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온전한 일상을 사는 법 [사람]

편한 옷을 입자!
글 입력 2022.07.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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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옷을 좋아합니다. 옷은 말하지 않아도 내 개성을 드러냅니다. 종종 친구들이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합니다.

 

“편한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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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야외백일장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야외백일장은 문예창작과 전 인원이 참가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과 사람들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나는 회색 긴 팔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백일장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날씨가 꽤나 더웠습니다. 반팔을 입은 아이들은 웃으며 글을 쓰고 행사를 즐겼지만 긴 팔 셔츠를 입은 나는 땀만 삐질삐질 흘렸습니다.

 

그날 나는 회색 셔츠의 겨드랑이가 젖어드는 걸 신경 쓰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소재도 표현도 엉망인 글을 제출한 것은 물론이고 파주 헤이리 마을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고작 회색 셔츠 때문에, 저는 하루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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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옷을 입었을 때 나는 나의 불편함을 돌보느라 바쁩니다. 허리가 좁은 바지는 더부룩한 하루를 살게 하고, 벗겨지는 덧신은 가던 길을 몇 번이고 멈춰 세웁니다. 무거운 코트를 입으면 저절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한 옷을 입었을 때는, 일상을 오롯이 살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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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 넉넉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팔다리는 자유롭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때 감각은 일상의 구석구석에 닿습니다. 구석진 벽에 등을 댄 채 바람을 견디는 낙엽이 보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시끄럽게 떠드는 학생들의 말소리도 들립니다. 온전한 일상입니다.

 

쓰는 사람에게 온전한 일상은 아주 소중합니다.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나를 계속 쓰게 합니다. 편한 옷들은 내가 온전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옷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해 거치는 첫번째 단계라는 비약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너무한 비약일까요? 아무튼 나는 편한 옷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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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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