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닌 '너와 나'가 될 때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우정은 사랑의 다른 형태다.
글 입력 2022.06.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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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아직 전화번호는 있지만 절대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친구를 떠올렸다. 우리는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수능이 끝나고 자유로운 몸이 된 19살의 겨울과 20살의 겨울은 계절은 같지만 다르다. 같은 교복,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 친구들은 각자의 길을 등을 마주하고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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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스틸 사진

 

 

 

교복을 벗어야 보이는 친구의 사정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다섯 친구의 사정도 비슷하다. 20살이 되고, 혜주(이요원)는 서울 증권사를 다니며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태희(배두나)는 아버지의 찜질방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엉뚱한 친구다. 지영(옥지영)은 생계 때문에 그림의 꿈을 접어두고 일하고 쌍둥이 자매 비류와 온조는 낚싯줄을 엮어 만든 액세서리를 길가에서 판다.


혜주는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을 은근히 무시한다. 사무보조원인 혜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렌즈를 끼고 구두를 신고 새로운 모습에 몸을 맞춘다. 당연히 혜주의 우선순위에서 남자친구와 친구들이 점점 밀려난다.

 

지영은 무너진 집을 고치기 위해 집주인에게 전화를 하지만 나가라는 통보만 받는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유일한 낙은 고양이 티티와 있는 것이다. 혜주의 생일 때 지영은 티티를 선물했다. 혜주는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며 지영에서 다시 티티를 돌려준다. 혜주와 지영은 고등학생 때 제일 친한 사이였지만 서로에게 계속 오해가 쌓인다.

 

약속에 늦어서 화난 지영에게 왜 찾아왔는지 이유를 애써 캐묻지 않는다. 혜주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영화에서 혜주가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우정을 정확하게 표방하는 인물이다. 대학생 때, 새로운 인간관계를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익숙한 모습을 혜주에게 언뜻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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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스틸 사진

 

 

 

우정은 사랑의 다른 형태다.

 

10대의 우정은 평일에 학교에 가면 항상 친구가 있지만, 20대의 우정은 장소, 날짜를 정해야 유지할 수 있다. 태희(배두나)는 항상 친구들을 모으기 위해 먼저 연락하는 친구다. 어느 모임에 가든 이런 친구가 한 명쯤 있다면, 모임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태희가 지영이네 할머니가 주신 만두를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먹거나 장애인 친구의 시 집필을 타이핑하는 자원봉사를 한다. 태희는 친구가 어려울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달려간다. 지영이 사건에 휘말렸을 때 태희가 말한다.


“지영아. 나는 네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해도 네 편이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 나 너 믿어.”

 

네가 무슨 일이 있든지 언제나 너의 편이 된다는 말은 어떤 말보다 힘이 센 위로다. 친구는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사람이다. 내가 최악의 상황에 있더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철학자 니체는 우정을 사랑의 최고 단계로 봤다. 우정은 소유욕을 초월한 새로운 이상으로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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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스틸 사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


 

‘인천’이라는 도시의 특수성이 돋보인다. 공항과 항구가 있어서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도시다. 한국으로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나 가득 짐을 실고 들어온 사람들이 있다. 또한 여성 노동자를 보이지 않고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시대에서도 정재은 감독은 프레임에 여자를 담았다.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여성이 등장한다. 증권사 팀장으로 일하는 여성, 새벽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노숙자인 여성. 그들을 편향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2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미성년과 성년의 시기를 넘어오는 경계선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수많은 청춘들은 경계선과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고 흔들린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도 없고 정답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확실히 말할 수 없는 불안한 세상에서 태희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난 그냥 계속 돌아다니고 싶어, 어떤 곳이든 한곳에서 머물러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답답해. 계속 배를 타고 물처럼 흘러 다니면서 사는 거지. 어디에도 멈추지 않고 말야. 배 안에 이렇게 누워서 하늘에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책도 읽고 말야."

 

사랑과 달리 우정의 모호한 끝맺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둘 수도 있다. ‘너와 나’가 아닌 다시 ‘우리’가 되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용기가 필요하다.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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