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의 청춘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 서른다섯, 늙는 기분

나이듦의 진정한 의미를 전해주는 도서
글 입력 2022.06.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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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 긍정적으로 볼 수도 회의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 긍정적 관점을 지지하는 것은 생각의 깊이와 정서적 성숙이 더해진다는 것일테고, 회의적 관점은 신체적 노화와 책임감의 무게, 순수함의 상실 등의 이유가 잇따른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던 20살은 내게는 벌써 8년전이 되어버렸다. 그때만 해도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전혀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확실히 28살의 나는 달라졌다.

 

젊음의 자유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던 20대 초반엔 어떤것이든 도전할 시간과 기회가 충분하다고 여겼고,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자유도 결국 한정적 자원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해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도 많았을것이다.

 

그 시절엔 나보다 나이많은 지인들로부터 넌 어려서 부럽다, 나도 너 나이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물론 젊음이 좋긴하지만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성숙을 쌓아가는 것도 그때의 내겐 충분히 멋있는 일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분들의 나이또래가 되었을 때, 나는 정확히 똑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땐 얼굴의 잔주름이나 피부의 노화에 대해선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거울을 보며 푸석해진 피부와 나이먹음을 보란듯이 알려주는 주름, 그리고 가르마를 뒤집으면 삐죽삐죽 솟아있는 흰머리를 보며 한참 거울을 응시한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렸지하고 생각하는동안 관리가 필수로 되어버린 나이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하지만 물리적 젊음보다 더 곱씹게 되는 것은 20세 초반은 인생에 주어진 기회와 시간의 폭이 더욱 넓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도서 ‘서른다섯, 늙는 기분’은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확히 요즘 나이에 대한 내 기분을 묘사하고 있었던데다가, 7년후의 내 삶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고민해볼 기회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소호 작가는 매 챕터마다 솔직하고 간결한 문체로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신체노화과정을 몸의 자유 이용권의 만기로 비유했던 부분이 특히 좋았다. 내 몸의 신체적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만기가 도래한다는 것은 분명 슬픈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지적 호기심으로 진화하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나이듦에 위축되지 말고 매일의 태양을 초심으로 불태울 수 있다면, 어린 아이의 맑은 마음처럼 여전히 세상을 새롭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다면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 그리 슬퍼할 까닭은 없다.

 

 

내 몸의 자유 이용권 만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신께서 내게 선사하신 성장의 나이는 서른다섯이다. 그러나 나는 지적 호기심을 멈추지않고 진화하겠다.

 

-19P


 

저자는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며 침대와 함께하는 순간을 아주 소중히 하는 사람같았다. 뉴욕에서도 침대에서 누워서 자유를 누리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침대를 아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부분을 읽는동안 작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 많았다. 나는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마침내 침대와 내 몸이 하나되는 순간을 정말 좋아하고, 침대의 포근함 속에서 무언가를 하는것도 좋아한다. 독서를 할때도, 영화를 볼때도, 글을 쓸때도, 심지어 공부를 할때도 침대와 떨어지기가 힘드니까.

 

가끔씩은 그런 내가 정말 게으르다고 느끼고 자책을 했던 적도 있었는데, 저자의 생각을 읽으니 그런 죄책감이 싹 사라졌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을 단순한 논리로 비판할 수 없으며, 우리는 모두 편안함을 누리다 언제든지 깨고 또 다른 섬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침대는 재충전의 핵심원료였고, 어쩌다보니 침대가 아주 철학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따지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혼자만의 생각을 하니까 철학의 요람이라고 불러도 아예 틀린말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우리는 모두 각자 외톨이다. 각자의 섬이 하나씩 있다. 나처럼 물리적으로 침대가 섬인 사람, 마음에 비밀처럼 섬하나를 두고 매번 건너갔다가 넘어오는 사람.


섬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침대에 누운 사람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섬은 언젠가 벗어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반증하여 다시 묻고 싶다, 우리는 꼭 침대를 떠나야 하는가? 가장 편한 그 장소를 떠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이유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한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들이 나의 단편만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하루를 내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96P


 

눈물샘은 툭하면 터지고 반대로 나는 점점 강해진다. 속도는 느리게, 그리고 호흡은 점점 여리게 여리게. 세상 모든 사람의 한구석은 언제나 나와 닮아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 -176P

 

어쨌든 나는 알고 싶지 않다. 가장 알고 싶지 않은 것은 ‘나’이다. 가장 생경하고 가장 어렵고 가장 불편한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188P

 

 

위의 두 구절이 속삭이듯, 타인과 공존하는 나, 눈물을 지배할 수 없는 나, 가장 불편한 나는 과연 여태까지 어떠한 존재였으며 내가 이러한 나자신을 온전히 포용할 만큼의 성숙함을 지녔는지 반문해보았다.

 

그 반문에 대한 가장 진실한 대답은 나는 아직 젊다는 것이다. 언젠가 이러한 성숙함을 가졌다고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 나이듦에 대해 아쉬움을 내뱉어도 결코 늦지않다. 28세의 나는 여전히 꿈꾸기를 좋아하고 늘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은 청춘의 진화된 버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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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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