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끊임없는 자유 속에서 모순적으로 커져만 가는 부자유 [영화]

영화 <자유로운 세계>
글 입력 2022.07.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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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당신이 원하는 만큼'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제목도 '자유로운 세계'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역설적 표현들이다. 주인공에게는 무한한 자유가 주어져 있지만, 모순적으로 점점 더 깊은 부자유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자본주의와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이주노동자 직업소개소의 계약직 사원인 싱글맘 앤지. 상사의 성희롱을 참지 못해 부당해고를 당한 앤지는 친구 로즈와 함께 ‘앤지&로즈의 레인보우 인력소개소’라는 회사를 차리고 인력알선업을 시작한다.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합법적인 이주노동자 인력알선 보다는 불법 이주노동자 인력을 쓰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지는 하루빨리 부모님께 맡겨놓은 아들 제이미와 함께 살고 싶은 욕심에 불법 이주노동자들의 인력알선업에 점점 깊이 관여하게 된다. 그러나 불법 이주노동자들을 이용해 점점 쉽게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이는 것에 익숙해진 앤지와 불법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갈등이 불거지면서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데.

 

*출처: NAV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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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은 켄 로치이다. 그는 칸 영화제에 역대 최대인 14회나 초청받은 감독으로, 황금종려상 2회, 심사위원상을 3회 수상한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작으로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등이 있다. 역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현실의 문제들을 영화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자유로운 세계> 역시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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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세계>는 이주노동자 착취 문제를 통해 자본주의 구조와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비판한다. 이주 노동자 착취, 불법체류자,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 매우 중요한 사회 문제이지만 쉽게 설명하기 힘든, 그래서 터부시하게 되는 주제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잘 담아냈다.

 

가해자와 피해자, 고용인과 피고용인, 소위 말하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 전반에서 앤지가 이주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지급하지도 않고, 불법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앤지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물론 앤지에게 잘못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앤지는 위에서 돈을 받고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는 중간 역할을 했을 뿐이며, 앤지 위에는 또 실질적으로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계층이 따로 존재한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앤지는 착취를 일삼는 권력자였지만, 앤지도 어떤 면에서는 착취당하는 피해자였다.

 

현재 이주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 본인은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그녀라고 해서 항상 사회에서 상류층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앤지도 성희롱에 정당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전 직장에서 잘린 경험이 있고, 서른 번 넘게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계층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단순히 상위 계층의 문제라고만 할 수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지는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현실의 적나라한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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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는 어찌 보면 매우 큰 일들을 대담하게 벌여 나간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남들이 피해보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거침없는 선택들을 한다. 이 모든 선택에는 사랑하는 아들과 다시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한 앤지의 꿈이 기저에 깔려 있다. 여느 작품과 달리, 착취를 당하는 사람이 아닌 착취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혹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는 점이 인상깊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앤지를 보며,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로즈는 결국 앤지를 떠나간다. 노동자들을 착취한 결과로 얻은 큰 돈으로 그녀는 원래 목표였던 사무실을 얻게 되었다. 분명 사무실만 얻으면 불법 사업을 그만두겠다고 했는데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법 사업을 재개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끊임없이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앤지라는 인물의 사고방식과 행위를 통해 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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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품이지만, 변화가 생기긴 커녕 2022년 현재 이런 행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배송 시스템이 이러한 자본주의 구조의 수렁을 잘 보여준다. 새벽배송, 익일배송이 모든 회사의 디폴트가 되어버려, 당일배송 시스템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시스템에서 소비자와 배달원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는 직접 돈을 지불하고 빠른 시간 내에 상품을 받아보겠다고 '선택'한 것이고, 배달원 또한 돈을 더 벌기 위해서 새벽에도 배송 업무를 하겠다고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 보면, 사실 소비자는 자본주의 구조와 기업이 만들어내는 무한 선택의 굴레에 빠져 오히려 자유를 잃고 있다. tv만 틀면 홈쇼핑 광고가 나오고, 기업들은 사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광고하고 끊임없이 쇼핑을 부추긴다. 소비자들은 내가 필요하니까, 내가 원해서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자본주의 구조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원들 또한, 자발적으로 새벽 배송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새벽에 배송을 하게 되면 일과 여가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업무 시간도 잘 지켜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경쟁력을 가지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새벽 배송을 선택해야만 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나는 부분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무언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 불편함에서 오는 감정이다. 앤지가 멈추지 못하고 다시 불법 사업을 시작했다는 결말로 끝났다는 이유도 있지만, 나에게는 전체적인 주제의 '불편함'이 매우 크게 다가왔다. 어쩌면 사회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아갔다면 편했을 것이다. 굳이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가 사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에 관련한 문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무시하고 살아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현실을 마주 보고 생각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켄 로치가 말했듯,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영화가 분명히 필요한 이유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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