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한 우정, 마티아스와 막심 [영화]

어떤 우정은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하다
글 입력 2022.05.29 17: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어떤 우정은 청춘만큼 흔들리고 사랑보다 강렬하다”라는 포스터의 문구를 작성한 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영화를 본 후 근 일 년 동안 내 마음에 아주 깊숙이 박혀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관계를 겪고 접할 때 마다 영화 [마티아스와 막심]의 카피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최근 들어 어떤 우정은 일종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자비에 돌란의 “마티아스와 막심”을 다시 꺼내 보았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자비에 돌란의 전작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힘을 뺀 영화다. “마티아스와 막심”에는 “로렌스 애니웨이”의 옷들이 떨어져 내리는 씬이나, “하트비트”의 마시멜로우 씬, “마미”의 원더월 씬과 같은 화려함은 없다.


하지만 돌란 특유의 감정을 그려내는 방식은 여전하다. 아름다운 색감과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스크린에 감정을 담아내는 시선 또한 여전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삽입된 곡들을 찾아보게 하는, 훔쳐 오고 싶은 자비에 돌란의 감각적인 음악을 입히는 센스까지. 돌란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티아스와 막심”이 주는 잔잔한 울림이 자비에 돌란이라는 감독이 한 사람으로서 본인의 20대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와도 같다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포맷변환][크기변환]common (1).jpg

 

 

어른이 된 마티아스와 막심은 참 다르다.

 

잘나가는 변호사이며 여자친구도 있는 걱정이 없을 것만 같은 마티아스와 히스테릭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외국에서의 새 출발을 준비하는 막심이 속한 세계는 다르다. 하지만 마티아스와 막심 그리고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순간만큼은 이들은 여전히 청춘이고 여전히 같은 세계에 속해 있다.


이질적인 세계를 이어 붙이는 것은 사람이다. 막심의 얼굴에 있는 붉은 흉터는 친구들과 있을 때만큼은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된다.

 

단편 영화 과제를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카메라 앞에 앉아 키스를 나눈 빨간 옷을 입은 마티아스와 파란 옷을 입은 막심, 혼란스러운 감정을 떨쳐내지 못해 막심의 붉은 흉터를 보고 점박이라고 한 마티아스를 비난하는 친구들.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는 행동들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편안하게 여겨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감정이나 현실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


우정과 사랑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부질없다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우정은 사랑보다 넓고 깊다. Song for zula가 배경에 깔리며 비 오는 날의 야외 모습에서 마티아스와 막심이 나누는 키스로 이어지는 트래킹 숏 장면은 단연코 이 아름다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상대방에게 닿고 싶은 마음에 키스한다. 어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지 않은 행위가 키스이지 않을까.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고, 마티아스와 막심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포맷변환][크기변환]common (2).jpg

 

 

키스 이후 막심은 마티아스에게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한다. “모르겠어, 이건 우리가 아니야. 우리 얘기하자. 얘기해야 해. 너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끝내 마티아스는 막심과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고뇌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시간은 흐르고, 막심이 출국해야 하는 날이 다가온다. 문을 나서는 막심 앞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마티아스가 있다. 손을 흔드는 마티아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난다.


엔딩 크레딧 이후 마티아스와 막심은 어떤 관계가 되었을까. 작년 이맘때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마티아스를 본 막심이 출국을 포기하고 진솔한 대화를 한 이후에 둘 사이의 관계가 발전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다시 본 지금은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손을 한번 맞받아 흔들어주고 막심은 떠났을 것이다.

 

어떤 감정이나 관계는 정리되지 않은 그대로 두었을 때 더욱 아름답다. 너무 많은 감정이 뒤섞여 정리조차 쉽지 않은 관계도 존재한다.

 

 

[포맷변환][크기변환]common (3).jpg

 

 

어느 노래 가사처럼 가끔씩 오래 보고 싶은 관계가 있다. 사랑과 우정은 사실 같은 감정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상대방의 삶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사랑이냐 우정이냐를 분리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사랑 안에는 우정이 있고 우정 안에는 사랑이 있다. 어떤 관계의 형태로든 어느 시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아름답다. 우리는 우정이었던 것을 사랑이라 착각하기도 하고, 사랑이었던 것을 우정이라 착각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박소현.jpg

 

 

[박소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