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상동물원 [미술/전시]

나루아트센터 상상동물원 전시 리뷰
글 입력 2022.07.24 03:5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가는 이 시점에 우리는 우리가 여태껏 얼마나 오랜 시간 인간중심 주의적인 사고로 세상을 대했는지 많은 예시를 통해 깨닫고 있다.

 

여기 그러한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비판하는 전시가 하나 있다. 바로 서울시립미술관 광진문화재단 협력 전시인 《상상동물원》이다. 《상상동물원》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동물만을 다룬 작품 7점으로 구성된 전시로, 나루아트센터에서 7월 15일에서 8월 14일까지 진행한다.


이 전시를 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전시 설명 때문이었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이 모색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전시” 이 설명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인간이 모색해야 할 방향성”이었다. 단순히 비판만 하고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부분을 보고 전시 관람을 결정했다.


전시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전시 서문이었다. 전시 서문도 이해하기 편하게 작성되어 있어 참 좋았는데, 가장 좋았던 문장은 “실제 동물을 만나기 위해 찾는 장소인 동물원은 자연 속에서 더는 동물을 볼 수 없게 된 현실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꾸미기][크기변환]상상동물원 전시 서문.jpg


 

이 문장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점과 겹쳤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인간이 만드는 것은 관계든 사물이든 모두 인위적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친구를 사귈 때도 한 사람이 “나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해.”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냥 ‘그렇구나.’ 생각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굳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데?”와 같은 말을 꺼내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와 비슷하게 평소에 인간인 우리가 수족관을 가서 해양생물을 보고 동물원을 가서 동물을 보는 것에 대해 ‘만약 인간이 수족관이나 동물원 같은 공간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동물을 포획할 장비나 기술이 없었다면, 인간이 살면서 이렇게나 다양한 동물을 접할 기회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시 서문의 글이 더 와 닿았다.


참 모순적이게도 우리가 동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자연 속이 아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이라는 점을 “동물원”이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 만든 공간에서 보는 동물은 진짜 동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연 속의 동물은 활기가 넘치고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이지만, 동물원 속 동물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 인간중심 주의적인 시각에 관심이 많아서 사소한 일에도 이러한 사고가 들어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강아지, 고양이 같은 인간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개고기를 증오하지만, 그들이 먹는 돼지고기나 소고기에는 관대하다.

 

평소 이런 태도를 볼 때마다 나는 ‘강아지랑 고양이는 그냥 인간이 선택한 동물이란 이유로 다른 동물과 다른 취급을 받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꾸미기][크기변환]puppy-g47a21c128_1280.jpg


 

이런 식으로 우리 인간은 정말 인간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단한다. 이런 말도 있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자연에 악이다.”


사실 그래서 지금 인간이 지구를 살리겠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것이 생태 측면에서 본다면 어이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다 망쳐놓고 본인들이 이용하기 힘들어지니까 고친다는 격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만을 생각하며 살기를 원한다면 인간은 존재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인정하고 자연과 타협하며 사는 방법밖에 없다.


《상상동물원》에서 이러한 내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정소영 작가의 〈Ink Drop〉이다. 이 작품은 인간은 현재 평온해 보이는 지구가 사실 매우 불안정한 상태임을 알지만 다 덮고 아닌 척 살고 있다는 뜻이 있다. 그러나 정소영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러한 불안정한 상태가 묻혀 있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인간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꾸미기][크기변환]종유석.jpg


 

《상상동물원》 이창원 작가의 〈평행세계_낙원〉 작품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동굴 속 고대 벽화를 마주한 것과 같은 시각적 환영을 자아내는 작품이지만, 이창원 작가가 그림자에 비치게 의도한 동물은 사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위해를 나타내는 기사 속의 동물 주검 사진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중요한 부분이다.

 

 

[꾸미기][크기변환]평행세계 낙원.jpg

 

[꾸미기][크기변환][회전]기사1.jpg

 

[꾸미기][크기변환][회전]기사2.jpg

 

[꾸미기][크기변환][회전]기사3.jpg

 

 

이 외에도 노충현 작가의 〈두 개의 공〉 작품 역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자연 속에서 뛰놀아야 할 동물을 가둬놓았는지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납치해서 천장에 공 2개만을 달아주고 그 공간에서 살라고 한다면, 들어가고 나오는 문도 작고 밖을 볼 수 있는 창문도 작은 공간에서 나는 과연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인간이 동물에게 잔인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꾸미기][크기변환]노충현 동물원.jpg


 

내가 《상상동물원》에서 가장 충격받은 작품은 이해민선 작가의 〈’APT‘라는 이름의 짐승〉과 〈’쏠‘이라는 이름의 짐승〉 작품이다. 이해민선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 동물을 인간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기계, 기술도 인간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말하며 기계, 동물을 너무 이기적으로 인간중심으로 사용하지 말자는 말을 전한다.

 

 

[꾸미기][크기변환][회전]이해민선 작품.jpg


 

이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러고 보니, 정말 인간은 이제 동물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걸 넘어서 기계까지 자기 마음대로 쓰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최재천 교수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데, 최재천 교수의 영상 중 최재천 교수가 100년 전에는 인류가 지구의 10%도 되지 않았지만 불과 100년 만에 지구의 생명체 중 90%가 인류가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 영상이 있다. 이 영상을 보고 제대로 인간중심주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전시 관람을 통해 그래서 전시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평온해 보이는 지구에 속지 말고 동물, 기계,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자.”라는 뻔한 내용인가 싶긴 했지만, 다시 인간 중심적으로 살고 있던 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전시를 기획하고 개최하는 것 자체가 자연에 큰 해를 끼치는 것 인만큼 인간이 자연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세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