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이 시국 교환학생 일기 8

글 입력 2022.05.2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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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부터 시작한 나의 교환학생 생활이 수요일 시험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4개월이라는 학기는 부활절 연휴 2주가 있다고 감안해도 길고 힘들었다. 지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수업을 들으며 가까워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친다고 말했다. 그 스트레스는 산 중턱에 있는 캠퍼스를 가려면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배차된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발표와 과제들 때문이었다.

 

처음 파견교 리스트를 보며 지원할 학교를 고를 때, 바보처럼 파견 기간이 긴 학교들 위주로 골랐다. 어차피 단기 비자는 일수가 180일 이하면 똑같이 6개월 치로 나오는데 학기가 길면 더 오래 있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교환학생 대상 파티도 가고, 처음에는 모든 게 다 설레고 재밌었다. 그런데 정말 딱 3개월이 넘어가니 배가 불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매일 했다.


우리나라는 종강 후 바로 강의별 시간표대로 시험을 치지만 이곳은 종강 후 일주일 정도 따로 공부할 시간을 준다. 그리고 학기 초에 학교 사이트에 올라온 시험 시간표대로 시험을 치는데 월요일, 수요일에 9시에 강의 시험을 뜬금없이 금요일 11시 반에 시험을 본다. 가뜩이나 긴 학기에 일주일 공부할 시간 추가라니. 그냥 빨리 시험을 치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시험이 아예 끝나고 이제 학교를 다시 올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재시험이 없다는 가정하에) 그렇게 욕을 했었는데도 시원섭섭했다.

 

마지막 시험을 다 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캠퍼스를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다른 수업을 듣는 친구가 마칠 때까지 벤치에 앉아 기다리면서 여기 있다고 보낸 사진, 엄마한테 보낸 사진, 드물게 날씨가 좋은 날에 찍은 사진 몇 장이 다였다.

 

6월 10일까지 스페인 남부와 포르투갈을 돌고 다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미리 한국으로 택배를 부치고 방을 다 비우면 14일에는 정말 끝이다.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고 계속 한 달간 여행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

 

처음에 이렇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설레는 마음에 빨리 떠나고 싶었는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떠나는 바람에 여기서 사귄 친구들과 제대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이래저래 맞추다 보니 딱 하루밖에 없었다.

 

다들 비행기로 몇 시간 안 걸리는 곳에 살아서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지만 나는 다시 오기가 힘드니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아쉬운 이별 이후에도 휴대폰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교환학생 목표는 학업도 학업이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며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학업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많은 경험을 쌓고 다양한 친구를 사귀자는 목표는 이룬 것 같아 이 정도면 성공적으로 교환학생 생활을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교환학생 일기를 이렇게 마친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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