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가 있기에 더 소중한 나 -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

글 입력 2022.07.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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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 종료 한 달 전,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났다.”

 

 

15년 만에 도윤(배우 현우석)을 찾아온 아버지라는 사람 승원(배우 정웅인). 어렵사리 그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데 여기서 또 동생 재민(배우 박상훈)이 등장한다. 치킨 배달 알바를 하며 밤늦게 오토바이를 타고 쏘다니던 도윤에게 하루아침에 두 식구가 생긴 것이다.

 

조만간 집에서 도망쳐 나오겠다는 포부를 안고 그들과 데면데면 지내보려 노력한다. 여기서 끝이면 참 좋겠지만 지병을 앓고 있던 승원이 죽으면서 이 세 가족, 아니 새 가족의 비밀이 드러난다.

 

영화는 청소년들의 성장 스토리 뿐만 아니라 보호종료 아동, 입양, 청소년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겁고, 진지하지는 않다. 영화는 굉장히 청소년스럽다.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괴로워 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기에 당당할 수 있는 유쾌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PCX125와 도윤, 그리고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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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 보호 종료 아동, 혹은 자립준비 청년이 되는 도윤은 호주에 가고 싶다. 밤마다 치킨 냄새를 맡고, 욕을 먹으면서도 PCX125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이유이다.

 

호주에 간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첫 결정이기도 하다. 단순한 도피의 공간이기 보다는 본인의 선택과 그것을 달성할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는 통과의례로 느끼는 것이 아닐까.

 

호주에서는 가족이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라 도윤은 말한다. “거기서는 아임 코리안!이라고 하면 끝이야.” 어딘지 쿨해 보이지만 그동안 자신을 대신하던 꼬리표들이 얼마나 그를 얽매고 있었을 지 짐작할 수 있다.

 

같이 살게 된 재민과 승원이 불편하면서도 같이 지내보려 한 이유도 같지 않을까. 어설픈 가족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덜 외로울 테니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결코 친가족처럼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쩐지 계속 어색한 세 식구와 마지막까지도 호주를 놓지 못하는 도윤의 시선을 따라가야 이해 가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이들에게 다가오는데 당장 선택하기 보다 그 순간의 리액션이 중요하다. 때문에 ‘아이를 위한 아이’는 단순한 청춘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좀 더 현실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잠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감독 이승환은 말한다.

 

 

 

다시 남은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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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은 우리(us 또는 울타리)의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공들여 우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모든 사실을 알면서 도윤에게 승원을 아버지라 부르도록 만들고, 자신을 돌보게끔 한다. 평생 함께 할 형제로 도윤을 인정하기 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를 옆에 두려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 쓸쓸했다.

 

모든 진실이 탄로 나고 나서야 재민은 사람 사이에 우리는 짓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전에는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을 필요로 했던 것이라면 이제 도윤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이 재민의 선택이다.

 

한편 도윤은 다시 한번 혼란스럽다. 어렵게 받아들이기로 한 가족이 모두 꾸며진 연극이라는 것에 대한 배신감과 다시금 찾아온 고독함에 어지럽다. 남겨진 재민을 완전히 외면할 수도, 아버지라고 생각한 성훈에게 화를 낼 수도 없다.

 

본인이 아이를 위한 아이임을 알게 된 도윤은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자연적인 인연이 아닌 조작된 필연에 의한 존재임은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이미 보육원에서 살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을 아는 도윤에게 진실은 너무 잔인하기만 하다.

 


 

‘I’를 위한 ‘I’


  

도윤은 씩씩하고 스스로 선택을 내리고자 하는 아이다. 재민의 형으로 남기를 선택하고 한국을 뜨기로 결정한다. 승원의 보험금을 받았을 때 호주보다 새 청소기를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민이 보육원에 들어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결정이었으므로 걱정이 앞선 결말이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둘의 ‘I’를 위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는 어른으로서 홀로 서야 하는 재민은 형 도윤처럼 보호아동의 삶을, 이제 진짜 어른으로서 두 식구의 자립을 준비하며 호주에서의 시작을 직접 선택한다. 서로에게 굳이 기대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존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는 인위적이지 않으며 떨어져 있더라도 허물어지지 않는다. 'I',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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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청소년들의 성장을 다룬 것이기 보다는 여러 선택지를 앞에 두고 머뭇대는, 그 지연된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기대한 만큼에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불안한 청소년들이 서로와 세상과의 관계에 어떤 리액션을 하는지 묵묵히 바라본 결과라면 이해된다.

 

7월 21일부터 개봉하는 ‘아이를 위한 아이(A Home from Home)’에 많은 관심 바라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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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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