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리 와, 그래도 괜찮아 - 컴온 컴온

글 입력 2022.06.18 09: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20618215607_chgfogfd.jpg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동반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질 때 서로의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진다. 물론 그것이 쉬울 리는 없다. 영화 <컴온 컴온>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서로의 노력이 오롯이 드러나는 영화다.

 

주인공 조니는 라디오 저널리스트로서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그가 묻는 질문은 대개 삶과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 철부지로만 생각했던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거친 후 내놓는 답변은 어른의 입장에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인터뷰어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잠시 투명해져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

 

조니 본인이 이야기했던 말처럼 그는 인터뷰를 통해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는지 모른다.

 

 

3.jpg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남매인 비브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아들인 제시를 돌봐주기로 한다. 하지만만남이 어째 심상치 않다. 애써 스스로 고아가 되어 사연이 있는 아이로 변해버리는 모습이나 어디로 튈 지 모르게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제시는 조니를 고민 속으로 빠뜨린다.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그였지만 정작 가깝다 볼 수 있는 제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워하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조카 관계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조니에게 제시는 평소 생각해 왔던 아이와는 다른 ‘낯선 타인’이었을 지 모른다. 때문에 둘은 처음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다 감정적으로 변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일쑤였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동화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상황에 맞게 온전히,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도시를 걸어다니며, 함께 밥을 먹으며, 같은 침대에서 자기 전 대화를 나누며 물리적 거리를 좁힌 그들은 그제서야 서로를 이해하며 심리적 거리를 좁혀간다.

 

조니가 제시를 이해하지 못하며 화를 낼 때, 도리어 느낀 바를 그대로 표현하라 했던 것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그의 입장에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 혹은 제시가 잘못될 것 같은 불안감 등이 ‘분노’로 뭉뚱그려 표현되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진심 어린 말이 아니었을까.

 

 

5.jpg

 

 

물론 그렇다고 하여 영화는 제시가 완전하고, 조니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일생에 거쳐 연습을 거쳐야 하는, 완벽에 도달하기 어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과 생각은 자신이 어떤 상태를 인지할 수 있어야 표현이 가능한 대상인데, 보통 이것은 경험에 비례한다.

 

때문에 많은 인생 경험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처음 마주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다뤄야 할 지 당황스러워하기도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을 해 본 어른들은 그들보다 많은 것을 알기에 표현하는 방식보단 서서히 감정을 숨기는 방식을 배운다. 영화는 이러한 차이를 주목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결 지어 보다 집요하게 파고든다.

 

후반부에 가장 인상 깊게 남는 조니와 제시의 감정 표출 장면은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제시가 괜찮다고 말하며 애써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을 때, 조니는 안 괜찮은 건 안 괜찮다고 이야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발을 구르고, 소리도 치고, 몸을 구르기도 하며 그들은 같은 감정선에 동화된다.

 

아주 날것의 표현 방식이었지만, 오히려 그 순간이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흑백영화로 담백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던 이전과 달리 색이 없었기에 편견없이 오히려 몰입할 수 있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1.jpg

 

 

인터뷰를 통해, 즉 ‘말’로 사람을 이해해왔던 조니는 제시와의 만남을 통해 그만의 언어를 들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제시는 그런 조니를 포함한 여러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넓은 세상을 본다. 결국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말을 하는 것보다 ‘들으려’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영화 제목인 ‘컴온 컴온’은 그런 의미에서 딱 적당한 제목이지 않을까. 서로를 향해 다가오라는 목소리, 그리고 솔직하게 풀어내도 된다고 용기를 주는 울림.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들을 수 있었던 인터뷰의 내용은 마치 자신들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듯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시금 그들의 세계로 온전히 동화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전자명함_정하림.jpg

 

 

 

 

[정하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