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을... 좋아하세요? [여행]

글 입력 2022.06.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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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하게 가진 취미는 ‘여행’이다. 하지만 내게 여행은 불편한 것이 수두룩한 활동이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혹시라도 여행지에서는 이용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며 과하게 짐을 챙겼다. 그렇기에 짐을 싸고 푸는 행위에 지쳤고 여행 가기도 전에 기진하고 말았다. 또, 잠자리가 예민하여 낯선 이불과 베개에 머리를 대는 것도, 내 방이 없는 것도 하나부터 열 가지 다 불편했다.

 

이런 나에게 여행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준 한 경험이 있다.

 

때는 5월, 밖은 다채로운데 반해 흑백을 띠고 있는 강의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체 휴강을 한 채 어느 여행지로 발걸음을 향했다. 친구가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친구를 볼 겸 생애 혼자 떠나는 여행을 해볼 겸 그곳으로 향했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도 마음속 시곗바늘이 간다, 가지 않는다 양방향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여행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평생 처음 혼자 타는 기차에 발을 잘못 들여 다음 역에서 급하게 하차하고 제열차를 탄 일.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많은 짐으로 인해 캐리어를 들고 갔으며 그것의 바퀴가 너무 부드러워 스스로 다른 좌석까지 이동한 일. 기차를 타는 동안 일기를 쓰려고 했지만 간이 책상이 없어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일기에 가득했던 일.

 

모든 것이 낯설었던 여행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지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맡기고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냈다. 택시 기사님과 담소를 나누며 여행지의 기초 정보를 얻고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혼자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을 누렸다. 처음 본 동네와 일상생활 속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이 된 것은 나쁘지 않았다.

 

바쁜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만 여유롭다는 느낌. 그 과정에서 조급함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여행을 왔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더 느긋해지는 마음. 어차피 오늘 보고 말 사람들, 내가 뭘 입고 어떤 행동을 하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한편으로는 더 과감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친구를 만나 그동안의 회포들을 풀었다. 오고 간 대화들은 새로운 환경에 발맞추어 신선한 주제들로 가득했다. 우리의 만남이 항상 시간으로부터 제한적이었던 이전 만남과는 다르게 우리는 오늘 헤어질 필요가 없는 여행의 특권으로 무한의 시간을 향유할 수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나를 다면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기존과는 다른 환경들을 발견하고 신선한 대화들이 오고 가는 이 시간들. 사람들이 이래서 여행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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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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