단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말로 했을 때만 간단한 문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나를 인정하는 데에 상당히 고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화 중심으로 ‘타인과 잘 연결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자연스럽게 옛날 기억이 났다. 내가 상처받은 일들, 당시의 나에게 있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들, 선택이 아니었어도 일어난 일들, 그리고 나의 실수들까지.

 

고립된 상태에서 읽은 이 책은 나의 섬이 무인도였는가를 되짚게 했다.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인정의 관문을 하나둘씩 넘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를 되돌아보며’ 나와 나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되었다. 누군가 물어왔을 때도 대답을 미루었던, 나의 욕망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되었는가라는 질문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끔 했다.


다만 조금 씁쓸했던 점은, 대부분의 심리학 서적이 그렇듯 이 책도 어김없이 성장 과정과 주변 환경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묵은 감정과 욕망은 필수불가결하게 이로부터 기인한다. 나 같은 생각을 할 독자를 예상했는지, ‘이미 그렇게 성장했는데, 어쩌란 건가요?’라는 말을 실제로 선수쳐 덧붙였다.

 

저자는 한 명이라도 좋은 관계를 만난다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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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여전히 야속하지만, 그동안 내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그동안 맞이했던 느린 변화를 더듬어 본다.

 

나 역시 몇 년간 내담자를 자처하며 상담을 숱하게 받아온 경험이 있다. 언젠가 “정은씨가 실패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조금만 덜 초라해지기를 기다리던 나를 들여다보고 꺼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관계라는 것은 결코 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지만, 관계를 맺기 위해 바깥에서, 안에서, 수많은 ‘나’들이 만난다.

 

관계가 누구에게나 어렵다면, 나와 우리는 멀고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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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박동미, 「‘난 특별해’ 자존감 중독 사회…‘내 편 아니면 敵’ 집단 자기애로 이어져」, 『문화일보』, 2021.10.12.


[민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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