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가? [영화]

영화 《헤드윅》
글 입력 2022.07.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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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은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날 태어났다.

 

동쪽 진영에서 살게 된 그는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남성들에게 성추행 및 폭행을 당하면서 자란다. 어느날 그는 어느 미군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미군은 그에게 성전환 수술을 한 후 자신과 자유로운 미국에 가서 결혼할 것을 제안한다. 이에 그는 엄마에게서 헤드윅이라는 이름을 받고 불법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수술은 완전하게 성공하지 못하고, 6인치 중 1인치는 여전히 그에게 남아 있게 된다. 헤드윅은 미국으로 넘어갔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미군에게 버림받는다.


매춘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던 헤드윅은 베이비시터를 하러 들어 간 집에서 토미를 만난다. 토미에게 음악을 알려주고, 토미와 함께 음악을 만들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 1인치의 존재를 알게 된 토미는 헤드윅을 떠난다. 헤드윅을 떠난 토미는 헤드윅과 함께 만들었던 곡들로 활동을 하며 크게 성공한다. 우연히 리무진 안에 함께 있던 헤드윅과 토미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토미는 헤드윅의 존재를 부인한다.


이후 헤드윅은 자신의 애인인 이츠학과 함께 밴드를 꾸려 토미가 콘서트를 하는 곳 근처를 맴돌며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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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의 전체적인 주제를 뚫고 지나가는 노래는 단연 “The Origin of Love”이다. 노래의 소재로 사랑 혹은 이별 이야기가 쓰이거나 멜로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얻는 일은 흔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노래나 드라마, 영화에 투영해 그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자신의 추억을 되짚어보곤 한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아주 다양한 존재와 서로 다른 형태의 사랑을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연인 간의 사랑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랑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다. 가족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주로 우정이라고 불린다), 심지어는 주고받는 사랑 외에도 길을 걷다 만난 일면식도 없던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목적 없는 ‘주기만 하는’ 사랑도 존재한다.


인간은 그 생 전체에 걸쳐 왜 이러한 사랑을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관한 답을 명확하게 내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사랑함으로써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행하기도 한다. 이에 관한 ‘설명’은 그나마 철학의 분야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


헤드윅이 노래하는 “The Origin of Love” 가사에는 플라톤의 향연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먼 옛날, 세상에는 두 남자의 등이 붙어 하나로 되어 있는 듯 보이는 해의 아이들, 여자의 등이 붙은 땅의 아이들, 여자와 남자의 등이 붙은 달의 아이들이 있었다. 신들은 이들의 힘과 저항에 겁을 먹었고, 제우스는 번개로 그들의 육체 한가운데를 가른다. 갈라진 그들은 전과 달리 외로움을 느끼며, 평생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것이 사랑의 기원이다.


영화 《헤드윅》에서 ‘헤드윅’이라는 인물의 정체성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그 ‘1인치’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정말 그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헤드윅은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자신의 성을 바꾼다. 이는 즉 헤드윅 자신은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건 아닐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군과 토미의 경우는 다른 것 같다. 그의 1인치를, 그의 남성이라는 정체성을 온전하게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헤드윅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그의 인생을 곱씹어 보게 만든다. 우리가 그에게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누군가와 사랑을 했고, 누군가와 이별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이 사랑 이야기인데, 유독 헤드윅의 이야기가 가슴에 박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헤드윅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쉽게 용인되지 않는 존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성애의 형태가 아닌 사랑, 정의 내릴 수 없는 성별. 우리는 헤드윅을 영화 속 인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투영할 줄 알아야 하겠다.

 

서두에 서술했듯,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다. 최근 반려 식물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의 반려자,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식물까지도 사랑하는 인간은 왜 유독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에 대해서 각박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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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말미에 나오는 "Wicked Little Town"에서 토미는 자신이 헤드윅에게서 도망쳤던 그 순간에 대해 자신이 어리고 어리석었다는 가사를 노래한다. 토미가 떠난 이후 헤드윅은 이츠학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이츠학은 드랙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헤드윅은 이츠학을 자신의 남편으로 삼으며 이츠학이 드랙퀸을 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그런 그는 토미가 자신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Wicked Little Town"을 듣고 이츠학에게 가발을 내어준다. 미군이 자신의 정체성을 빼앗았던 것처럼 이츠학의 정체성 또한 뺏었던 헤드윅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해준 토미처럼 이츠학의 정체성을 인정해준다.

 

헤드윅의 그 1인치를 알고 도망간 토미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누구나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고, 그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이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어떤 형태의 사람이든 그들이 그 자체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HEDWIG AND THE ANGRY INCH'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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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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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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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의 반려자,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식물까지도 사랑하는 인간은 왜 유독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에 대해서 각박한 것인가?
       
      너무 좋아요…….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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