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로 감상하는 영화 속 꿈 이야기

글 입력 2022.07.18 20:4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그만하면 잘했어', 이 문장은 실격입니다.

 

 

위플래시3.png




시놉시스



뉴욕 명문 셰이퍼 음악 대학에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플레처는 밴드에 재능 있는 앤드류에게 심한 모욕과 현실적인 꾸중을 퍼부으며 그가 더 큰 세상에서 비상 하기를 간절히 꿈꾼다.

 

앤드류는 플레처의 교육 기술에 기죽는 듯했으나 이에 굴복하지 않고 밴드를 원하는 큰 간절함과 광기를 보여준다. 자신의 한계를 깨트리려 사랑하는 여자친구 니콜까지 잃으며 음악에만 집중한다.

 


위플래시1.png

 

 

 

영화 속 주인공의 대화 장면



까놓고 얘기할게.

 

우린 어차피 헤어지게 돼 있어. 많이 고민했는데 어쩔 수 없을 것 같아. 난 꿈을 쫓을 거야.

 

러려면 점점 많은 시간이 들어갈 테니 너랑 있을 시간은 줄어들겠지. 같이 있어도 난 드럼을 생각하고 재즈와 악보를 생각할 테니 넌 날 원망할 거야.

 

섭섭해진 너는 드럼을 그만 치고 너랑 놀자고 할 텐데 난 그럴 수가 없어. 나도 날 이해 못 하는 널 원망할 거고 우린 서로 미워하다가 안 좋게 헤어지겠지.

 

그러니까 이쯤에서 깨끗이 끝내는 게 나아. 대단해지고 싶거든.

 

대단한 뮤지션이 되고 싶어.

 

 

 

위플리쉬에 대한 에디터의 견해



[꿈은 원대하다]


7살 때 다니던 나의 조그만 유치원 내부에는 ‘꿈은 원대하다’라는 문구가 금색으로 적혀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때의 내 꿈은 누구나 한 번쯤 거치는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꿈은 지겹게도 많이 바뀌었다. 선생님, 피아니스트, 아나운서, 아이돌 등 꿈만 꾸면 당연히 이룰 수 있다는 철없는 사유를 즐겼던 기간은 기껏해야 10년이었다.

 

그래도 대학에서 배우고 싶었던 학문은 늘 확실했기에 노선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이때부터 내게 있어 꿈 뒤편에는 조그맣게 각주가 달려 있었다. [꿈은 생계수단에 직접적으로 이득이 되는 영향을 주어야만 함.] 꽤나 울적한 현실이었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기도 해서 큰 좌절은 없었다.

 

잘하는 걸 찾기보단 우선 좋아하는 걸 찾았다. ‘글쓰기’. 남들은 각 잡고 글을 쓰려고 해도 쉽게 안 적혀진다는데 내게 글쓰기는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게 당연하듯, 그저 당면하게 행동되는 일부였다. 잘 하는 건 둘째 치고 남들이 어려운 걸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는 건 재능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주제가 다른 글인데도 불구하고 그 글감의 마무리는 언제나 비슷한 필력으로 끝맺음이 되는 결과를 보니 글+(권)태기가 찾아왔다. 이를 자각하는 순간 꽤나 진지하게 걱정이 되었다. 여러 번 문장을 수정하고 문단 전체를 퇴고해도 한 사람의 잘 바뀌지 않는 스타일은 글쓰기에 있어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이는 양면성에 놓여있었다.

 

‘에이 그래도 이만하면 나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영화 <위플래쉬>를 감상하며 이런 류의 사고방식은 문장 자체에서 본질적인 매력이 삭감되는 생각 버릇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뉴욕의 명문 음악학교 - 셰이퍼에서 존중받아 마땅한 지휘자 플레쳐 교수는 그의 제자인 앤드류에게 ‘이만하면 충분하지’라는 문장은 태초에 없던 것처럼 지워버리게 만들기 위해 앤드류에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매서운 언어표현으로 제자를 자극시킨다. 플레처는 앤드류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음악인으로서 세상에 비상되길 바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 미친 사람에게 눈이 제정신이 아니다는 표현을 사용하듯, 앤드류 역을 맡은 마일즈 텔러는 실제로 밴드의 일원이라 해도 믿을 만큼 음악에 빙의되어 있었다. 그런 앤드류에게도 관심이 있던 순수하고 착한 여자친구 니콜이 있었다. 앤드류가 먼저 그녀에게 반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처에게 자극적이고 강도 높은 수준인 교수의 영향으로 그녀에게 매정하게 대하며 이별을 고한다.

 

명작 <위플래쉬>의 다른 감상평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앤드류가 두 손에 피를 철철 흘리며 밴드에 고도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퀀스가 명장면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무조건적인 감성의 영역에서 최고점을 발휘하는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이십 대의 경험 적은 청년이 미래의 꿈을 위해 관계를 절단시키는 자제력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또 다른 관계에 대한 재능이라 느꼈다.

 

머리로는 상대를 끊어내야 함을 분명히 알면서도 감성이 이성을 지배해 수명 잃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람이 정말 많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선택한 길(음악-‘밴드’)에 노력의 정점을 그어보고자 고독의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앤드류는 감성만이 충분한 필자에게 꿈을 상대할 때 강단을 장착해야 하는 이유를 눈빛, 행동, 언어, 열정으로 대신 보여줬다.

 

세상 위에 우두커니 서있는 인간은 먼지처럼 미세하고 또 미세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작은 한 인간이 한 분야의 정점을 찍겠다고 발악하는 동작인 큰 첨벙거림은 꾸준할수록 그 자세가 몸에 익어 습관이 된다.

 

필자 또한 까놓고 얘기해서 그동안 수없이 입으로 자진해서 울렸던 ‘노력’이 ‘진실한 노력’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노력은 했어도 앤드류처럼 손에서 피가 났던 적도, 코에서 피가 났던 적도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회상하니 그저 ‘보통의 노력’이었구나 체감했다.

 

우연히 선택했든, 자진해서 선택했든 골라진 내 꿈의 영역에서 이름 석 자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것이다. 필자의 생애 주기 표에는 25살에 취업전선에 확실히 들어가기가 임무로 주어져 있다. 25살부터 35살까지 불필요한 시간과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한 웃음기 쫙 뺀 현실적인 일상으로 가득 채워 40살의 필자는 당차고 프로페셔널한 영화인이 되어있길 원한다.

 

영화는 그저 오락거리로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자칫하면 한 사람이 빠트리고 다닐 뻔한 정신을 진가 있는 이야기로 채워주고 여운만 남긴 후 조용히 사라져 준다. 말이 많은 사람 옆보다 조용한데 호소력 있는 한 마디를 내미는 사람에게 배울 점이 더 많듯 영화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케일이 큰 영화는 웃기고 재밌지만 큰 알맹이가 극장 안에만 발휘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상업영화 일지라도 제작자의 큰 관여보다 감독이라는 한 인물로 시선처리된 영화는 두고두고 한 사람의 인생에 소중히 저장된다.

 

 

 

꿈에 대한 또 다른 영화 추천


 

라라랜드포스터.png

 

 

 

조우정-BM.jpg

 

 

[조우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