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산책으로 얻는 위안 - 산책가의 노래 [도서]

글 입력 2022.07.0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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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주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다르겠으나 나에게 있어 ‘산책’은 운동이자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자 대화 공간이다.

 

온종일 일을 하다 뻐근한 몸을 푸는 운동이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진 날 정처 없이 걷을 때에는 스트레스 해소가 되기도 한다. 또, 오래간만에 가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대화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집 앞에 있는 같은 공원을 몇 년 째 걷다보니 마치 도화지에 유화 물감을 덧칠하듯 공원을 걸으며 들었던 감정들 또한 겹겹이 쌓인 느낌마저 든다. 기쁜 마음으로 걷던 다리를 어떤 날에는 슬픈 마음으로 걸었고 또 어떤 날에는 화를 가라앉히는 마음으로 걷기도 했다.

 

 

산책가의 노래_앞표지.jpg


 

‘세 번의 여름에게’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가 산책을 통해 얻은 위안을 서정적인 글과 감성을 자극하는 수채화로 엮은 첫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연이어 찾아온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안은 채 무작정 한여름 뜨거운 햇빛 속을 걷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을 혼자 걸으며 발견한 작고 소중한 행복과 그로 인해 서서히 치유되어 가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천천히 걷는 산책


잘린 연줄기 끝에 빨간 잠자리가 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무성하게 자란 짙은 초록빛 고사리 사이에

하얀 나방이 미동도 없이 깊은 잠을 청하고,

이끼가 잔뜩 낀 오래된 나무껍질 틈새에서

눈물을 닮은 조그만 버섯들이 자라고,

에메랄드 빛 작은 에벌레가 꿈틀꿈틀거리며

나무를 오르고 있다.


빨리 걸으면 풍경이 보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그 풍경 안에 숨은

작고 소중한 것들이 보인다.


그래서 천천히 걷는 산책을 즐긴다.

오늘도 작고 예쁜 것을 많이 보았다. 

 


이 책을 탄생시킨 것은 사실 어느 여름날 뜻하지 않게 작가를 휘몰아치게 한 슬픔 때문이었다.

 

그 슬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슬픔의 조각은 겹겹이 쌓여 다가왔다. 연이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릴 힘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고, 처음에는 누군가의 웃음소리와 웃는 얼굴조차 마주할 수 없었다 한다.


감정적으로 지쳐버리는 순간이 왔을 때, 이를 회복하고자 찾은 것은 산책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새소리를 따라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서 첫 번째 여름을 보낼 무렵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고 깨달았다. 바로, 빨리 걸으면 풍경이 보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그 풍경 안에 숨은 작고 소중한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세 번의 여름을 보내고 작가는 비로소 자신의 슬픔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숲과 나


숲은 나를 치유해 주네


숲은 나와 숨 쉬고

숲은 나를 쓰다듬네


작은 새가 함께 노래 부르고

하얀 나비가 함께 춤추고

청설모가 손을 흔들어 주네


짙은 초록 잎이 흔들리며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네


숲은 나와 함께 울고 있다네

 


작가에게 드리웠던 슬픔의 크기를 알 순 없겠지만 작가의 눈에 그려진 공원을 따라가며 읽으며 필자 또한 속으로 울다 웃었다. 비슷한 감정을 느껴서 그랬다.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여러 밤을 뒤척일 때 마음을 고쳐먹기 위해 혼자 몇 바퀴를 돌며 푸르른 나무와 예쁘게 핀 꽃들,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았고 감정은 한 바퀴를 돌 때 마다 서서히 사라진 감정이 떠올라 더욱 그런 것이다.


스쳐가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은 시를 보면서 작가가 가진 순수한 마음도 느꼈다. 동물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거나 얘기하는 부분도 그렇고 또 지나가며 만난 사람들의 소소한 대화나 공원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을 말한 부분에서도 그랬다.

 

 

백로


너는 늘 혼자 있는데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구나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듯이

뒤돌아 천천히 거닐다가


하얀 날개를 펼치고

우아하게 날아오르네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아주머니


아주머니가 지나가다 클로버가 잔뜩 피어난 것을 보고 주저앉는다.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네 잎 클로버 하나를 찾아 끼워 넣은 뒤,

더 찾아볼 요량인지 클로버를 뒤적인다.

그러고는 다시 하나를 찾아 뽑아다 노트에 끼우고 

다시 또 하나를 찾아 뽑아다 노트에 끼우기를 반복한다.

저 아주머니는 무슨 소원을 저토록 빌고 싶은 것일까. 

더위에도 꿈쩍 앉고 주저앉아 네 잎 클로버를 찾는 아주머니 주위로 

호기심 많은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이 책 가장 마지막에 있는 시는 ‘안녕 여름’이다.

 

이 시를 끝에 배치한 것에는 세 번의 여름을 지나 작가는 비로소 자신의 슬픔을 온전히 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 작가는 자신이 산책하면서 틈틈이 메모한 시데를 엮은 산책가의 노래를 통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소중한 행복을 찾길 바란다.

 

그러면서, 행복은 멀리 있거나 찾아 헤매지 않더라도 찾아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안녕 여름 


하얀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작아지는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나비 한 마리가 비틀비틀 날아가고

개 두 마리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가 지나가자.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여름이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 길을 건넌다.

 


서정적인 시와 함께 그려 넣은 수채화를 보며 힐링 받았고 새로운 곳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슬픔을 경험하고 자연을 통해 치유하고 감정을 정화하고, 이제는 행복을 노래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또, 읽으면서 지난 날 산책하며 위로받고 감정을 정화 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렸고, 다시금 소소한 행복이 주는 만족감과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책이었다. <산책가의 노래>였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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