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울 레이터의 시선으로 [전시]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글 입력 2022.05.2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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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


 

영화 ‘캐롤’에 큰 영향을 준 사진으로 유명한 ‘사울 레이터’의 사진전이다. 그는 20대부터 뉴욕을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 속 배경은 대부분 뉴욕 거리다. 흥미로운 점은 뉴욕 하면 떠오르는 큰 빌딩과 북적거리는 도시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다는 것이다. 그의 사진을 보면 평범한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길을 걷는 사람, 일을 하는 사람, 자동차를 타는 사람 등 지극히 평범하다.

 

사진작가로 오래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그 중심엔 컬러사진이 있었다. 그 당시 컬러사진을 찍었던 몇 안 되던 작가였다.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는 흑백사진과 미공개 컬러사진을 보여주며 사진에 대한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유리에 비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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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 중 가장 큰 특징은 관찰자와 피사체 사이에 변화를 주는 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담는 사진이지만 그 중간에 또 창이 위치해 있고 그 창을 통해 또 비친 세상을 담는다.

 

그의 사진은 현실과 왜곡이 뒤섞인 미지의 차원을 형성한다. 반사를 하며 렌즈가 담지 못하는 다른 공간을 사진에 담기도 한다. 재밌었던 사진 중에 하나는 자동차 트렁크에 반사된 세상을 담은 사진이었다. 기존 창의 개념을 깼으며 트렁크에 비친 현실과 다른 색과 굴곡진 세상은 흥미를 자아낸다.

  
 
나에겐 유명한 사람들 사진보다 빗방울 맺힌 유리창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빗방울 맺힌 유리창이 더 흥미롭다는 그의 말은 그가 사진을 찍는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셈이다. 사진에 유독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장면이 많다. 눈과 비는 창의 역할을 대신한다. 창에 비치는 세상을 눈과 비가 온몸으로 빛을 반사하며 생동감이 넘치는 사진을 만들어낸다.

 

비가 내려 물방울이 맺힌 유리창에 비친 세상 또한 자동차 트렁크에 비친 세상처럼 미지의 차원으로 이끈다.

 

 

 

스니펫, 그리고 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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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통해 어렴풋이 바라본 세상이기에 피사체는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빛에 반사되어 얼굴의 일부분만 보이거나 반사된 다른 피사체와 겹쳐서 보이기 때문에 얼굴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사진들이 많다.

 

하지만 그의 사진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가족, 연인, 친구 등 그와 가까운 사람들을 찍을 때는 피사체를 렌즈 안에 온전히 담았다. 그리고 찢었다. 인쇄된 사진을 명함 크기로 찢어 사진 조각으로 만드는 것은 스니펫이라고 한다.

 

그는 가까운 사람을 찍었을 때 스니펫으로 만들기 좋아했는데 이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강화한다. 찢어진 자국이 웃고 있는 얼굴과 대조되어 거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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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찍은 모델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사람은 그의 여동생 ‘데보라’다. 컬러사진 이전 흑백사진에서 많이 보이는데 ‘사울 레이터’는 ‘데보라’와 가장 마음이 잘 맞았다고 한다. 전시를 작은누나와 봤는데 남매끼리 마음이 잘 맞을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사진을 봤을 때 여동생에 대한 그의 사랑이 느껴졌다.

 

 

 

얼리 컬러 Early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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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컬러사진이 지배적이고 대중적이지만 1940년대에는 달랐다. 현실의 색감을 그대로 담기엔 기술이 부족했던 그 당시에 컬러사진은 현실을 왜곡하는 저급한 사진이었다. 사진은 렌즈로 세상을 완전히 담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컬러사진은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울 레이터’는 달랐다. 흑백보다 더 다채로우며 생동감 있는 사진을 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창에 비친 세상을 담는 걸 좋아했던 그의 스타일상, 현실의 왜곡을 통한 상상은 컬러사진을 통해 더 극대화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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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특징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작품은 바로 눈이 내리는 날 빨간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여성이다. 눈이 창과 같은 역할을 하며 빛에 반사되고 무채색인 배경에 빨간 우산이 시선을 끈다. 빨간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여인은 그의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골이다. 다양한 구도로 담긴 이 피사체들은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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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그가 찍었던 컬러사진의 필름을 인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전시에는 그의 미공개 작품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어두운 방안에 살짝 누런 필터의 사진은 색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흐릿한 피사체와 창에 비친 피사체는 사진에 대한 그의 특징과 신념을 보여준다.

 

 

 

패션에서의 사울 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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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그가 패션 사진 작업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패션 사진이라 생각하면 모델보다 옷이 더 돋보여야 하고 왜곡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가 찍은 패션 사진은 달랐다. 패션 사진에도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담겨있다. 옷을 거울에 비친 모델로 보여주기도 하며 창을 통해 살짝 빛에 반사된 모델을 보여주기도 한다. 옷을 다 보여주기보다는 커튼이나 다른 피사체로 가려 호기심을 끈다.

 

패션 잡지를 보면 기존 패션 잡지와 다른 ‘사울 레이터’만의 패션 화보를 볼 수 있다. 패션 사진은 상업적인 느낌이 강해 작가의 스타일보다는 정형적인 형식을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가 끝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건 이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보고 그의 사진은 완전히 관찰자의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위치와 어떻게 피사체를 보는지 상상된다. 그래서 전시를 보는 내가 그의 위치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 카페, 가만히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고 마침내 카메라를 꺼내 드는 그가 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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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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