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슴이 설레이는 일에는 온 몸을 내던질 것 [영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다큐, <치어(Cheer): 승리를 위하여>
글 입력 2022.07.1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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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넷플릭스는 사실 다큐맛집이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지루하고 지나치게 진지하고 재미없는 영상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끔은 영화나 드라마 속 허구의 이야기들 보다 다큐멘터리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진짜 감동과 재미가 있다. 우리도 종종 현실이 더 영화 같다고 말하지 않는가?

 

영화나 소설처럼 완벽한 극본 하에 펼쳐지는 것 같은 재미와 감동, 그런데 심지어 실제인물과 상황들을 곁들인. 다들 한번 보고 나면 빠져들 수 밖에 없을 넷플릭스의 다큐 <치어(Cheer): 승리를 위하여> 시즌 1의 소개를 시작하겠다.

 

 

[크기변환]치어 대표.jpg

 

 

<치어 승리를 위하여>는 넷플릭스에서 2020년 공개한 다큐멘터리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텍사스 주에 있는 나바로 대학 치어리더 팀이 매년 데이토나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 치어리딩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즌 1은 총 6개의 회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다보면 엄청난 흡입력에 6회차의 영상이 전혀 긴 것 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이 다큐를 보면서 느꼈던 가장 큰 충격은 치어리딩이 매우 격렬한 스포츠라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하이틴 영화들을 통해 노출된 치어리딩은 대부분 럭비 팀이나 농구부 주장인 남친을 갖고 있는 금발머리 학교 최고 미녀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나? 이렇게까지 혹독한 운동량과 연습량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여러 묘기들, 덤블링, 인간피라미드와 같은 고난이도 기술을 위해 그들은 뜨거운 햇살 아래서 골백번의 훈련을 한다. 눈을 의심할만한 화려한 퍼포먼스들이 이어지는 걸 보고 있자면 어째서 여즉 치어리딩이 경기장 밖 보조적인 눈요깃거리로 취급받았는지 화가 날 정도였다.

 

게다가 화려한 퍼포먼스 뒤에는 결국 치어리더들이 있다. 성별이 무엇이든, 또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치어리딩은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팀이 되어 그들은 외로웠던 서로에게 기꺼이 가족이 되어준다. 어디에나 그렇지만 다큐의 주인공들인 이들에겐 각자마다 본인들의 사연이 있고 결핍이 있다. 위 다큐는 그들의 과거를 들려주면서도 카메라의 방향을 그들의 현재와 미래에 놓는다. 다정한 시선으로, 치어리딩을 통해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과정을, 그리하여 그들이 치어리딩을 통해 갖는 인생의 목적을 조망한다.

 

사실 첫 화에 나온 코치의 인터뷰에서 치어리더의 생명은 대학교 졸업을 끝으로 대부분 끝난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듣고선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 저 비주류의 활동을 위해, 목숨을 건 부상을 감내하면서도 그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훈련을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치어리딩은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 숨통이었다는 것을.

 

 

[크기변환]모니카.jpg

 

 

그렇다면 이 골칫거리들(영상 속에서 그렇게 불린다)을 한데 모아 최고의 치어리더들로 만들고 지나온 삶의 결핍을 채워주는 그녀에 대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모니카 앨다바다.


그녀는 나바로 대학교의 치어리딩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또한 그녀는 24년간 나바로 대학을 17번이나 대회 우승팀으로 만들어 낸 명실상부 최고의 코치이다. 하지만 어쩐지 겨우 그 정도의 수식어로 모니카를 설명하기엔 <코치>라는 단어가 가진 역량이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 그들에게 모니카는 코치를 넘어선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탄탄한 도덕적 기반 안에 예수의 가르침을 새기죠. 남과 다른 학생들을 변호하고 소속감과 해방감을 줘요"
 

 

다큐가 진행되는 내내 그녀는 학생들을 모두 자신의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말뿐에 그치지 않고 그에 걸 맞는 애정을 준다. 어른으로서 멘토로서 그들에게 모니카가 가르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을 힘이었다.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많은 방황을 겪은 렉시, 자신을 버린 부모와 세상에게 상처를 받은 눈으로 살아가던 모건,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온 라다리우스... 그들에게 모니카는 기꺼이 첫 스승이, 보호막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다.

 

다큐가 진행되는 내내 모니카를 위해서라면 총이라도 대신 맞을 수 있다는 모건의 모습을 보면서, 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다가도 모니카를 떠올리며 자신을 제어하는 법을 배워가는 라다리우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애정이 저렇게 많은 학생들의 인생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늘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다른 사람과 세상에 변화를 꾀하는 사람이 되자는 신념을 가진 나로썬 그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 깊은 존경심과 경외심이 들었다. 정말 어디가서 롤모델을 물어본다면 앞으론 나바로 팀의 모니카 코치요! 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다.

 

  

 

결국은 우리


 

이제 치어리딩은 위험천만한 부상을 떠올리게 하는, 미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위험한 스포츠가 되었다. (실제로 여자 스포츠선수들 중에 가장 부상을 크게 입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또한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대학팀을 졸업한 그들을 받아 줄 프로팀조차 없다. 미래도, 안전성도 담보되지 않은 이 시간들을 위해 팀 나바로의 선수들은 온 몸을 내던진다. 가족이 되어버린 서로에게 매 순간 사랑한다고 외쳐대면서, 동작을 성공시킬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성을 내질러주면서, 힘들고 아픈 순간에는 땀에 젖은 두팔로 서로를 껴안아 가면서, 그렇게 그들은 최종 목적지인 데이토나 대회로 향한다.

 

첫 회를 볼 때만 해도 탕아들로 모여진 것 만 같은 저 팀에서 미래에 스펙도 되지 않을 한 순간을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내가, 최종화를 향해 달려갈수록 그들의 영상을 때로는 손에 땀을 쥐어가면서 같이 벅차하면서 간절히 기도하면서 보고있었다.

 

심지어 영상을 다 본 뒤엔 그들의 삶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스무살, 스물한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저들에겐 미치게 반짝거리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설레여 온몸을 내던질 만한 일이 나에게도 있었던가?

 

현실에 타협하느라 포기했던 것들이 스쳐지나간다. 또한 도전하는게 겁이나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도망쳤던 많은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그들이 열정으로 갈고 닦은 땀방울이 진심으로 부러워 다큐가 끝난 지금도 난 아직 그들의 여운에 뒤척거리는 중이다.

 

<치어: 승리를 위하여>의 모니카가, 나바로 대학의 치어리딩 팀들이 그들의 시간을 통해 나에게 남겨준 것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혹여 가슴이 벅차 설레이는 일이 있다면 온몸을 내던져 볼 것! 우린 아직 청춘이니까.


건조하다고 느껴지는 세상 속에 삶을 조금 더 뜨겁게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팀 나바로의 그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 다큐를 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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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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