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완성으로 남은 우리에겐 많은 가능성이 있으니 - 니나=빛나, 마이유니버스

글 입력 2022.07.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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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극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새로운 연극이었다.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가 오마주한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의 역할도 한다. 그리고 영상도 활용하여 배우의 상상을 시각화하여 표현해 더 넓은 감상을 도와준다. 무대 왼쪽은 오마주한 작품인 ‘갈매기’에 대해 설명하는 공간이며 가운데는 배우의 상상과 노력의 과정이 영상과 연기로 나타나는 공간, 오른쪽은 배우의 고민이 나타나는 공간이다.

 

연극은 코로나가 터지기 전과 후의 배우로서, 또는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노력을 자전적인 이야기로 풀어내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배우로서의 꿈의 자아를 실현할 것이냐, 다른 일로 삶을 이어갈 것이냐의 고민이 돋보인다. 코로나 유행이 시작한 후에는 보다 더 구체적인 ‘어떻게’에 집중하며 어떻게 배우로서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나타난다. 이 연극은 그 고민으로 탄생한 것이며 고민의 결과와 노력의 과정을 모두 포괄한다.

 

그런 노력과 과정은 그녀의 이름으로 이어진다. ‘빛’이라는 단어는 희망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빛나’라는 이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다는 말처럼 그녀가 헤치고 온 끝없는 고민의 과정과 수많은 아르바이트는 ‘빛나’를 조금씩 성장시킨다.

 

대표적으로 7장의 ‘감수성’ 파트는 어두운 우주 속 자각몽에서 ‘빛나’의 고민이 고조되는데, 조명이 켜지고 빛이 하나씩 켜질 때 그녀의 빛이 나는 순간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녀가 만들어온 세계에서 그녀는 관객이 보는 눈앞에서 빛이 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녀의 만들어 온 세계는 말 그대로 그녀의 세계다. 연극의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그녀의 ‘유니버스’며 일기장과 비슷하다. 그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했던 아르바이트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작용되지 않았다. 자양분이 되어 그녀의 세계로, 그녀가 만든 작품으로, 그녀의 꿈의 공간으로 가며 관객과의 소통으로 작용된다.

 

배우는 자신이 했던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며 그 과정에서 관객과 얘기하고 관객이 자신의 세계로 더 들어올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한다. 배우는 연극이 너무 자전적이라서 관객분들이 공감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했던 아르바이트는 관객이 그녀의 세계로 들어와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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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세계를 보고 있으면 나의 세계도 떠오른다. 나는 과연 어떤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어떻게 ‘마이유니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생각한다. 그래서 결심하게 된다.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진 ‘결심’이라는 단편소설의 결과는 결국 연극을 본 ‘나’의 이야기다.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고 배우라는 꿈을 이룬 배우의 연극을 보러 갔을 때 다시 한번 결심을 하듯이 나 또한 배우가 만든 1인 극을 보고 다시 결심한다. 그녀의 유니버스와 나의 유니버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유니버스가 만나고 합쳐지는 순간이다.

 

그 교집합에는 마지막 장인 ‘미완성’이 있다. 아주 짧게 끝나는 파트이지만 가장 큰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 연극의 주제는 그저 한 배우의 자전적인 이야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모든 이의 새로운 시작과 결심을 응원하는 것이다. 10장의 끝이 ‘완성’으로 끝났다면 더 완전한 느낌이지만 ‘미완성’으로 끝났다는 건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가 오마주한 ‘니나’의 주요 독백은 극 초반과 후반에 나온다. 마음대로 되지 않고 영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준 초반과 달리 후반에는 오로지 배우 혼자만의 감정과 연기로 독백을 전달한다. 여기서 점점 그녀의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게 보였다. ‘니나=빛나’가 성립되는 단계였다. ‘니나’ 같은 삶과의 등호가 아니다. ‘갈매기’에서 ‘니나’는 결국 배우로서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런 그녀의 삶과 등호를 나란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배우로서 ‘니나’의 독백을 온전히 연기했다면 그 순간만큼은 극 중 ‘니나’가 된 것이다. ‘니나=빛나’가 되며 초반에 독백 대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던 그녀가 점차 알아가고 배우로서 성장한다.

 

연극은 앞서 말했듯이 ‘미완성’으로 끝난다. 그녀가 ‘니나’의 독백 연기를 했음에도 아직은 미완성이다. 가능성과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배우가 됐다는 결말이었으면 오히려 사족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다른 모습, 다른 연기, 다른 연극에서 찾아뵙겠다는 배우님의 다짐과 인사에는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땀의 아름다움이 있다. 이 연극은 그녀의 또 다른 자양분이 될 것이고 나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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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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