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양이를 그린 사랑의 화가, 루이스 웨인전 : 고양이로 그려진 사랑의 추억

글 입력 2022.06.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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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웨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배경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은 영화 한 편이 개봉하면서였다. 영화를 직접 본 적은 없으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고양이를 전문적으로 그린 화가에 대해 관심이 있어 기억한다. 이번엔 전시회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를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갑자기 떠오르며 전시회만큼은 꼭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직접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루이스 웨인의 원화, 또는 오리지널 판화 작품과 더불어 미디어를 통한 총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국내에서는 최초로 하는 루이스 웨인 특별 기획전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6월 9일 목요일에 오픈하였고 직접 방문했던 날은 12일 일요일로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전시회 주제가 다가가기 쉬운 주제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양이 그림이라는 주제 때문인지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있는 10층 문화홀에서 진행하였기에 접근성이 좋은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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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의 공간은 총 6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맨 첫 번째 공간에선 루이스 웨인의 작품 중 아픔 아내의 병상을 지키며 시간을 보내는 루이스 웨인의 모습이 있다. 이 그림은 이번 전시의 전부를 표현하는 한 장의 그림이기도 하다.

 

아내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피터를 보며 이를 스케치하는 이 모습이 고양이 그림의 시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지나면 바로 벽면에 삶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연대표를 볼 수 있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루이스 웨인의 인생에 대해 짧게 살펴볼 수 있어 그의 성장 과정과 삶의 모습을 짚고 넘어갈 수 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미술 교사로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스무 살이었던 그 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순간에 가장이 되었다. 그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고 미술 교사로서 일하면서 동시에 부업으로 삽화가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빠르고 정확하게, 그것도 양손을 사용해서 동시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뛰어난 실력을 알아 본 뉴스 사장인 윌리엄 잉그램의 제안으로 그는 전문 삽화가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누이동생들의 가정교사로 들어온 에밀리 리처드슨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신분과 10살이라는 나이차를 이겨내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식을 한 그 해애 에밀리 리처든슨은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집에서만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앞마당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 '피터'를 만나게 되고 그와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피터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루이스 웨인은 아내를 돌보며 그 곁에 있는 피터를 스케치하며 지냈다. 그의 그림을 보던 에밀리는 고양이 그림을 통해 그의 가능성을 보았고 여러 곳에 제안을 넣어보라고 부탁을 했다. 사랑하는 아내의 부탁에 삽화를 제안해 보던 그는 1886년 '마담 태비의 시설'의 새끼 고양이 삽화를 제작하게 되었고 '새끼 고양이들의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작품이 대박이 나게 되면서 고양이 스타로서 거듭나게 된다. 루이스 웨인의 시작이 담긴 작품이기에 유독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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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간에서는 주로 삽화 작업들을 볼 수 있고 대부분 색이 없는 석판화 작품들이다. 그 가운데 '위대한 고양이 피터'라는 고양이 작품도 있었다. 사실 루이스 웨인은 원래 고양이에 대해 경멸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피터가 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수고 가족으로서, 반려동물로서 고양이를 사랑하게 만들어주었다.

 

아픈 아내와 우연히 만나게 된 피터로 인해 고양이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사랑하던 아내를 결국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피터를 모티브로 고양이 그림을 계속 그려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에밀리 리처든슨을 추모한다. 개인적으로 한창 힘들었을 때 찾아온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인생에 정말 큰 영향을 주고, 동물과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배울 수 있었기에 루이스 웨인의 이야기에서 많은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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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초기 작품은 주로 풍부한 동작, 표정 등이었지만 점차 고양이들이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으로 표현을 하는데, 이런 표현법은 고양이 의인화의 시초가 되게끔 만들었다. 우리가 현재 이모티콘 같은 곳에 동물을 주제로 의인화를 시켜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리처든슨의 그림으로부터 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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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은 사람을 흉내 내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 노래를 배우거나 연주를 하거나 운동 등 다양한 일상생활 속에 살아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실제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서 그린 그림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그는 미술뿐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운동 또한 굉장히 좋아했기에 이 고양이들의 모습을 통해 루이스 웨인의 사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느낌이 든다.

 

시간이 흘러 그의 작품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엽서나 동화책, 생일 축하 편지, 삽화가 실린 신문 등 일상생활 속에 항상 존재하게 된다. 대중적으로 퍼진 그의 작품과는 다르게 그는 저작권에 대한 협상을 할 줄 몰랐고 그림을 그림에도 점차 부채가 늘어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영국 온 국민들이 사용함에도 그에게는 돈 한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불행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반려묘, 피터 또한 떠났고, 여동생은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계속해서 그는 여러 아픔들을 겪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빛 독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의 명성은 최고였음에도 너무 대중화되어 버린 작품은 사람들에게 팔리지 않았고, 소송에 패소까지 하게 되자 그는 영국에서 벗어나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러나 3년 만에 어머니가 사망하자 다시 영국으로 오게 되었고 미국에서 벌었던 돈들은 투자로 인해 다 잃어버리게 된다. '행운의 미래파 마스코트'라는 시리즈 작품도 냈지만 전쟁이 터지게 되며 작품이 다 침몰하였고 결국 빛만 더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실질적인 가장인 첫째 누이도 죽게 되자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이상한 망상과 헛소리를 하며 정신이상 판정을 받아 결국 극빈자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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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에서 그는 빛,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모두 해방이 되어 자유로워졌고 다소 특이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이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는 패턴을 연구하며 고양이와 패턴을 접목시킨 작업을 시작했는데 직물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해서 섬세하게 적용되어 그의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걸려있다.

 

하지만 그의 고양이 작품은 조현병으로 인해 고양이를 점차 톡 득하고 괴상하게 표현을 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책에도 조현병의 대표적인 그림 예시로도 나와있을 정도였다. 같이 갔던 친구의 말로, 영화에서 이 고양이 시리즈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나오는데, 그 장면이 너무 무서워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조금 호불호가 나뉠 수 있지만 그에 대해 잘 모르고 봤다면 그저 무섭고 소름 끼친다는 느낌이 들었을 텐데, 알고 보니 다양하게 고양이 그림을 실험하며 개성 있는 작품 활동에 매진했음을 알 수 있다. 말년엔 왕립 베들렘 병원에서 치유를 받으며 평온하게 지내며 그림을 그리는데, 주로 전원 풍경으로 그린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느낌의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를 마지막으로 루이스 웨인 전시가 마무리된다.

 

루이스 웨인은 개인적인 아픔과 슬픔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놓지 않았던 고양이 그림엔 그가 겪은 인생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어린 시절의 자연 속에서의 추억,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 미술, 운동 등의 취미생활, 사랑하는 부인과의 추억, 직물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반려동물이던 피터와의 추억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이란 곧 사랑하는 사람들과 겪은 행복한 시간이 아닌가. 결국 고양이 그림들은 그에게 있어 사랑을 의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뜻을 담아 그는 고양이를 그린 사랑의 화가인 것이 아닐까.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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