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명화를 보고 와인 맛보기 -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를 읽고
글 입력 2022.06.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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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를 가거나 퓨전 레스토랑을 갔을 때, 그 많고 많은 와인 중에서 내가 가장 자신 있게 고를 수 있는 와인은 단연코, 모스카토이다. 와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할뿐더러, 알싸한 탄산이 가미된 달짝지근한 와인인 모스카토는 호불호 없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 더없이 기분 좋은 술이다.

 

한동안 와인소믈리에가 유행처럼 번질 때, 와인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너무 감도가 깊은 분야인지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모스카토나 잘 외워두자 하는 주의였다. 그런 내게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라는 도서는 기존 와인과 관련된 조금은 딱딱한 내용의 서적과는 다르게 유명한 명화와 함께 와인과 관련한 다양한 일화를 엮어서 와인과 미술을 잘 알지 못하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끔 하였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 정희태님이 와인에 대해서 정말로 조예가 깊은 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와인의 종류만 해도 무궁무진하고 잘 알려진 명화 말고도 수많은 화가의 그림과 연관 지어 대략 400페이지를 꽉꽉 채우고 있다. 과연 와인과 명화의 이야기를 이렇게 끝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은 챕터 중에서 “꿈”이라는 챕터가 있다. 화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작품과 함께 돔 페리뇽 샴페인을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나의 세례명은 스텔라이다. 그래서 유독 ‘별’과 관련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무언가 답답한 일이 있거나, 좋은 일이 있어도 하늘 올려다보기를 좋아한다.

 

세례명과도 관련된 이야기지만, 과학적 문명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한 지난 시절의 수많은 사람은 바다의 항해 길이나 깜깜한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하늘의 별을 길잡이 삼아 그 길을 쫓았다고 한다. 절대로 잡을 수 없고 그저 바라보아야만 하는 밤하늘의 빛나는 별은 또한 많은 예술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반 고흐 역시 밤하늘의 별을 그려 지금까지도 가장 유명한 그의 걸작을 탄생시킨다. 나는 여기서 별과 관련한 그의 작품 2가지의 일화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 <별이 빛나는 밤>이 두 가지의 명화는 각각 그의 절박한 상황에서의 찰나의 기쁨과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을 표현했다는 것에서 다시금 그림을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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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은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반 고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동생 테오의 어려운 사정으로 더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제수씨였던 요한나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저희들의 살도 힘겹지만 아주버님을 믿고 있습니다. 소정의 돈을 함께 보내드리니 열심히 그림을 그려주세요.”

 

이 편지를 받고 반 고흐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가 론 강변에 환히 빛나고 있는 밤하늘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낸다. 동생도 아닌 제수씨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 고흐는 새삼 기뻤다. 그리고 이 일화를 알게 된 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다시 찾아본 그의 그림에서 그가 느꼈을 행복과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론, 역설적이게도 너무 찬란히 빛나는 별들과 도시를 밝히는 어스름한 불빛들의 표현이 슬프다. 살아있는 동안 그는 너무 고통이 깊었던 예술가였다. 그랬기에 그의 그림이 주는 감동이 더 큰듯하지만, 그에 비례하게 슬픈 감정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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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은 그가 고갱과 다툰 뒤 그의 귀를 자른 후 생레미의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그림으로 소용돌이치는 별의 움직임이 마치 그의 절규를 표현하는 듯하다.

 

이를 두고 그의 정신세계가 점점 타락돼 갔다는 잘못된 평들도 있지만, 기쁨이 좀 더 컸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그림 안에서 과연 말년의 그의 심경은 어떠했고, 그가 어릴 적 가슴에 지녔던 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라는 고흐의 말. 온전한 영혼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애를 쓰고 고통받았을지를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예술가의 고통이 깊을수록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배로 커진다는 말을 어디에선가 들은 듯하다. 고흐의 두 ‘별 밤’을 보게 된 이 챕터의 순간이 내겐 값진 경험이다.

 

그림의 ‘별’이 고흐 라면, 와인의 ‘별’은 바로 돔 페리뇽 샴페인이다. “반짝이는 별이 느껴지는 샴페인” 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17세기 한 수도사가 여느 날과 같이 와인 창고를 지나다 와인 병이 뻥 터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화들짝 놀라 와인 저장고로 뛰어들어간 그는 계속 깨져버리는 병들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러다 깨진 병에 남아 있던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보고 깜짝 놀라 “형제들이여, 이리 와 보시오.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라고 말한다. 와인 속에 녹아드는 기포를 별로 표현한 수도사의 표현이 아름답다.

 

물론 이것은 허구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이 멋진 이야기와 함께 긴 시간을 품고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와인 잔 속의 기포와 함께 돔 페리뇽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빈티지가 좋지 않은 해에는 출시하지 않을 정도로 품질 관리에도 신경을 쓰며 만드는 최고급 샴페인 중 하나이며 대략, 8년, 15년, 25~30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후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수많은 셀럽과 유명인이 사랑했고,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웨딩 샴페인으로도 사용된 돔 페리뇽은 수많은 예술가와 협업 작업을 통해 성공적 마케팅과 더불어 샴페인의 큰 별이 되었다.

 

별을 좇았던 고흐와 돔 페리뇽은 각각의 의미로 가장 빛나는 별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이 챕터의 마지막 문장은 또 다른 의미로 ‘별’을 쫓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가 들려주는 감사한 조언이란 생각이 든다.

 

“별을 바라보고 방향을 정해라. 그러면 폭풍 속에서도 항해를 계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가끔 힘에 부치고 사람들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어 어둠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더라도, 어둠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밝은 빛을 내는 별처럼 인생의 항해를 계속해나간다면 우리도 언젠가 나만의 빛나는 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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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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