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연과 영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문화생활 -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22.06.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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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 찰리 채플린


찰리 채플린의 어록인 위의 문장은 우리네 인생을 나타낸 문장이지만, 그의 인생을 잘 표현한 문장이기도 하다.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고,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까지 받았으니 누가 봐도 성공적인 인생이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자세히 보면 가난한 형편과 고독한 내면을 볼 수 있다. 그의 연기나 작품도 한 눈에 봤을 때는 코미디일 뿐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코미디 뒤에 숨어 있는 슬픔과 고달픈 현실이 보인다.


그의 연기와 작품세계에 드러난 반전매력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찰리 채플린을 처음 만난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날은 영화관련 수업으로 찰리 채플린과 무성영화를 알게 된 날이었다. 밝고 순수한 얼굴에 드리운 그늘,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반대로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찰리 채플린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매력은 세계관과 색이 되어 그의 연기와 작품을 빛나게 했다.


그의 영화는 자막이라곤 타이틀이 전부고 대사도 없는데,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연기, 음악으로 스토리가 파악 된다는 게 신기했다. 무성영화이지만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흑백이지만 색이 입혀져 있는 것 같았다. 어릴 때 좋아했던 대사 없는 만화영화(비디오)도 떠올랐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내게 신선한 자극을 줬고, 동심이 다시 피어오르게 했다.


그 날의 기억을 다시 꺼내며 5월 끝자락에 열린 ‘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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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라이브 콘서트’는 팬데믹 현상에 지쳐있던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라고 한다. 이 공연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상영과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콘서트다.


이 콘서트에 참여한 ‘시티 라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공연을 보여주고 있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이다. 40인조의 구성으로 16인의 수석 연주자들이 속해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영화는 무성영화 말기 시대에서 정점을 찍었으며, 찰리 채플린의 천재적 면모가 돋보인 걸작 ‘시티 라이트 City Light’ 이다. 이 영화는 찰리 채플린이 연출, 각본, 작곡, 출연에 참여했으며, ‘시티 라이트’ 음악의 악보 전체를 직접 작곡했다. 음악만으로 캐릭터를 묘사한 특징이 돋보였던 영화로 타악기와 현악기를 적절히 활용했다. 그만큼 라이브 콘서트와 딱 맞는 작품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악보 첫 마디가 연주되자마자 몸이 저절로 앞으로 기울어졌다. 모양새가 꼭 좋아하는 만화를 가까이서 본다고 TV앞에 바짝 붙은 아이의 모습 같았다. 스크린만 보고 있으면, 라이브 연주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화면과 연주는 찰떡호흡이었다. 아무래도 라이브 연주이다 보니 영화만 봤을 때 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스크린과 연주하는 모습을 함께 보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분까지 들었다.


찰리 채플린을 닮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타임라인을 따라가는 고난도의 연주를 완벽하게 해내는 연주자들도 멋있었다. 특히 지휘자는 화면 모니터와 연주자들을 살피면서 지휘하고, 연주자들은 오로지 지휘자를 믿고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는 클래식 공연에서 당연한 부분이지만, 지휘자와 연주자의 호흡이 돋보이는 공연이다보니 그 당연함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실력, 서로를 향한 믿음은 영화 타임라인과 딱 맞아떨어지는 연주 결과를 초래했다.


찰리 채플린은 무성영화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깨닫고, 모든 극장에서 라이브 연주를 재현하고자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필름에 음악을 넣게 되었다고 한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공연을 향유할 수 있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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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콘서트에 상영된 영화 ‘시티 라이트’는 미국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가난한 방랑자와 시각 장애인과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영화이다. 단순한 사랑이야기 같지만, 이 작품에는 찰리 채플린이 전하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그의 가치관,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영화의 주인공 방랑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열심히 살게 됐다.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여인을 도울 수 있는 돈이 채워지지 않고, 급기야 직장에서 잘리고 말았다. 그때 술에 취한 백만장자를 다시 만났다. 친구의 고민을 들은 백만장자는 방랑자에게 돈을 줬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도둑들에게 습격당하고, 방랑자는 경찰에게 도둑으로 오해 받는다.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친 방랑자는 여인에게 돈을 건네주고, 방랑자는 경찰에게 잡혀 감옥에 갔다.

 

세월이 흐른 후, 방랑자는 감옥에서 나와 거리를 거닐던 중 우연히 그 여인을 다시 만났다. 방랑자가 마련해준 돈 덕분에 여인은 눈을 치료하여 세상을 볼 수 있게 됐고, 꽃집도 운영하고 있었다. 여인은 방랑자를 불쌍히 여겨 꽃과 돈을 건네주다 손이 맞닿았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사랑에 빠졌던 사람이자 자신을 도와준 은인이 가난한 방랑자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애틋함이 비치던 그녀의 얼굴과 부끄러움과 행복함의 미소를 짓는 방랑자의 얼굴이 카메라에 담기며 끝이 났다.

 

두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에 방랑자를 만나게 되면서 다시 살기로 결심한 백만장자의 이야기를 통해 명대사이자 희망적 메시지인 ‘내일은 새들이 노래할거야’를 전했다.


한편, 최선을 다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방랑자와 여인 그리고 파티와 유럽 여행을 즐기는 백만장자의 삶을 대비시켜 보여준 것, 술에 취해 있을 때만 방랑자를 친구로 대하고, 취기가 사라지면 인간 취급도 안 하는 백만장자의 태도로 빈부격차, 신분계급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쓸쓸한 삶에 자살하려던 백만장자가 가난한 방랑자의 따뜻한 마음씨에 위로를 받고 다시 살기로 결심한 부분과 서로의 따뜻함에 반해 사랑에 빠진 방랑자와 여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찰리 채플린의 ‘우리에게는 지식보다 친절함과 따뜻함이 필요하다’ 어록처럼 영화 속 인물들을 비롯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간의 따뜻함이었다.


영화 ‘시티 라이트’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서 공통으로 느껴진 것은 따스하고 희망적인 기운이었다. 그 기운으로 가득 찬 공간에 있으면서 힐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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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앉은 자리 앞에는 아이가 관람했는데, 편하게 웃으면서 즐겁게 관람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공연의 시도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가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영화 상영과 풀 편성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진행되는 라이브콘서트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계속한다면, 문화예술 세계의 확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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