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태국 여행기 [여행]

글 입력 2022.07.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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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다 MBTI를 비롯한 각종 성격유형검사를 해보면 나는 언제나 내향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평소의 나를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인 듯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만남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없다. 성인이 되어 만나온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결국 얼굴하고 이름 정도만 아는 ‘남’으로 지내게 되었고, 이러한 것에 익숙해져 버린 탓에 새로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시간적, 금전적, 감정적으로 나에게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런 내가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곳이 있는데, 바로 해외이다. 나의 SNS에는 세계 각양 각지의 사람들이 있다. 모두 해외에 나가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이다. 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보여주어도 전혀 부담이 없고, 서로가 앞으로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수많은 날들 중 하루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깔끔한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외국에서 만난 인연들은 크게 세 부류이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음악 감상과 음주가 취미인 나에게 해외 현지의 클럽이나 라이브 바를 방문하는 것은 현지 문화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두 번째는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한국과 관련 있는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어준 경우,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인연을 맺은 친구들의 친구들이다.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갑자기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해외에 갔다가 오늘 귀국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해외 입출국 규제가 조금씩 완화된 탓에,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이 떠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 많은 나라들 중 태국인 이유도 나에겐 너무나 명확했다.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인연을 맺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우연처럼 내가 가는 곳마다 마주쳐 안면을 트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친해지게 된 계기는 이들의 수업을 도와줄 보조 학생을 맡아달라는 교수님의 부탁이었다.


나도 이전에 외국의 학교에서 잠시 지냈던 경험이 있었고 그때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보조해 주던 현지 친구가 있었는데, 나도 그러한 도움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어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인연을 맺어온 지 5년째가 되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까지 서로 서울과 방콕을 오가며 자주 만나온 사이지만, 이번 방콕 방문으로 거의 3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인지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는 아쉽지만 하지 않았다. 스케줄에 맞추어 한국에 돌아와 일상에 지장이 없어야 했기에,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 속에서 떠난 여행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번 여행 또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감염 예방을 위해 방콕 친구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를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유명 명소가 아닌, 한적한 동네에 있는 자그마한 술집에서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단골손님들을 위한 아파트 단지 내 호프집 정도랄까?

 

가게에 나와 함께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은 가게 내 유일한 외국인 손님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주변 테이블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가게 직원이 흘러나오던 노래를 K-POP으로 바꾸더니, 우리의 테이블은 순식간에 스테이지가 되었다. 그렇게 가게 안에 있는 현지인들과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서로의 SNS 아이디를 공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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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릴 때면, 전철역과 쇼핑몰 안에서 비를 피해 들어온 수많은 관광객들을 마주하게 된다.

가는 길도 다르고, 평생 만날 일도 없던 사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적으로 모여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물론 비가 그치면 짧은 만남에 대한 작별을 고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게 된다.


 

하루는 잠시 방문한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데, 뒤에 있던 누군가가 나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한 태국 분이 서 있었다. 물어보니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신 분이었다. 다음 달에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데, 코로나 상황과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많으셨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각국의 코로나 현황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귀국을 위한 신속항원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을 때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소통의 현장이었다. 검사 결과 대기 장소에서 각국의 사람들이 서로의 국가 내 코로나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당장 다음날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가족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물어보았다. 그들의 한국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우리 일행은 귀국 전날 방콕을 떠나 휴양 도시인 파타야로 떠났다.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그곳에, 우리는 버스를 통해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자그마한 관광 도시인지라 터미널 내에는 현지인 몇 명에 외국인은 우리가 전부였다. 별 계획 없이 떠나온 지라, 무얼 해야 하나 터미널 내에서 찾아보고 있던 찰나에 또다시 누군가가 한국 분들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업무차 태국에 방문하신 한국 분이셨다. 방문해야 되는 곳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난처해 하시던 참에 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들과 우리의 나이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파타야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들이 되었다. 그렇게 계획 없이 방문한 파타야에서의 첫 일정은 이른 시간 터미널 벤치에서 새로운 인연들이 모인 술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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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태국 친구들이 공항에 배웅해주며 준 선물


 

힘든 상황 속에서 오랜만에 떠난 여행길. 그 어떤 관광 명소도, 유명 맛집도 방문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인연에 대한 설렘과 내 인생 단 한 번뿐일 기억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태국 친구들의 배웅을 뒤로 한 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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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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