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연과 하나된 시간 - 최인 기타 리사이틀

푸르름 속에서 감상한 선율
글 입력 2022.06.2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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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의 생일은 6월 21일이다. 보통은 생신이라고 하겠지만 존칭을 쓴 기억이 희미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그냥 생일이라고 하겠다.

 

아빠는 기타를 좋아한다. 엄마와도 기타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했다. 집에는 항상 다여섯 대의 기타가 있었고, 나는 거의 매일 같이 기타 소리를 들으며 컸다. 음 맞추는 놀이를 하다가 절대 음감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런 ‘기타’ 공연이 아빠 생일과 가까이 있어 함께 밥을 먹고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최인 기타 리사이틀_ 파빌리온_ 사진 1.jpg

 

 

공연장 사진과 리사이틀 트레일러를 보며 부푼 기대감을 안고 문화비축기지에 도착했다.

 

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마포 석유 비축기지를 문화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석유 비축 탱크를 공연장, 전시장, 다목적 파빌리온(임시로 만든 건물)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 중에서도 ‘최인 기타 리사이틀’이 공연된 공간은 파빌리온이었는데, 공연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의 산과 하늘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의 1부는 '서', '산/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이렇게 4곡으로 이루어졌다. 2부는 피리와 함께한 '김포 앞 바다에서', '가던 길'의 2곡과 'Blue Hour', '섬', '숲'까지 총 5곡으로 이루어졌다.

 

1부, 그리고 피리와 함께한 곡은 동양적인 미를 느낄 수 있었다. 2부의 나머지 곡들은 영화 ost로 쓸 것 같은 잔잔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앵콜곡 '함께'도 들었는데, 이 중 인상 깊었던 곡의 감상을 남겨보려 한다.


서 - 서예는 호흡이 중요하다고 한다. 제목에 걸맞게 숨을 고르고 내쉬며 선율로 정갈한 선을 긋는 듯한 연주였다. 기타를 묵직하게, 가볍게, 두드리는 동작이 마치 숨을 크게, 작게 내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복되는 두드림이 마음에도 울림을 깊이 전해주었다.


산/바다 - 산은 굴곡이 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 인생도 그렇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런 밀려옴이 사람을 위로해준다. 최인 기타리스트는 산과 바다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삶을 자연에 비유한 연주를 자연을 바라보며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가던 길 - 피리를 실제로 들은 건 처음이었는데 기타와 피리의 합주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한국 전통음악에 자주 쓰이는 음 미, 라, 도를 이용한 음악이라 그런지 아리랑이 연상되었다. 강렬한 피리의 가락과 잔잔한 기타 연주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클래식 기타로 한국의 전통음악 느낌을 살리고, 한국의 전통 악기인 피리와 어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Blue hour - 블루 아워는 해 뜰 녘과 해 질 녘 사이의 약간 어둡고 푸르스름한 하늘을 뜻하는 말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으로도 부른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시간대여서 이 공연과 더불어 투명한 유리 너머로 블루 아워를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해가 지는 시간이 많이 늦어져 집에 돌아갈 때에나 블루 아워를 볼 수 있었지만, 눈을 감고 들은 연주는 상상 속 코발트 색의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IMG_5528.jpg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은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아빠는 인터미션과 공연 후에 다양한 주법을 언급해가며 정교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는 감상을 남겼다.

 

지금까지 왜 기타 공연을 같이 볼 생각을 못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생활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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